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MBC를 빛낸 드라마'라고 한다면 무엇이 떠오를까. 답은 각자 다를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골든타임>을 꼽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생명을 놓고 촌각을 다투는 의사들의 모습과 그들을 둘러싼 의료계의 현실을 그린 이 드라마는 종영 즈음 시청자들의 자발적 시즌2 청원운동이 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연기대상을 앞두고 배우 조상기로부터 들은 '2012년 사랑받은 드라마 <골든타임>의 세 가지 비밀'을 공개한다.

[대사의 비밀] <골든타임> 속에 '파스타' 있다

 MBC <골든타임> 21회의 한 장면

MBC <골든타임> 21회의 한 장면 ⓒ MBC


촬영 기간 내내 함께 부산에서 지냈던 <골든타임> 팀의 우정이 각별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 여기에 권석장 감독의 전작 <파스타>로 뭉친 인연들이 다시 한 번 재회했다는 점도 이들의 우정을 설명해 주는 이유다. <골든타임> 팀의 <파스타>에 대한 오마주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상기는 "첫 회에서 이민우(이선균 분)가 파스타를 먹는 신도 재밌었다"며 "우리끼리는 부산에서 파스타 요리사가 화상을 입어서 실려 오는데 그게 카메오로 출연한 공효진이면 재밌겠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고재원(허태희 분)이 저에게 '오늘 구내식당 메뉴가 파스타다, 유명한 셰프가 왔다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찍기 전에 태희와 선균이가 쑥덕거리더니 그렇게 한 거죠. 저는 훈훈한 선배 역할이라 안 되고, 재원은 까불까불하게 사람들하고 친한 역할이어서 재원이 말하는 걸로 됐어요. 원래 감독님은 진지하게 가자고 하셨는데, 촬영 막바지라 그런지 감독님이 그 정도는 봐주시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골든타임> 팀의 우정을 보여주는 부분은 서로 '대사 품앗이'를 했다는 일화에서도 발견된다. 조상기는 "연기자가 자기 대사를 나눠주는 게 사실은 참 힘든 일이다. 한 마디라도 더 하고 한 신이라도 더 나오고 싶은 게 배우들의 욕심이지 않나"라면서도 "그런데 <파스타> 때부터 <골든타임> 때까지 그런 훈훈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파스타> 때 태희네 어머님께서 모니터하시다가 '너무 네가 적게 나온다'는 말씀을 하셨대요. 그 얘기를 듣고 당시 스크립터 누나에게 가서 '대사를 나누자'고 했죠. 이번 현장에서도 그게 이어졌어요. 지민 누나(송경화 역)도 같이 다니는 우동이(김준표 역)에게 대사를 주고, 애드리브도 살려주고. 성민이 형(최인혁 역)도 '정형외과 쪽 이야기는 성진이가 하는 게 좋겠다'고 하시면서 저에게 대사를 나눠주셨고요."

[소품의 비밀] 마니아들 사이서 화제 된 그것들, 사실은

 MBC <골든타임>의 재미를 더해준 '깨알 같은' 소품들

MBC <골든타임>의 재미를 더해준 '깨알 같은' 소품들 ⓒ MBC


<골든타임>은 실제를 방불케 하는 세트 자체로도 한 차례 화제를 모았다. 조상기는 "응급실에서 수술장까지의 직선거리가 50m에서 60m 정도 되는 덕에 한 번에 환자가 실려 가는 모든 과정을 찍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리얼리티가 있었던 것 같다"며 "7천만 원짜리 수술침대가 3~4대 정도였던 데다 도합 백억 원 정도 되는 수술도구들도 있어서 세트장에 무인경비장치도 있었다"고 전했다.

<골든타임> 마니아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소품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13회에 등장한 '곰돌이 푸' 미니 선풍기와 23회에 등장한 엄지 모양 인형, 그리고 20회에 등장한 초코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방송 이후 이 소품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대부분 배우들의 '애드리브'였다는 것이 조상기의 설명이다.

"미니 선풍기는 메이크업하는 스태프의 것이었어요. 너무 더워서 부산 국제시장서 샀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매일 분장대 위에 놓여 있었는데, 어느 날 그게 등장한 거죠. (웃음) 마지막 회의 엄지 모양 인형은 지민이 누나가 어디서 구했다면서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해도 될까?' 하시더라고요. 다들 '한 번 해 보고, 별로면 쓰지 말자'고 했는데 방송에 나왔고요.

다만 우동이가 지민 누나에게 건넸던 초코바는 이윤정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대요. 감독님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준비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지민 누나는 '이걸 어떻게 받아야 하지? (둘이) 연결되는 거 아냐?'라고 하기도 했어요. (웃음) 드러나지 않지만 시청자가 해석해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신 것 같아요. 그렇게 현장에서 의도치 않게 생겨난 것들이 드라마라기보다는 영화를 찍는 느낌을 줬죠."

[쪽대본의 비밀] "대학 때도 잘 않던 즉흥연기를 지상파서..."

 MBC 월화드라마 <골든타임> 포스터

MBC <골든타임> 포스터 ⓒ MBC


한국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수차례 공론화된 '쪽대본' 이야기도 피할 수 없다. 다행히 <골든타임>의 경우 부산에서 모든 배우들이 모여 촬영한다는 점이 플러스 요인이 됐다. 조상기는 "그렇게 모여 있지 않았으면 현장에서 그런 작품을 못 만들었을 수도 있다"며 "언제 불려나올지 몰라 (각 배우) 매니저들이 긴장을 놓지 못하고 전화기만 붙잡고 있었다"는 웃지 못 할 뒷이야기를 전했다. 

"효섭이 형(김민준 역)도 실제로는 'NG 대마왕'이었어요. 잠을 못 주무시면서까지 준비를 하는데도, 대본이 안 나오니까 힘들어하시는 거예요. 결국 2~3주 지나고는 마음을 비우고 나오셨죠. (웃음) 선배들이 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고 후배들 앞에서 대본 외우는 모습 잘 안보이시는 분들인데, 여기선 과장들의 대사가 많으니까 평소처럼 농담도 안 하시고 대본만 맞춰보시더라고요.

현장에서 NG에 대한 걸 그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나중엔 대본 잘 외우는 성민이 형이나 선균이도 그랬고. 저도 암기는 잘 하는 편인데 힘들더라고요. 환자 역할로 나오는 분들도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인데 현장에만 오면 다들 NG를 내시는 거예요. (웃음) 마지막엔 배우들도 '대학 때도 잘 안했던 즉흥연기를 공중파 미니시리즈에서 또 언제 하겠나'면서 즐겼어요. 배우들도 자문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들도 작가가 된 작품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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