강릉시청축구단 사무국에서 보낸 문자 지난 3일 강릉시청 축구단 사무국은 휴가중인 주전급 선수 18명에게 아무런 사전고지없이 계약해지가 되었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이 내용에는 사물함 정리를 독촉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 강릉시청축구단 사무국에서 보낸 문자 지난 3일 강릉시청 축구단 사무국은 휴가중인 주전급 선수 18명에게 아무런 사전고지없이 계약해지가 되었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이 내용에는 사물함 정리를 독촉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 김남권


'강릉시청축구단'의 구단주인 강릉시가 지난 3일 코칭스태프 2명을 포함한 주전급 선수 18명을 사전 예고 없이 문자로 무더기 해고했다. 이에 해당 선수들과 서포터즈가 연일 반발하면서 사태는 아직까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강릉시는 축구단 운영비를 불법으로 사용하다가 적발된 전력이 있다. 이번 집단해고가 이에 대한 보복성 해고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강릉시청축구단의 운영비 불법 사용이 본질

강릉시는 축구단 운영비 횡령사건으로 지난해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감독은 해임됐고 재정담당 공무원이 현재 조사를 받는 중이다. 이 불법 운영의 중심에는 '천사통장'이 있다.

강릉시청축구단 선수들은 입단과 동시에 급여통장 외 한 개의 통장을 더 만들 것을 요구받았다. 선수들은 개인 명의 통장을 만들어 감독이나 담당 주무관에게 제출한다. 선수들은 이 통장을 '천사통장'이라고 불렀다. 그 이유는 통장의 비밀번호를 모두 '1004'로 만들어 제출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천사통장은 각 선수 개인에게 지급되는 전지 훈련비를 구단측이 빼돌려 편법 운영하는데 사용됐다. 1박2일의 전지훈련은 2박3일 훈련으로 부풀려 보고됐고, 남은 돈들은 고스란히 개인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 뿐만 아니다. 강원도체육회에서는 매년 '선수발전지원금' 명목으로 수천 만 원을 강릉시축구단에 지원하고 있다. 감독이 선수들과 협상을 끝내고 스카우트 비용을 지급해야 할 선수를 선정하면, 강원도체육회는 해당 선수 통장에 직접 송금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스카우트 비용 역시 '천사통장'으로 입금됐다. 하지만 정작 해당 선수들은 자신들이 스카우트 대상이 되어 자신의 통장으로 지급된 사실조차 몰랐다. 서류상으로만 지급된 것이다. 이 역시 감독이나 담당 공무원에 의해 유용됐다.

선수들이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천사통장의 입금액은 2013년 한 해만 2400여만 원이다. 올해에도 해고된 조아무개 선수와 김태진 주장에게 스카우트 비용으로 각각 800만 원씩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태진(전 강릉시청 주장) 선수는 인터뷰에서 "나도 그렇고 다른 선수도 스카우트 비용이 지급된 사실을 이번 공무원 횡령 사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2010년부터 담당 직원이 빼돌린 스카우트 비용만 억대 규모를 상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찰은 선수들에게 2년치의 거래 내역만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축소 수사 논란도 일었다.

또한 강릉시청축구단은 올해 FA컵 8강에 들면서 축구협회로부터 1200만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감독은 이에 대해 "너희들이 관여 할 일이 아니다, 운영비로 쓰여진다"고 설명했다. 주무관의 횡령 혐의 사건이 터지자 강릉시는 출금된 이 돈을 급히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12월, 현 강릉시 공무원 신분이면서 감독직을 맡았던 박문영씨는 2011~2013년까지 선수들의 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축구단 운영비 1900여만 원을 가로 채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고 감독직을 물러나 타 부서로 이동됐다. 현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계기다.

하지만 축구단을 둘러싼 운영비 횡령 사건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 7월경에는 축구단 재정을 담당하던 공무원 최아무개 주무관이 지원금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났다. 그는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파악된 횡령액만 1억5000만 원이다.

재정담당 공무원의 거짓 진술요구에 선수들 '거부'

김태진 전 강릉시청축구단 주장선수 강릉시청축구단 김태진 주장선수가 강릉시청축구단 기자들을 만나 집단해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김태진 전 강릉시청축구단 주장선수 강릉시청축구단 김태진 주장선수가 강릉시청축구단 기자들을 만나 집단해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김남권


이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천사통장의 주인들인 선수들도 경찰에 불려갔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주무관은 지난 11월, 휴가 중인 선수들을 만나 "감사실과 경찰조사에서 돈을 직접 받은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선수들은 이를 거절했다.

