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봉준호 감독이 훌륭한 시나리오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런데 결정적인 것은 아내의 한마디였어요."
이정민
영화 <변호인>의 백미는 바로 재판 장면에 있다. 5차 공판까지 이어지는 법정 신에서 송강호는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 분)가 받은 고문의 흔적을 찾거나 그에게 끔찍한 상처를 입힌 차동영 경감(곽도원 분)과 대립하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는 모습까지, 서서히 고조되는 감정선을 매 공판마다 밀도 높게 선보였다.
"5일 전부터 세트장에 들어가서 혼자 대사를 외우는 것은 기본이었어요. 배우들끼리 5차까지 각 공판마다 다른 리듬과 감정과 특징을 살리려고 연습했습니다. 그런데 연습할 때는 100% 감정을 다 표현할 필요는 없잖아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실제 촬영을 했는데, 그렇게까지 감정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카메라가 돌아가고 연기가 끝나고 나서 보니까 '이런 감정이 나오네…' 싶었죠. 특별히 4번째 공판에서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이와 함께 송강호는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이윤택 역의 배우 이성민을 두고 "정말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고, 친한 후배"라고 운을 뗀 송강호는 "좋은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곽도원과도 4차 공판 때 턱 하니까 탁 받아주고, 오달수도 마찬가지였다. 내심 '아, 이래서 정말 좋은 배우랑 연기를 해야 하는 구나' 싶었다"는 그는 "시너지가 생긴다는 게 실감이 났다. 작은 배역을 맡은 배우들도 하나하나 참 좋았다"고 평했다.
"임시완이 고문 받는 장면을 찍을 때는 일부러 현장에 안 갔어요. 모니터 뒤에 앉아 있으면 혹시 부담을 가질까봐…. 사실 때리는 것도 힘들고 고문을 받는 것도 참 어려워요. 고문 받는 장면만 4일인가 내리 찍었거든요. 그 전날 배우들이 다 모였을 때 '테크닉으로만 허투루 연기를 하려고 한다면 고통을 받아도 그 고통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시완이가 아주 열린 마음으로 그 말을 잘 들었던 것 같아요. 정말 잘 했어요."또 곽도원을 두고 송강호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도원이가 단역으로 출연했다"며 "그때 촬영장 갈 때마다 인사를 한 기억이 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송강호는 "<황해>부터 예사롭지 않았고, <범죄와의 전쟁>으로 절정이었다. '정말 좋은 후배구나, 연기 잘하는구나' 싶었다"며 "이번에 곽도원의 최고의 연기가 나온 것 같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 중에서도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이는 송강호. 마지막으로 그에게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물었다.
"새로운 시각, 새로운 관점을 가진 작품들을 늘 선택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요.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새로운 지점에서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고 놀라움을 주는 작품이 좋습니다. <변호인>을 통해서는 '역사 속에 저런 인물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로, 그렇게 먹먹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같이 느끼면 좋을 것 같아요. '느낌 아니까'! (웃음)"
[송강호에게 묻는다...] 연기 잘하는 비법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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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 기록을 앞두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아요. 사실 정말 과분하죠. 올해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해가 아닌가 싶어요. (한 해에) 세 편의 영화를 개봉해서 정말 신기해요."이정민
연기자가 되고 싶은 많은 배우 지망생과 신인 배우들이 존경하는 선배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배우 송강호. 그에게 연기 잘하는 노하우를 알려 달라고 했다.
"너무 치열하게 연기를 다 잘 해요. 임시완 마저 연기를 잘 해 버려서…. (웃음) 연기에는 경험도 필요하고 경륜도 필요한데 새로운 관점도 필요해요. 우리가 늘 알고 있는 모습과 알고 있는 방식이 아니라,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다르게 해 보자는 거죠.
목적지에 갈 때 계속 버스를 타고 가다가 기차를 타고 갈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버스가 다인 줄 알아요. 그런 지점을 가장 경계해야하는 것 같아요. 목적지는 같아도 자전거도 있고 여러 방법이 있겠죠. 후배 배우들에게도 '버스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합니다. 인물이든 연기의 표현이든, 제 자신도 항상 노력하는 지점입니다. 다만, 기차를 타고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곳에 가면 안 됩니다. 중간에 내린다든지 해서도 안 되고요. 똑같은 장소에 와야 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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