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 대명문화공장


* [인터뷰①] "'님아 그 강을', 더 슬프게 만들라고도 했지만.."에서 이어집니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특징은 독립 PD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방송을 만들던 독립 PD들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만신>을 제작한 한선희 프로듀서는 "독립 PD들의 극장판 다큐멘터리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면서 이런 평가를 내렸다.

'찍는 대상과 긴 시간 동안 밀착해 보내며 결정적 순간들을 건져내는 집요함. 감독은 현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철저하고 단호한 관찰자적 태도. (한국 독립다큐의 오랜 테제였던) 사회, 정치, 역사의 모순과 담론을 다루지 않지만 작은 개인의 삶에서 큰 우주를 찾아내고자 하는 의지. 무엇보다 촬영과 사운드가 안정적이고, 기교를 부리지 않으나 검박하고 담백한 멋이 있으며, 편집 리듬이 편안하고 부드럽다. 작가적 낙인이나 상영시간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데도 선명하고 효율적이며 절제된 미학을 구사한다.'

[#독립 PD] 열악해진 방송 환경에 영화로 방향을 틀다

진 감독과 한 PD는 독립 PD들이 방송에서 영화로 진출하게 된 계기를 "10년 이상 정체된 국내 방송 다큐멘터리의 열악한 현실 때문"이라고 말했다. "IMF 당시 방송사에서 제작비를 줄인 게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여러 방법이 크게 '해외시장 진출'과 '영화'였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도 애초에 해외시장과 영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것이었다. 방송다큐 제작의 열악한 현실은 어떻게 보면, 독립 PD들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게 만든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한경수 피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한경수 피디 ⓒ 이정민

한경수 PD(이하 한):
 "방송 다큐멘터리가 10년 이상 정체 또는 예산이 삭감된 상태예요. 아무리 힘들게 만들어도 우리에게 돌아오는 게 없어요. 우리나라의 고질적 나쁜 시스템이 원인인데, 촬영 원본이나 저작권 등의 미래 수익도 다 가져갑니다."

그러다가 박봉남 감독이 <아이언 크로우즈>라는 작품으로 2009년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에서 대상을 받게 됐어요. 이 작품은 애초에 박봉남 PD가 다른 PD들과 함께 제작했던 KBS <인간의 땅> 5부작 중 한 편을 영화로 재편집한 것입니다. 이는 처음부터 제작진이 KBS에 2차 저작권을 요구하였고, 이를 KBS가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이후로 이성규 감독의 <오래된 인력거>가 장편경쟁에 진출하고, 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 등이 암스테르담에서 대상을 받았는데, 해외는 피칭-투자-제작-출품-마케팅 등의 재생산 구조가 활발해요. 국내시장은 열악하니 해외에 나가 교류도 하고 개발에 참고하자가 된 거죠."

진모영 감독(이하 진): "독립 PD들이 보통 15년 이상 방송채널에서 일해 온 분들입니다. 방송은 분당 시청률이 중요한데, 어떤 장면이나 어떤 시점에서 시청률이 올라가는지 보거든요. 거기에 따라 어떤 때는 인센티브를 받지만 어떤 때는 방송이 날라 가기도 하지요. 그런 부분을 중요시 생각하다보니 재미없는 이야기는 안 하려고 해요.

한: "제가 처음 일 시작할 때는 PD가 카메라 잡는 것은 상상도 못했어요. 10분짜리 만들어도 4~5명이 만들었는데, 작은 카메라가 나오면서 VJ프로그램들이 나왔어요. 방송사들이 값싼 제작비로 만들 수 있기에 활용했지요. 이때부터 기획, 촬영, 녹음, 편집 등을 혼자서 다 해야 하는데 프로그램 질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안 되거든요. '원맨 시스템'으로 훈련을 10년 이상 해 왔고, 방송은 컷이나 오디오가 조금이라도 문제 있으면 안 되다 보니 극도의 집중력을 갖고 작업을 합니다. 영화의 경우는 영화적인 고리를 찾아봐야 되는 것이죠."

