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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방송된 SBS <자기야-백년손님>의 한 장면. '함서방' 함익병이 장모님을 위해 단호박 파이를 만들고 있다.

24일 방송된 SBS <자기야-백년손님>의 한 장면. '함서방' 함익병이 장모님을 위해 단호박 파이를 만들고 있다. ⓒ SBS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남의 모습을 엿보는 것을 은연중에 즐긴다. 이것은 곧 본능이다. 때때로 남을 살피는 것은 나를 돌아보기 위한 과정이 된다. 남과 나의 단순 비교는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그들도 나와 같구나 하는 공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아래 <백년손님>)은 사람의 이런 본능을 활용한다. 시청자는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을 보며 내 남편과 내 장모를 떠올린다. 그리고 TV 속 인물들과 지금 내 옆의 남편, 장모를 비교한다. 이것은 머리와 가슴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비교 후에 현실의 남편과 장모가 가까워지는 것은 그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백년손님>은 그저 보여줄 뿐이고, 그저 살아갈 뿐이다. 이를 교훈으로 만드는 것은 철저히 시청자의 몫이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백년손님>은 목요일 밤 11시 예능 프로그램 중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편이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프로그램에는 다른 프로그램은 다 갖고 있는 세 가지가 없다.

첫째, 스타가 없다. KBS <해피투게더3>의 유재석·박명수, JTBC <썰전>의 김구라처럼 단박에 알아볼 만한 인지도를 가진 연예인 스타가 없다. 둘째, 이슈가 없다.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해피투게더3>의 게스트 혹은 <썰전>이 다루고 있는 주간 이슈처럼 사람의 흥미를 돋우는 이슈가 부재하다. 셋째, 정해진 콘셉트가 없다. <백년손님>은 '작가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출연자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방송된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몇몇은 아직도 미션을 만들고 그것을 한 주의 테마로 삼는 다. 이 프로그램은 그저 출연자들의 삶을 관찰해 담아낼 뿐이다. 다큐로 촬영된 녹화분에 예능적 양념을 첨가했을 뿐, 특별한 소재의 활용을 찾아볼 수 없다. 한 마디로 모든 것에는 의도가 없다는 것이다.

세 가지가 없어도 <백년손님>은 잘 굴러 간다. 이 프로그램은 최고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준말)를 보여준다. 24일 방송된 <백년손님>과 <해피투게더3>의 시청률은 각각 7%, 8.6%(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아래 동일). 고작 1.6%P의 차이다. 그런데 <해피투게더3>에 누가 출연했는지를 보면 <백년손님>이 얼마나 선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날 <해피투게더3>에는 박중훈·엄태웅·김민준·소이현이 출연했다. <해피투게더3>는 전주에 비해 0.9%P의 시청률을 더 확보했다. 그런데 <백년손님>은 전주와 동일한 7%를 유지했다. 별 타격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의 고정 시청층은 두껍다.

 24일 방송된 SBS <자기야-백년손님>의 한 장면. '김서방' 김보성이 장인어른에게 연애시절 이야기를 여쭙고 있다.

24일 방송된 SBS <자기야-백년손님>의 한 장면. '김서방' 김보성이 장인어른에게 연애시절 이야기를 여쭙고 있다. ⓒ SBS


24일 방송된 <백년손님>에도 전과 다름없이 세 서방네의 일상이 그려졌다. 함서방(함익병)은 장모님의 건강이 걱정됐는지 다이어트 교관으로 변신해 장모님의 허리에 훌라후프를 둘렀다. 그리고 단 것을 자꾸 찾는 장모님에게 단호박 파이를 대접해 사랑을 받았다. 남서방(남재현)은 이날도 후포리 네이티브 장모님과 의사소통에 문제를 겪었다.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 사위 남서방은 '서리 금지 팻말'을 만들 합판도 '조선 반 만'한 것을 사와 장모님으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아직도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김서방(김보성)과 장모님은 이날 방송에서도 서로를 어려워했다. 하지만 계속 가까워지려는 시도는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사위에게 존댓말을 하는 장모님이 불편했던 김서방은 자신의 이름을 크게 한 번 불러 달라고 장모님께 청한다. 장모님은 몇 번을 망설이다 '보성아!'라고 부르고는 다시 미안하다고 얘기한다. 참 우습고도 씁쓸한 장면이다. 사위의 이름을 마음대로 부를 수 없는 장모님이라니….

이처럼 <백년손님>은 세 가정의 일상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위에 언급한 장면 묘사에서 특별한 제작진의 의도는 찾을 수 없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는 이들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제작진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방식은 아마 이러할 것이다. 일단 제작진은 최대한 많은 분량을 관찰 카메라로 촬영한다. 관찰 카메라가 촬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별히 집중해 촬영할 장면에는 VJ를 투입한다. VJ들은 출연자들이 이를 의식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한다. 제작진은 현장에서 재밌을 만한 에피소드를 대략적으로 선별해놓고, 편집실에서 녹화분을 돌려보며 교차 포인트를 만든다. 그리고 MC들이 진행하는 스튜디오 촬영분에서 가편집본을 돌려본 뒤 이야깃거리가 있는 부분마다 스튜디오 토크를 녹화한다. 야외 촬영분과 스튜디오 촬영분을 합쳐 다시 편집, 여기에 재밌는 자막, 효과음, 음악 등을 덧입혀 최종 완성본을 만든다.

실로 어마어마한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는 <백년손님>의 현장 촬영분이 지극히 '일상'이라는 점에 있다. 일상을 일상 그대로 보는 것은 CCTV를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지루한 다큐가 되기 십상이다. 이를 예능이란 장르로 바꾸어야만 <백년손님>이 목요일 밤 예능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

적어도 <백년손님>은 <해피투게더3> 같이 한 주 때우기 식의 방송은 아니다. 몇 년째 같은 사우나복을 입고 있는 <해피투게더3>를 보시라. 변화를 찾을 수 없다. 기껏 내세운 것이라고는 활용도 낮고 레시피 논란까지 부추기는 '야간매점' 뿐이다. 이에 반해 <백년손님>은 스튜디오 토크로만 진행되던 <자기야>때부터 위기를 혁신으로 극복하며 가족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종편 채널에서 <백년손님>의 모조품 같은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잘 만든 예능 프로그램이 이슈가 되지 못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렇게 시청률의 문제로 사라진 프로그램들이 한둘이 아니다. <백년손님>이 꿋꿋이 동시간대 시청률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나름 여러 풍파를 겼었던 <백년손님>이 아니던가. <백년손님>이 <해피투게더3>를 꺾는 모습을 보고 싶다. 적어도 난 이 프로그램이 그래도 된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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