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행오버'
YG엔터테인먼트
'강남스타일' 로 한국에 이런 가수가 있다는 것을 지구촌 사람들에게 알렸다면, '젠틀맨'은 B급 문화를 대표하는 동양가수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히게 하는 데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내놓은 신곡 '행오버' 는 '젠틀맨'의 연장 선상인 듯하면서도 풍자와 비판의식을 더욱 강조하여 싸이를 문화비평가로 성장시키는 데 한몫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행오버' 뮤직비디오는 한국의 음주문화를 주제로 삼고 있다. 그런데 풍자의 수위와 꼬집는 비판의 정도가 '강남스타일' 이나 '젠틀맨' 때보다 맵고 노골적이다. 그동안 남자의 허세와 허영이라는 개인적인 성향을 풍자적으로 묘사했다면, 이번에는 그 범위를 넓혀 하나의 문화형태를 여과 없이 비틀어 놓고 있다.
맥주잔 위에 양주잔이 올려져 있고 그 잔들은 일렬로 늘어져 마치 도미노 게임을 연상케 한다. 그 가운데 서 있는 싸이는 미치광이처럼 몸을 연신 흔들어댄다. 일명 폭탄주라고 하는 이 술은 요즘도 한국의 회식자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데, 싸이는 이 고통스럽기까지 한 폭탄주 문화를 뮤직비디오에 과감하게 삽입시켰다.
변기를 안고 구토를 하고 분수를 사우나 삼아 몸을 푸는 장면들은 말 그대로 '행오버'의 단면들이다. 술에 취했을 때 주정과 추태를 코믹하게 그려내긴 했지만, 마냥 배꼽 잡고 웃을 수만은 없는 장면들이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고 또한 전 세계인들이 이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하는 생각에 이내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가정이 있는 듯한 여자들과 눈이 맞아 함께 술자리를 하고 2차로 노래방을 가서 신 나게 어울려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아찔함마저 느껴졌다. 이는 단순한 음주문화를 넘어 한국의 사회문제를 들추어내려는 시도로 보였으니까. 술로 인해 일어나는 시비는 당구장에서도 술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붕붕 날아다니며 싸움질을 하는 장면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긴 했지만 이것이 정말 '행오버' 뮤직비디오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던가.
▲싸이 '행오버'YG엔터테인먼트
싸이는 작정을 하고 한국의 음주문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단지 이것을 그가 지니고 있는 B급 문화 성향을 빌어 코믹하게 풀어나간 것뿐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그다지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니다. 설사 과장되고 부풀려졌다 하더라도 없는 것들을 애써 지어낸 장면들이 아님은 누가 봐도 분명하니까 말이다.
나라마다 제각각 음주문화는 형성되어 있다. 어쩌면 이것은 한국의 독특한 음주문화로 여겨질 수 있으며, 오히려 세계인들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음주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 과연 행복한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즐거움을 넘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흥겨움이 절제를 잃어버리게 됐을 때 우리에게 무엇이 남게 되는지를 말이다.
아마도 '행오버'에 대한 평가는 이래저래 좋지만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음악적 완성도나 뮤직비디오 구성 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싸이의 통렬한 비판 의식만큼은 높게 평가되어야 하지 않을까? 국내팬 들에게 외면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의 잘못된 부분을 꼬집고자 하는 열의.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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