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의 윤형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의 윤형빈 ⓒ 이충섭


개그맨 윤형빈(34)이 종합격투기 데뷔전에서 환상적인 승리를 거뒀다. 윤형빈은 지난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로드FC014 특별경기에서 일본의 다카야 쓰쿠다(23)를 1라운드 TKO로 승리하며 연예인 프로격투기 도전사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윤형빈에 앞서 선배 개그맨 이승윤은 지난 2010년 10월 23일 로드FC 제1회 대회에서 종합격투기에 도전하며 화제를 모아 로드FC의 성공적인 개최에 기여했다. 하지만, 당시 서른넷이었던 이승윤은 열 살이나 어린 상대 선수 박종우에게 경기 시작부터 주먹을 허용했다. 이승윤은 코뼈가 부러졌고 경기 내내 출혈이 계속된 채 난타당한 끝에 링 닥터와 주심에 의한 TKO패를 당했다.

당시에도 많은 동료 희극인들이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보냈지만, 처참히 무너진 이승윤의 모습에 울음바다가 되었다. 하지만, 이승윤은 경기 후 소감에서 "넌 형도 없냐"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비록 패하긴 했어도 선수들과 링에서 피와 땀을 흘린 자체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데뷔전에서 무참히 패하고 말았던 이승윤

데뷔전에서 무참히 패하고 말았던 이승윤 ⓒ 이충섭


사실 윤형빈의 도전도 이 정도 수준이려니 했다. 학생시절 학교에서 싸움을 제일 잘했던 이른바 '학교 짱'이었다지만, 상대는 일본의 파이터였다. 특별 이벤트 경기로 선택된 선수라지만 정식 경기에 나선 경험이 있는 선수를 상대로 싸운다는 건 누가 봐도 위험한 도전이었다.

 윤형빈을 응원하러 온 연예인들이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윤형빈을 응원하러 온 연예인들이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 이충섭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연예인들 틈에서도 아내 정경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선수들 가족이 그러하듯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맞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엄두가 안 난 것이다.

 일장기와 함께 등장한 타카야 쓰쿠다

일장기와 함께 등장한 타카야 쓰쿠다 ⓒ 이충섭


역시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윤형빈은 쓰쿠다에게 펀치를 허용하며 거센 공격을 당했다. 하지만, 주눅들지 않고 상대를 껴안고 링 벽에 기대서 숨을 돌렸다.

 윤형빈이 경기 시작한 후 안면 공격을 당하는 모습

윤형빈이 경기 시작한 후 안면 공격을 당하는 모습 ⓒ 이충섭


윤형빈은 위기를 넘겼다. 서로 밀고 밀리는 힘겨루기를 벌이며 경기를 일단 팽팽한 양상으로 이끌었다. 1라운드 후반 윤형빈은 충분히 승산이 있음을 느낀 듯, 타격전으로 전환했다. 관중들은 모두 기립해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지에 기대며 숨을 고르는 윤형빈

케이지에 기대며 숨을 고르는 윤형빈 ⓒ 이충섭


쓰쿠다는 당황한 듯 거칠게 주먹을 휘둘렀지만 윤형빈의 눈매는 베테랑 타격가 못지 않았다. 윤형빈은 쓰쿠다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오른손 훅으로 정확하게 안면을 강타했다. 이어진 펀치 세례에 쓰쿠다는 기절하고 말았다.

 윤형빈이 라이트 훅으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모습

윤형빈이 라이트 훅으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모습 ⓒ 이충섭


 무차별 공격으로 마무리하는 윤형빈

무차별 공격으로 마무리하는 윤형빈 ⓒ 이충섭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윤형빈의 강력한 TKO승이었다. 선배 희극인 이승윤이 윤형빈과 같은 나이였던 서른네 살에 도전했다가 무참히 실패한 아쉬움을 후련하게 풀어준 셈이기도 했다.

 윤형빈의 공격에 상대는 기절하고 말았다

윤형빈의 공격에 상대는 기절하고 말았다 ⓒ 이충섭


 윤형빈의 승리를 믿을 수 없는 듯한 이경규와 이윤석

윤형빈의 승리를 믿을 수 없는 듯한 이경규와 이윤석 ⓒ 이충섭


지난 2010년 한국 토종 종합격투기 단체를 표방하며 출범한 로드FC(대표 정문홍)는 이승윤의 이벤트 경기, KBS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 출연했던 서두원의 경기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여느 국내 격투기단체가 그러했듯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얼마 생존하지 못하리란 예상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로드FC는 지속적인 대회 개최를 통한 선수 육성으로 국내 대회 우승자 남의철을 미국 UFC로 진출시켰다. 또 낸시 랭 라운드걸 데뷔, '주먹이 운다' 이벤트를 통한 아마추어 선수발굴, 학교폭력예방 등 다양한 시도로 발전을 거듭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종합격투기 대회로 자리잡았다.

윤형빈의 도전과 승리 역시 로드FC의 도전과 노력이 꽃을 피운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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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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