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중의 시선과 음악적 시선이 이렇게나 다른가요…" 슈퍼스타K-4 이승철의 심사평을 빌려 지난 29일 방영된 2012 MBC 방송연예대상을 한마디로 평가해보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청자의 시선과 방송국의 시선이 이렇게나 다른가요…."

몇 주 전부터 흘러나온 '박명수 대상론'은 현실화되었고, '유재석 찬밥론'은 되풀이됐다. 지난해 <나는 가수다>에게 돌아간 대상 때문에 최우수상에 그쳤던 유재석은 올해 역시 방송국 PD들이 선정한 'PD상' 외에 이렇다 할 상을 받지 못했다. 반면, 박명수는 '이인자'의 타이틀을 벗고 마침내 대상을 거머쥐었다.

자사출신 개그맨이라는 점, 다작했다는 점, 그리고 노조 파업 당시 <나가수2> MC에 참여하는 등 사측이 어려움을 겪을 때 힘을 보태준 점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박명수가 MBC 방송연예대상을 받은 것은 놀라운 소식임이 분명하지만, 이날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은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얼마 전 폐지된 <놀러와>의 MC 유재석과 김나영이었다.

 2012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PD상'을 수상한 유재석이 수상소감으로 <놀러와> 종영인사를 전했다

2012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PD상'을 수상한 유재석이 수상소감으로 <놀러와> 종영인사를 전했다 ⓒ MBC


이날 유재석은 박명수를 대상으로 점찍은 MBC가 자신을 배려하는 차원으로 만든 것이 확실해 보이는 'PD상'을 수상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수상소감을 전하는 그의 입에서 뜻하지 않은 말이 흘러나왔다. 바로 <놀러와>가 폐지된 것과 관련 시청자에게 종영 인사를 전한 것.

그는 먼저 "생각지도 못한 상이라 깜짝 놀랐다. 이 상을 주신 예능 PD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한 뒤, "김원희 씨가 나와 함께 '놀러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같이 진행했다.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는데 시청자분들께 인사를 못 드리고 끝났다. 나 혼자이긴 하지만 '놀러와' 함께 만들었던 제작진과 모든 분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이 이야기 꼭 드리고 싶었다. 감사하다"고 시청자들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잘 알다시피 얼마 전 <놀러와>는 허무하게 폐지됐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유재석과 김원희의 송별인사도 없었고, 프로그램 마지막을 앞두고 으레 기획되기 마련된 종영특집도 없었다. 그저 한 줄의 자막만이 <놀러와>의 안녕을 대신했다. 시청률 1등을 외치는 MBC는 그렇게 무자비하게 <놀러와>를 버렸다.

비록 최근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지난 8년 동안 <놀러와>는 월요 예능의 최강자 자리를 상당기간 지켜냈고, '세시봉 열풍'과 같은 사회 문화적인 트렌드를 만들어낼 정도로 뛰어난 영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종영특집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놀러와>를 이끌어온 유재석, 김원희 두 MC에게 시청자와 인사 나눌 시간 정도는 주었어야 하는 게 마땅했다. 오죽했으면 유재석이 수상소감을 종영 인사로 대신했을까.

 유재석의 수상소감을 듣던 김나영이 울먹이는 모습.

유재석의 수상소감을 듣던 김나영이 울먹이는 모습. ⓒ MBC


이날 덤덤하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 <놀러와> 종영 인사를 건넨 유재석의 눈가는 어느덧 촉촉하게 젖어가기 시작했고, 이를 자리에서 지켜보던 김나영은 끝낸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런 김나영에게 유재석은 "나영 씨, 내가 상 받았는데 왜 니가 울어"라고 재치 있게 위로했으며, 이어 "워낙 감수성이 풍부하다. 정말 3년 동안 '놀러와' 하면서 가족같이 지냈다"고 말하며 다시 한번 그동안 <놀러와>에서 함께 고생하고 호흡을 맞춰온 김나영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누구보다 시청자를 생각하고,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동료를 챙기는 유재석의 진심은 분명 대상 그 이상의 가치가 있어 보였다.

김나영 역시 프로그램에서 못한 <놀러와> 종영 인사를 수상소감으로 대신했다. 이날 그녀는 쇼.버라이어티 부문 여자 우수상을 받았고, 수상소감을 위해 무대로 올라 유재석과 마찬가지로 <놀러와>이야기를 꺼냈다.

김나영은  "방송 처음 시작할 때 꿈이 '놀러와'에 나오는 사람이 되는 거였다"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녀는 "정말 운 좋게 기쁘게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할 수 있었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했다"며 "'놀러와'가 많은 사랑을 받을 때도 함께할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서 멀어져서 조금은 작아져 있을 때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울먹였다.

 김나영의 수상소감을 듣던 유재석이 입을 꽉 다물며 눈물을 참고 있는 모습.

김나영의 수상소감을 듣던 유재석이 입을 꽉 다물며 눈물을 참고 있는 모습. ⓒ MBC


김나영이 <놀러와> 종영 인사로 수상소감을 대신하는 사이 카메라는 객석의 유재석을 비췄고, 김나영의 이야기를 듣던 유재석은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는 모습으로 시청자를 안타깝게 했다. 사측의 결정으로 프로그램은 갑작스레 시청자를 떠났지만, 이들의 애정이 어땠는지 만큼은 확실히 시청자의 가슴에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끝으로 김나영은 "'놀러와' 사랑했고요,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재석오빠 원희언니 지원 오빠 모두 감사합니다.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고 기도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고 눈물의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김나영의 수상소감을 모두 듣고 나니 이제는 시청자가 유재석을 비롯한 <놀러와> 제작진과 MC들에게 작별인사를 전해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놀러와' 사랑했고요. 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김원희 씨, 유재석 씨, 김나영 씨 모두 사랑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이카루스의 리뷰토피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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