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R로 접어든 2012~2013 여자 프로농구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우리은행이 29일 경기 전까지 단독 선두에 올라있는 것도 그렇고 전통의 강호였던 신한은행이 2위로 내려온 것 역시 흥미롭다. 여기에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에 있던 KDB와 하나외환의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중위권 팀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이렇듯 각 팀 간의 전력 평준화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은 역시 외국인 선수 제도의 부활이었다. 외국인 선수가 가세하면서 전체적인 팀의 전력차이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시즌 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김수연까지 빠진 상황에서 외국인 센터 리네타 카이저의 발목 부상으로 빠지게 된 KB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물론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도 있었지만,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었다는 것이 KB에게는 악재였다. 따라서 카이저 없이 그가 돌아올 때까지 벋히는 것이 KB에게는 큰 과제였다.

카이저의 공백에 해법을 제시한 KDB전 

WNBA 출신에 KB에서의 9경기에서 18.2점 12.1리바운드 1.2블록이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카이저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게다가 농구는 높이의 스포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높이의 우열에 따라서 승패가 갈리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차피 하드웨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센터의 부재는 KB에게는 피할 수 없는 악재였다. 따라서 다른 방법에서 길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법을 보여준 경기가 KDB와의 연전이었다.

카이저 없이 맞이한 첫 맞대결이었던 12월 22일(토) 청주 홈 경기에서는 62-82로 완패했다. 리바운드에서도 28-38로 완벽하게 밀렸지만, KDB 신정자(19점)-김보미(18점)-한채진(14점)-김진영(13점)-로빈슨(12점)에게 내-외곽에서 대량 실점을 한 것이 원인이었다.

변연하(23점 3점슛 2개 8리바운드와 강아정(14점)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무엇 보다 카이저가 없다보니 선수들이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이틀 만에 만난 24일(월)경기는 정반대였다. 22일 경기와 크게 봤을 때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KB는 공격에서 다양화를 모색했다. 내-외곽을 휘저은 변연하(26점 3점슛 3개 7리바운드)의 활약 속에 정선화(14점 5리바운드)-강아정(9점 3리바운드)-정미란(6점 8리바운드)-박세미(8점 3점슛 2개)가 고른 활약이 펼쳤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로빈슨(23점 20리바운드)과 신정자(7점 16리바운드) 더블 포스트가 벋힌 KDB를 상대로 선전했다. 이날도 리바운드에서는 25대45로 절대적으로 밀렸으나 나름대로 확률 높은 공격을 가져가면서 승리를 거둔 것이었다.

결국 KDB와의 두 경기에서 봤듯 리바운드의 열세라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정선화가 공격보다는 수비적인 측면에서 골밑을 잘 지켜주고, 변연하,강아정의 득점이 터져야 한다는 모범 답안을 얻은 것이었다.

카이저의 공백에도 선전한 KB 

우리은행도 결코 높이를 무시할 수 없는 팀이었다. 외국인 센터인 티나 톰슨은 물론이고, 양지희 배혜윤의 높이 역시 만만치 않았다. 거의 정선화 혼자서 포스트를 지켜야 하는 KB 입장에서는 버거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KB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 원동력은 '3점슛'이었다.

홍아란의 3점으로 첫 공격을 성공한 KB는 변연하의 3점포 두 개로 외곽에서 일단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갔다. 여기에 카이저에 밀려 출장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던 토종 센터 정선화의 활약이 빛났다. 특히 과감한 골밑 돌파로 티나 톰슨을 1쿼터 종료 32.8초를 남기고 파울 트러블에 걸리게 한 것 역시 괴외 소득이었다. 상대적으로 우리은행이 외국인 선수가 빠진 KB를 쉽게 본 것도 있었지만, KB 선수들의 내/외곽 공격이 활발했다.

1쿼터부터 예열에 들어갔던 KB의 3점슛은 2쿼터 들어 폭발했다. 정미란의 3점포를 시작으로 강아정-정미란(2개)-변연하로 이어지는 3점포가 속사포처럼 터진 것이다. 그러나 정선화가 파울 세 개를 범해 골밑 수비를 도맡아 해야 하는 문제점 역시 있었다. 양지희와 배혜윤 두 빅 맨에게 너무 많은 점수를 내준 것이었다. 게다가 골밑에서 파생되어 나온 찬스를 김은경이 3점포 두 방으로 살려준 것 역시 KB에게는 악재였다.

한 마디로 전반에만 8개의 3점슛을 앞세워 선전했지만, 우리은행 주전의 고른 활약 속에서 고전한 것이었다.

티나 톰슨의 재투입으로 무너진 KB

잘 벋힌 전반에 비해 후반 들어서 KB의 추격전은 힘겨웠다. 우리은행이 깜짝 기용한 김은경에게 연속 득점을 내주면서 고전한 것. 한 때 정선화의 골밑 득점과 변연하의 3점포로 49-49 동점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정선화가 3쿼터 종료 3분 15초를 남기면서 네번째 파울을 범하면서 급격히 분위기는 우리은행 쪽으로 흘러갔다. 박혜진,임영희,배혜윤의 고른 득점을 앞세워 우리은행은 3쿼터 들어 59-53으로 리드를 이어갔다.

나름대로 카이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화끈한 공격을 앞세워 3쿼터까지 선전했던 KB. 4쿼터 들어서도 끈질기게 박세미와 정선화의 득점을 앞세워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1쿼터 파울 트러블에 걸린 이후 대부분을 벤치에 머물던 티나 톰슨이 4쿼터 3분 56초가 경과한 상황에서 투입되면서 분위기는 우리은행 쪽으로 넘어갔다. 톰슨이 골밑에서 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4쿼터 3분 34초를 남기고 67-57 10점차까지 점수차가 벌어진 것이다.

다급해진 우리은행은 내-외곽에서 활로를 찾아보려 했지만, 카이저가 없다보니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성공률 역시 떨어졌다. 경기 역시 71-57 우리은행의 승리로 마감됐다.

결국 이날 경기 전까지 3점슛 성공률 1위(31.98%)에 63.76득점으로 공격지향적인 KB 입장에서는 괜찮은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마다 카이저의 공백은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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