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서울 논현동 어뮤즈 사무실에서 만난 박상근 대표가 배우 성유리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누나>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누나>는 어뮤즈가 배급하는 영화다. ⓒ 이정민
CJ도 쇼박스도 롯데도 들어봤다. 대중적인 국내 대형 배급사. 하물며 지난해부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NEW까지. 이제 영화 좀 안다는 관객들에게 다 친숙하다.
그런데 어뮤즈?!(
www.amusefilm.com). 이곳은 2009년에 설립한 이후 300여 편에 이르는 단편영화를 배급한 배급사다. 직접 단편영화를 만들어보지 않았다면 알기까지 다소 오랜 시간이 들었을지 모르는 '어뮤즈'는 단편영화를 시작으로 작은 사이즈의 장편영화도 배급하고 제작도 함께하고 있는 배급·제작사다. '어뮤즈'의 젊은 박상근 대표를 만나 이 회사를 낱낱이 해부해 본다.
- '어뮤즈'라는 회사는 언제부터 시작된 거죠? "2009년에 제가 동국대 영화학과를 졸업한 이후 그해 3월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한 마음이었어요. 제가 '제작 전공'이었는데 제가 학교에 다니면서 만들고 주위에서 만든 단편영화를 보면 분명히 재미있는데 사람들에게 보일 기회가 없었어요.
단편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재미있고 가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가치 있는 영화들을 세상에 많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처음에는 이런 회사를 알리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300여 편의 단편을 배급했는데, 초반에는 굉장히 힘들었어요. 일단 어뮤즈라는 곳을 모르는 분들이 많았어요. 인디스토리만 단편을 배급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그 후발인 우리 회사는 인지도를 형성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영화제마다 다 찾아다니고 영화를 보고 좋은 작품이 있으면 감독님에게 찾아가서 배급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리는 형태로 차츰 시장을 뚫었습니다. 4월에 처음 참가했던 영화제가 서울 국제여성영화제였습니다. 가서 작품들을 많이 만났어요."
▲ "성유리씨의 <누나>가 끝나면 이후 장편배급할 작품은 <미스진은 예쁘다>입니다"
ⓒ 이정민
- 그동안 배급한 단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단편은 무엇이었나요. "단편배급하고 싶었던 작품 중에 감독님 댁 앞에 3번을 찾아간 적이 있었어요. 박미희 감독님 <불온한 젊은 피>였습니다. 무척 도전적인 영화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때 당시 저의 심리상태랑 비슷하기도 했고요. 도전이라는 마인드가 컸는데, 그 영화 역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감독님은 당연히 어뮤즈가 어떤 곳인지 몰랐고 제가 설득 끝에 작품을 배급하게 됐습니다."
- 단편을 배급하면 수익은 좀 생기나요. "사실 수익을 내는 게 단편의 목적도 아니고 우리 회사도 그것을 근본으로 하지 않습니다. 수백 년, 수십 년이 지나도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영화계를 이끌어 가시는 것은 아니잖아요. 저희가 배급한 단편영화 감독님들 분 중에서 그분들의 뒤를 이을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그런 흐름 속에서 같이 가는 동반자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감독님들도 외로울 수 있거든요.
사실 배급을 하지 않고 지속해서 누군가가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영화제를 꼬박꼬박 챙기기도 여러 통로로 보이기도 힘이 듭니다. 공들여서 만든 작품이 책상 서랍 속 외장 하드에 들어 있게 되는 것이죠. 얼마나 공들여 만든 작품인데요. 그런 작품에 유통기한을 늘여주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게 유통기한을 늘여주면서 시기가 가면서 수익구조도 분명히 나는 곳이 있으면 나눌 수 있고요. 그 수익이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 "어뮤즈 장연희 배급팀장님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 이정민
- 단편영화를 어느 곳에 유통하는 거죠?"기본적으로 자체 모니터링을 한 이후에 배급하게 되고요. 결정이 되면, 1년에서 1년 반 정도는 영화제 위주로 진행시킵니다. 영화는 스크린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것이잖아요. 우선 스크린에 상영될 수 있는 곳, 영화제에서 선택돼서 상영될 수 있는 고유의 목적을 지켜드리는 게 1차적입니다.
