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달간 전 세계 축구팬들을 설레이게 했던 유럽 대륙의 축구대회 유로2012, 대망의 결승전이 7월 2일 3시 45분(한국 시각)에 키예프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렸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대결에서 스페인이 4-0 완승을 거두며 대회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두 팀은 대회 조별리그에서 한번 맞붙은 적이 있었고, 당시 경기는 한골씩 주고받은 후 무승부로 끝났다. 스페인은 당시와 똑같은 선발진과 포메이션인 제로톱 전술로 경기를 시작했고, 이탈리아는 당시 맞대결에서 3백을 선보였던 것과 달리 오늘 경기에선 4명의 수비수를 세우고 선발진과 전술에 변화를 주었다.
스페인의 연속골...전반전 이탈리아를 제압하다
전반 초반 기선을 제압한 것은 스페인이었다. 조별리그에서 만났던 경기와 달리, 스페인이 중원을 장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볼점유율을 높여갔다. 이탈리아도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펼치며 수비를 시도했지만, 스페인의 패스는 간결하고 정확했다.
스페인이 경기를 주도한 가운데, 이탈리아가 최전방의 발로텔리(맨체스터 시티)를 이용한 빠른 역습을 한 차례 시도했다. 스페인의 수비진 역시도 쉽게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먼저 골을 터뜨린 것은 스페인. 전반 14분의 비교적 이른 시각에 선제골을 넣은 주인공은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였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의 스루패스가 패널티박스 깊숙히 전달되었고, 이를 수비 뒤로 돌아서 침투한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가 받아서 짧은 크로스를 올려주었다. 이를 실바 선수가 골대 정면으로 달려들면서 헤딩슛했고, 공은 골대 구석으로 빨려들며 결승전 첫 골을 기록했다.
경기는 점차 이탈리아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전반 20분, 부상에서 회복하여 지난 준결승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활약했던 수비수 키엘리니(유벤투스)가 부상으로 교체아웃된 것. 예상치 못했던 교체카드를 이른 시간에 꺼내야만 했던 이탈리아는 골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활발하게 공격을 시도했다.
전반 25분 이후부터는 이탈리아의 공격시도가 잦아졌다. 왼쪽 측면을 위주로 공격을 시도한 이탈리아였지만, 스페인이 차분하게 잘 막아냈다. 28분 왼쪽에서 돌파한 카사노(AC밀란)가 슈팅을 시도했지만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 골키퍼가 잘 막아냈다. 이후에도 스페인은 무리하게 전진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전반 30분 이후 스페인의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고 수비가 느슨해졌다. 이에 이탈리아가 조금씩 볼점유율을 되찾기도 했지만 이탈리아가 공격시에 침착하게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스페인의 수비를 넘어서지 못했다.
전반 41분, 이윽고 기다리던 추가골이 터졌다. 실점 이후 계속된 이탈리아의 공세가 20여분간 계속되었으나 이를 막아낸 스페인의 역습이 두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스페인의 왼쪽 수비수 호르디 알바(발렌시아)가 후방에서 전력질주해 공격에 가담했고, 사비(바르셀로나)가 알바에게 정확하게 스루패스를 찔러주었다. 수비의 마크를 벗겨낸 알바가 가까운 골대 쪽으로 슛하여 골망을 흔들었다. 대회 내내 눈부신 선방을 보여주었던 이탈리아의 부폰(유벤투스) 골키퍼였지만, 이 날 만큼은 스페인의 정교한 슛에 반응하지 못했다.
전반전은 스페인이 완벽하게 만들어낸 두 골로 먼저 앞서가면서 우세한 상태로 종료되었다. 이탈리아는 상대팀의 집중마크에 발로텔리를 비롯한 공격진의 발이 묶이고, 피를로의 주특기인 긴 패스에 이은 역습이 통하지 않으면서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후끈 달아오른 후반전, 이탈리아는 선수 부상에 울상
후반전을 시작하며 이탈리아는 지난 맞대결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득점했던 선수인 디 나탈레(우디네세)를 투입하며 만회골을 노렸다. 후반전 경기 시작 직후 디 나탈레는 팀동료의 빠른 역습과 크로스에 이은 헤딩슛으로 스페인의 골문을 위협했다. 교체카드를 통해 활기를 불어넣은 이탈리아가 보다 왕성하게 공격을 시도했다.
