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유튜브 채널 안내문

SBS의 유튜브 채널 안내문 ⓒ 인터넷 화면 갈무리


SBS, MBC가 12월부터 자사 프로그램의 유튜브 서비스를 중단한다. 그동안 방송사들은 인기 프로그램들의 편집·요약(하이라이트)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급해왔었는데 앞으론 이러한 동영상을 보려면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 국내 포털/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해야할 상황이다.

기존 유튜브와의 계약(광고 수익 40% 수익 배분)과 달리, 네이버 등이 방송사에 광고 수익의 90%를 제공하는 파격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SBS, MBC 등이 유튜브 대신 조건이 유리한 시장 도구를 선택하는 건 당연한 결정으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이미 유튜브에 익숙해진 국내 누리꾼들의 흥미를 새롭게 선보일 포털의 동영상 서비스로 손실없이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OS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가 유튜브인 만큼 다수의 모바일 이용자들이 쉽게 이용 가능해지면서 이젠 가장 보편적인 도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이다. 이러한 소비 패턴을 강제적으로 바꾸겠다고 한다면 순순히 받아들일 시청자도 과연 몇이나 될는지 의문이다.  

본편 방영에 버금가는 편집 영상 공급...본방 사수의 불필요성 자초

그리고 어떤 의미에선 이번 서비스 중단 결정은 방송사들의 '자충수'로도 볼 수 있다. 해외 방송사들 역시 유튜브를 통해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기도 하지만 우리 방송국들 처럼 '친절하게' 주요 부분을 편집해서 공급하진 않는다.

예고편 수준의 영상 제공이 전부이고 VOD 서비스는 디지털 케이블 TV 또는 넷플릭스, 기타 자사의 플랫폼을 이용해서 공급해온 지 오래라는 것. 굳이 유튜브 서비스에 목 매달지 않고 일찌감치 온라인/모바일 서비스를 해왔다는 얘기다.

근데 우리의 방송국들은 어떤가?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는 방송 3사 주말 가요 순위 프로그램들이다. 생방송 종료 몇 시간 후면 방송사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뮤직비디오처럼 개별 편집된 고화질의 영상을 '합법적'으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뜩이나 '본방 사수'하기 힘든 청소년 시청자들은 굳이 TV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선 최근 각종 예능 프로그램들의 낮은 시청률은 각 방송사가 하이라이트 영상을 마구 잡이식으로 유튜브에 퍼주다시피 업로드한, 무계획적인 온라인/모바일 정책도 한 몫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네이버-다음 등 국내 포털과 협업...또다른 공룡 만들기 우려도

 유튜브 내 SBS <인기가요> 동영상 채널

유튜브 내 SBS <인기가요> 동영상 채널 ⓒ 유튜브 화면 갈무리


어쨌거나 12월부터는 주요 방송사가 공급하는 영상을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볼 수 있으니 이용자로선 직접적인 손해는 없을 전망이다. 게다가 광고 수익 배분 역시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방송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질 예정이라 해당 업체들로서도 당장 나은 수입이 보장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방송사 독자적인 서비스 마련은 뒷전, 국내 포털에만 목 매달고 서비스를 해야할지도 의문이 되는 상황이다. 만약 수년 후 공룡처럼 거대해진 국내 포털 업체가 엄청난 사용자 숫자를 기반으로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방송사 계열 온라인 업체 담당자 A씨는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역시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 확실한 수입을 발생시킬 수 있는 곳은 포털 밖에 없는데다 먼 미래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다"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될때마다 "업체만 바꾸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소비자(시청자)들이 방송사들을 신뢰하고 이용할 수 있을까?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제공에 대한 고민없이 당장의 수익 확대에만 급급할 경우, '제2의 유튜브 공급 중단 사태'는 언제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유튜브 SBS MBC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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