2차적으로 1년 반의 시간이 지나면 합법적인 다운로드 시장의 디지털 판권을 진행합니다. 각종 포털사이트(다음, 네이버, 곰)나 IPTV에 단편을 유통합니다. 포털에 배포하기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감독님과 상의해서 하지 않기도 하고요. 인디플러그가 자체적인 사이트를 갖고 있어서 거기서 볼 수도 있고 KBS 독립영화관, 방송통신대학 독립영화관에서 보실 수도 있습니다."
- 단편영화를 영화제 스크리닝 이외에 영화관에서 개봉돼서 볼 수는 없나요. "민간 독립영화 전용극장 '인디스페이스'에서 한 달에 한 편씩 개봉합니다. 최근에는 소이씨 주연의 <오하이오 삿포로>를 개봉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인디스페이스에서 힘을 써서 해주는 것인데 점차 더 나아지고 있습니다. 금전적인 것을 떠나서 단편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죠. 점차 나아지도록 노력해야겠죠."
▲ "2010년에 첫 장편 배급을 했는데요 <꽃비>였습니다. 4.3을 다뤘고 감독님도 제주도 출신 감독님이었습니다."
ⓒ 이정민
- 단편영화 배급 이외에 다른 일은 없나요. "올해 처음으로 영화 하나를 제작했습니다. 김주환 감독님의 영화 <코알라>입니다. 단편배급을 근간으로 그 외에 작은 사이즈의 장편상업영화도 배급했었습니다. 제작은 <코알라>가 첫 작품이고요."
- 왜 <코알라>를 2012년 어뮤즈 제작의 첫 작품으로 하게 됐나요. "<코알라>는 청년 창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아는 동생들과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알라>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아주 예쁜 감성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 첫 장편 제작은 저희가 배급을 했던 단편영화 감독님들 중에서 하고 싶었는데요. 김주환 감독님의 작품이 먼저가 됐습니다."
- '어뮤즈'에서 단편영화를 배급한 감독들이 어뮤즈에서 다시 장편감독 신고식을 치른다는 것도 의미가 있네요. "이 시장에서 CJ 롯데 쇼박스가 하는 역할이 있다면, 저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여기를 디디고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분들을 만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김무열씨의 <개들의 전쟁>은 홍보 마케팅을 맡았고요 배급은 롯데에서 했습니다" ⓒ 이정민
- 앞으로도 꾸준히 제작도 함께할 생각인가요."배급을 시작하면서부터 영화를 만드는 게 제 목표였습니다. <코알라>는 제가 하고 싶은 것에 한발 가게 된 작품입니다. 스톱이 아니라 계속 고(Go)입니다."
- 2013년도 소망이 있다면요. "내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은 어뮤즈 작품만 모아서 개봉을 했으면 좋겠어요. 미쟝센 영화제처럼 섹션을 묶어서 하면 좋을 듯합니다. 저희가 배급한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습니다.
또 배급할 때마다 늘 강조하는 것은 관성화 된 배급시스템 말고 어뮤즈만이 할 수 있는 것 딱 한 가지씩 더 붙여서 가자고 해요. 새롭게 시도되는 것 하나씩 더 찾아서 붙여 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향이 될 것입니다."
▲ 12일 오후 서울 논현동 어뮤즈 사무실에서 만난 박상근 대표가 사무실에 정리되어 있는 많은 단편영화 필름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뮤즈'는 단편영화, 독립장편, 애니, 다큐 등 장르와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배급하고 있는 영화사다. ⓒ 이정민
박상근 대표의 '오마이 프렌드'는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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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대표는 '오마이 프렌드'로 인디스토리 곽용수 대표를 꼽았다. 박 대표에게 그는 이 업계에서 마음 터놓고 속내까지 털어놓고 의논할 수 있는 스승 같은 존재라고.
"진짜 저한테 스승 같은 분이세요. 주위에서는 경쟁 관계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말 경쟁할 게재도 되지 않습니다. 제가 단편 배급을 해보니까 이걸 10년 넘게 한 이 분은 정말 어떤 분일까. 1년 지나고 이 분을 뵙고 많은 조언을 들었는데 정말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버틸 수 없는 그런 일을 하고 계세요.
인디플러그의 고영재 대표님과 김정석 대표님도 정말 존경합니다. 고영재 대표님은 행동가로서 보여주시는 게 많고요, 김정석 대표님은 이 시장의 현안과 돌아가는 그런 것들 안에서 직언을 많이 해주시는 분입니다.
그 외에 어뮤즈 식구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매우 고맙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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