스페인도 물러서지 않았다. 삼각편대의 공격진이 모두 패널티박스에 포진하여 활발히 침투를 시도하며 수차례 골을 노렸다. 이 과정에서 후반 6분경 스페인의 라모스(레알 마드리드) 선수의 헤딩슛이 이탈리아 수비의 손에 맞기도 했지만 심판은 고의성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패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이후 이탈리아는 더욱 어려운 경기를 펼치게 되었다. 후반 11분 교체투입된 티아고 모타(파리 생제르맹) 선수가 그라운드에 들어선지 4분 만에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다 들것에 실려나간 것이었다. 한 경기 최대 세명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한 이탈리아로서는 더 이상 선수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를 계속 진행해야 했다.
이탈리아는 전의를 상실한 모습이었다. 상대팀보다 수적으로 열세에 처하면서 체력적으로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따금씩 공격을 시도했지만 투박해진 드리블과 패스는 스페인의 촘촘한 수비에 걸려 대부분 차단되었다.
스페인이 다시 경기를 주도해가기 시작했다. 2선에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자신들의 체력을 유지하면서 이탈리아가 지치기를 기다리는 듯 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상황은 더욱 스페인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후반전이 진행되면서 결국 이탈리아 골문이 다시 열렸다. 교체투입된 토레스와 마타(이하 첼시 FC)가 각각 한 골씩 넣었다.
후반 38분, 상대 진영에서 공을 빼앗은 팀동료 사비가 스루패스를 넣어주었고, 이를 수비 틈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던 토레스가 가볍게 밀어넣었다. 이 골로 토레스는 유로2008 결승전 골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승전에서 득점한 선수가 되었다.
마타의 추가골이 나오기까지는 5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후방에서 긴 스루패스를 이어받은 토레스가 왼쪽으로 빠진 뒤에 중앙으로 패스를 연결해주었고, 이를 마타가 차넣으며 팀의 네번째 골을 만들었다.
'무적함대' 스페인, 유로2012 우승컵 들어올리는 감격 맛보다
이탈리아는 좋은 경기를 보여왔으나, 결승전에서 경기 도중 주축 선수들이 연이어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겪으며 결국 스페인의 차분한 경기운영의 벽을 넘지 못했다. 대회동안 멋진 선방을 보이던 부폰 골키퍼와 탄탄했던 이탈리아 수비진이 네 골이나 허용하면서 팀이 무너지고 말았다. 공격수 발로텔리도 아쉬움에 울먹였고 이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반면 스페인은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업적을 달성하게 되었다. 유로2008 우승,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에 또 다시 유로2012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월드컵보다 우승하기 힘들다는 유로대회를 2연속 우승하는 쾌거이기도 했다.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의 1실점을 제외하고 토너먼트에서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탄탄한 수비를 자랑했다. 지난 대회에서도 보여주었던 짠물수비가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그리고 간판 골잡이 다비드 비야와 수비의 핵 카를레스 푸욜(이하 바르셀로나)등의 노장 주축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젊은 선수들의 조합 만으로 대회를 우승하면서 세대교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또한 전술면에서도 결승전에서 다시 제로톱 전술로 이탈리아를 격파하면서, 스페인이 이번 대회에서 꺼내들었던 제로톱 전술이 성공적으로 팀에 녹아들면서 우승을 차지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게되었다.
스페인 선수들은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으며 경기장에 찾아온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누었다. 라모스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지난 몇 년간 경기 도중 쓰러져 사망한 스페인 팀동료들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추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로써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공동개최로 시작되었던 유럽의 축구 축제 유로2012는 스페인의 우승으로 그 화려한 막을 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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