보통 일주일이나 3개월의 시간을 두고 만들던 작품을 1년 이상의 시간을 두고 만들다 보니 그만큼 여유를 갖고 원하는 장면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 독립 PD들의 경쟁력인 셈이다.

진 감독은 "잘 만든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대중을 향한 소통에 훈련된 부분들이 있다 보니 대중적인 다큐를 만드는 데 유리한 면도 있는 것 같다"면서 "다큐는 진실을 훼손하지 않은 관점에서 전달하는 것으로, 극장으로 다큐를 공부하러 가는 사람은 드물다. 가르치려는 것 보다는 재미있게 잘 봤다는 느낌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큐가 이야기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했으면 합니다. 인권문제나 여성문제 관심 없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사회적 문제나 정치적인 문제를 가져가는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사람이야기로 녹여내는 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지요."

피칭은 내 이야기를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

이들 독립 PD들의 역량이 특히 도드라져 보이기 시작했던 것은 피칭이었다. 피칭은 15분 정도의 시간 동안 짧은 영상과 자료를 통해 제작하고 있는 작품을 심사위원들과 관객들 앞에서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제작비를 지원받기 위해 다큐멘터리들이 공개경쟁을 벌이는 행사인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거나 보완하기도 한다. 한국의 독립 PD들은 해외 피칭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감독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감독 ⓒ 이정민

진:
"독립 PD들이 피칭 문화의 수입자라고 봐야죠. 이후 국내에서도 피칭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났어요, 지금은 '어떻게 하면 한국에서 좋은 피칭 모델을 만들 것이냐' 하는 고민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한: "저는 해외 시장을 뚫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암스테르담국제다큐영화제에 <달팽이의 별>을 만든 이승준 감독이 피칭하러 갈 때 자비 들여서 처음 따라갔어요. 암스테르담의 피칭을 보면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어요. 영화를 열흘 동안 40편을 봤는데, 일단 세계 최고 무대에 경쟁작으로 올라온 작품들이잖아요. 왜 이 작품들이 올라왔을까 생각했는데, 어떤 특별함이 있다기보다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거기서 자신감을 얻어 왔어요.

진: "해외 마켓이 중요한데 잘 만들어진 기획서보다는 3분짜리 트레일러를 통해서 '이 영상에서 보이는 캐릭터는 어떠냐', '어떤 스토리가 내재돼 있느냐'를 확인해요. 거기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설득할 수 없으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죠. 제작비 지원이나 투자를 받을 수도 없는 것이고.

저희도 그런 고민들을 많이 하면서 우리의 아이템을 계속 개발한 거예요. '주제가 정확히 있냐', '스토리가 있냐' 등등.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도 그 선상에서 2년 반 동안 이야기를 끊임없이 개발했습니다."

이들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경수 PD는 지난해 국내 영화제들의 다큐멘터리 피칭에서 돋보였던 <춘희막이>가 마무리되면서 영화제 상영 및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만큼이나 기대되는 작품이다. 진모영 감독은 <이방인>의 촬영에 들어간다. 두 작품 모두 국내 피칭을 통해 주목받았거나, 새롭게 기대를 얻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방인>은 동해안에 사는 새터민 잠수사 이야기인데, 지난 3월 첫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머구리'라는 재래식 잠수사가 한국에 와서 차별받는 내용입니다. 올 겨울과 내년 봄 촬영을 할 계획입니다."

여러 방법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하고 있지만 다큐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제작비는 한푼이 아쉬운 게 현실이다. 한 PD는 최근 국내에서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다큐멘터리 제작지원 프로그램과 관련해 이런 바람을 나타냈다.

"괜찮은 작품 하나 만들려면 보통 2~3억 원 정도의 제작비가 듭니다. 3천만 원이나 5천만 원 받아서 다 못 만들어요. 후반작업에도 제작비가 많이 필요한데, 단계별 지원 프로젝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단 한 컷도 찍지 않은 기획사의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데, 기획서만 보고 지원하기보다는 해외처럼 트레일러 영상을 확인한 후 지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진모영 한경수 다큐멘터리 독립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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