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마지막 날 열리는 SBS 연기대상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남주의 대상이 어느 정도 확정적인 KBS 연기대상과 달리 SBS 연기대상은 장동건과 손현주의 대상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과연 2012년 SBS 연기대상은 누구의 품으로 돌아갈 것인가.

'깜짝흥행' 손현주, 연기대상 직행하나

 24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월화드라마 <추적자>제작발표회에서 강력계형사 백홍석 역의 배우 손현주가 손을 들어 인사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손현주 ⓒ 이정민


당초 <추적자>는 <신사의 품격>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신사의 품격>은 <파리의 연인>·<프라하의 연인>·<온에어>·<시크릿 가든> 등 막강한 흥행력을 과시해 온 김은숙 작가-신우철 PD 콤비가 손을 잡고 톱스타 장동건이 12년만에 브라운관 컴백을 결정한 하반기 최고 기대작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추적자>는 10년간 무명 생활을 이어온 박경수 작가의 첫 데뷔작이자 손현주· 김상중·박근형·김성령 등 중견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작가·연출·캐스팅 규모면에서 <신사의 품격>에 상대가 안 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추적자> 첫 회 방송이 나가자마자 언론과 시청자들의 호평이 물밀듯 쏟아진 것이다. 시청률은 경쟁작 MBC <빛과 그림자> 때문에 높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은 하나같이 "근래 보기 드문 웰메이드 드라마"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특히 흠 잡을 데 없는 손현주의 연기는 장안의 화제가 됐다.

급기야 <빛과 그림자> 종영과 함께 20%대 시청률로 치고 올라간 <추적자>는 종영하는 그 순간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으며 시청자를 붙들어 놨고, 결국 마지막 회에는 22.6%(AGB 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 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첫 회 시청률 9.3%와 비교한다면 무려 3배 가까이 높아진 수치다. SBS로선 눈이 번쩍 뜨이는 대 이변이 아닐 수 없었다.

재밌는 것은 <추적자> 한편으로 손현주가 당대의 명배우로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주말 드라마 등에서 평범한 가장이나 샐러리맨을 주로 연기했던 그는 <추적자>를 통해 절절한 부성을 지닌 백홍석으로 거듭나며 내재돼 있던 연기 내공을 마음껏 뽐냈다. 시쳇말로 '포텐'이 터진 손현주의 연기에 시청자는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신사의 품격> 열풍 일으킨 장동건, 연기대상 지킬까?

 SBS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김도진 역의 배우 장동건. 17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매력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SBS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김도진 역의 배우 장동건 ⓒ 이정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으로선 다소 쫓기는 입장이 됐다. 12년만에 브라운관 컴백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그가 연말 '연기대상'을 노리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명색이 국내 최고의 톱스타 장동건이다. 연말 시상식에 안 나오면 안 나왔지, '들러리'를 서는 일 따위는 하지 않으리란 추측도 쉽게 가능하다.

게다가 오랜 시간 영화에서 활약하다 드라마로 건너온 배우치고 연기대상을 못탄 사람이 없다. 강수연·전도연·박신양·김혜수·배용준·하지원·이병헌·한석규·신하균에 30일 MBC 연기대상서 첫 드라마 도전에 대상을 거머쥔 조승우 등은 모두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SBS로서도 내심 '성적만 웬만큼 받쳐주면 대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손현주라는 '변수'가 장동건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손현주가 연기를 잘해도 너무 잘했다는 것이다. SBS가 고민 없이 장동건에게 연기대상을 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란 이야기다. <신사의 품격>의 시청률이 <추적자>보다 훨씬 월등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장동건의 연기력이 손현주 만큼의 찬사를 이끌어 낸 것도 아닌지라 더더욱 그렇다.

물론 반전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 '12년 만의 드라마 복귀'라는 상징성에다 '장동건'이라는 브랜드의 스타성, 여기에 평균 시청률이 <추적자>를 능가하고 있다는 점은 손현주가 따라잡기 힘든 장동건만의 강점이다. <신사의 품격>이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키며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하다.

손현주냐, 장동건이냐...깊어지는 SBS의 고민

구본근 SBS 드라마 센터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남자가 연기대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요지의 발언으로 장동건과 손현주 중 한 명이 대상을 수상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대상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과연 장동건은 무서운 '추적자' 손현주를 따돌리고 시청률과 화제성을 앞세워 연기대상을 손에 거머쥘 수 있을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손현주의 역습이 생각보다 거세다는 것,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들의 승부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두 명배우의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SBS 연기대상 장동건 신사의 품격 추적자 손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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