김태진 전 강릉시청축구단 주장을 지난 26일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불투명한 구단운영에 따른 돈 문제가 핵심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사무국 최 주무관이 지난 11월경 나에게 찾아와 거짓 진술을 요구했지만, 코치와 상의한 끝에 이를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고가 '거짓 진술 거부'에 따른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횡령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 감독과 현재 수사 대상인 최아무개 주무관은, 모두 강릉시 체육청소년과 소속 심재헌 과장의 직속 부하직원이었다. 심 과장은 "선수 18명을 자신이 해고했다"며 전면에 나선 상태이다. 이들은 모두 천사통장을 이용해 축구단 운영비를 횡령했다는 제보로 인해 전모가 드러났다.

지난 4일, 1인 시위를 하며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던 해고 선수들을 심재헌 체육청소년과 과장이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기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전국체전이 있기 때문에 젊은층으로 (선수를) 쇄신하기 위해 모든 결정을 내렸다"며 자신이 혼자서 한 일임을 강조했다.

더욱이 이번 '문자집단해고'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점은 또 있다. 선수들의 재계약 여부에 대한 결정을 감독이 아니라 체육청소년과 과장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선수들을 잘 알지도 못하는 담당 공무원의 일방적 결정은, 선수들의 기량이나 몸 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이 따랐다.

이번 해고 대상자 중에는 강릉시청에서만 10년 동안 선수생활을 한 김규태(33) 선수도 포함됐다. 김규태 선수는 두 포지션을 소화해 내는 유능한 선수로, 앞으로 몇 경기만 더 치르면 내셔널리그 최초 200경기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강릉시는 이 선수에게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는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대거 해고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오 감독은 '정치적 감독'이었라는 평가가 다수다. 올해 초 부임한 오세응 감독은 현재 "시청은 해고와 관련해 사전에 자신과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고 주장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고된 선수들은 이런 오 감독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다.

김태진 전 선수는 "오 감독은 모를 수가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라며 "감독이기 이전에 운동의 선후배 사이 아닌가? 선배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선수는 오 감독에 대해 "특별한 노력 없이 들어와 단물만 가져간 사람이다"이라고 평했다.

한 해고 선수는 "오 감독은 부임 당시부터 상당히 정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시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양구에서 선수들이 '사전투표'를 해야 했는데, 오 감독은 식사 자리에서 '이번 선거에서 도지사와 시장, 도의원과 시의원까지 이름을 적어 쪽지로 돌리며 새누리당 후보들을 찍으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집단해고에 대해 최명희 시장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26일 인터뷰에서 "투서로 인해 공무원 횡령 사건이 연달아 드러나 조사를 받자, 이에 대한 보고를 받은 최명희 강릉시장이 지난 7월 '꼴찌해도 좋고, 없애도 좋으니 기존 고참 선수들과 코치들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들었다"고 귀띔했다.

천사통장이 문제가 되자, 이 통장을 만들었던 선수들을 일괄적으로 처리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최명희 강릉시장, 해고 직접 지시했나?

강릉시청축구단 서포터즈 지난 18일 강릉시청축구단 서포터즈가 강릉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강릉시의 선수들의 '문자집단해고'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며 최명희 강릉시장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 강릉시청축구단 서포터즈 지난 18일 강릉시청축구단 서포터즈가 강릉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강릉시의 선수들의 '문자집단해고'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며 최명희 강릉시장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 김남권


'문자집단해고'를 당한 선수들이 1인 시위에 나서고, 기자회견을 하며 최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최 시장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시장을 대신해 해당 부서 과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어 "시장의 지시를 받고 잘랐다"는 소문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체육계 인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강릉시가 축구단 재정을 투명하게 하지 못해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나쁜 관행을 바로잡기 보다는 오랫동안 같이 고생한 선수들을 이런 식으로 내친다면 남아있는 선수들도 미래는 없다고 생각하고 기회만 된다면 다른 팀으로 가려 할 것이다"며 강릉시의 행태를 꼬집었다.

강릉시는 지난 26일 이들의 목소리에 대해 "해고 번복은 없으며 부족한 선수는 이미 보강했다"는 입장만 재확인했다. 시장 지시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강릉시청은 올 시즌에서도 정규리그 전반기 5위와 내셔널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에 이어 16강에 진출한 내셔널리그 4개 팀 중 유일하게 FA컵 8강까지 올라 실업팀의 자존심을 세웠다. 이 때문에 팀 안팎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여기까지였다. 지난 11월 8일,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2014년 내셔널리그를 마감한 강릉시청축구단은 여느 때보다 긴 3주간의 휴가를 받았다. 휴가가 끝날 무렵인 지난 3일, 코치 2명과 좋은 성적을 냈던 주전 선수들은 그 보답(?)으로 해고됐다.

31일 오전, 강릉시청 체육청소년과 심재헌 과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해고가 보복 해고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한 '천사통장'에 대해서는 "이 문제(횡령)가 터지고 나서야 통장이 그렇게 된 줄 알았다"며 "앞으로 개인선수들에게 지급되도록 할 것이고, 모든 경비는 카드로 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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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하이강릉>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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