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에 출연한 한 참가자는 오디션에서 불합격한 이후, 욕설을 하며 기물을 파손했고 카메라는 이를 고스란히 담았다. 방송 이후 참가자는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면치 못했고, 이 참가자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제작진이 시켜서 한 것"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지만 이후 다시 "재미를 주기위해 스스로 한 인위적 행동"이라고 공개사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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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항목에 대해 A 교수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 침해 및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나, 일체의 법적 청구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뒤따르고 있다"며 "이 또한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공중파 방송은 사회적 자산인데, 국민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대한 청구 소송' 등 기본적인 권리를 포기하라고 각서까지 강요하는 것은 강자의 지위를 남용한 것이다"라고 일침을 했다.
"동의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부터 출연자 보호 위한 것"한편, < K팝 스타 >제작진과 법조계 전문가들은 인권 전문가들과는 입장 차이를 보였다.
< K팝 스타 >의 연출을 맡고 있는 박성훈 PD는 지원자 동의서에 대한 이러한 지적에 대해 "기본적으로 그 항목들은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 등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의 동의서를 참고한 것이다"라며 < K팝 스타 >에만 화살을 돌릴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항목을 만들 때 SBS 법무팀과 충분히 의논을 거쳤다"라고 말했다.
SBS 법무팀의 박진선 변호사는 "한정된 시간 내에 많은 지원자를 촬영해서 내보내야 하는 오디션의 특수성을 볼 때, 법적으로 부당한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현실적인 문제를 토로했다. 박 변호사는 "오히려 이러한 조항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는 것은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사전 고지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출연자를 보호하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전문가들 역시 "통상적인 방송사의 출연 계약서다"라는 의견이다. 법무법인 정세의 한상혁 변호사는 방송사의 저작권 독점에 대해 "출연자는 출연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뿐,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은 제작자에게 있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출연자의 법적인 청구 소송 금지 항목에 대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부분적인 사생활과 인격권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을 인권침해라고 지적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만약 여기에 동의할 수 없으면 프로그램 참가를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임상혁 변호사 역시 "오디션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방송에 출연했을 때 협조 의무가 있는 조항들이다"라고 말했다. 두 변호사가 문제시한 부분은 '가족 친지 주변인에 대한 인터뷰 및 촬영에 대한 동의 보장' 정도다. 임상혁 변호사는 "출연자에게 본인 이외의 제3자에 대한 동의를 받는다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K팝 스타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의 한 장면.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보아가 참가자 김나윤에게 혹평을 하고 있다.
SBS
"귀하는 심사위원의 심사결과에 대해 일체의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며, 본 오디션의 진행 사항에 대해 일체 외부에 발설할 수 없습니다." (제 10항)이 동의서에서는 방송사의 권리에 대한 동의를 구할 뿐, 오디션에 참가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심사결과에 대한 일체의 이의제기를 금한 항목에 대해 A 교수는 "최소한 불합격한 경우, 그 이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가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갑을 관계에서 을이 되는 사람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지위를 이용한 강자의 횡포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제작진도 강조했듯, 이것이 < K팝 스타 >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마이스타>가 입수한 것이 < K팝 스타 >의 동의서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항목은 대개 비슷하다. 앞서 MBC 아나운서 공개채용을 오디션 프로그램에 접목시킨 <신입사원>의 동의서가 노예계약을 방불케 한다는 비판이 있을 때도, 지적사항은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관련기사:
<무례한 MBC <신입사원>, 지금 노예 뽑나요?>)
과연 모든 방송사가 통상적으로 출연자와 맺어온 일반적인 계약이라는 사실이 이 거래의 공정함을 담보할 수 있을까? TV에 나와 스타가 되기 위해 출연자가 '을'의 위치에서 감내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크다. 프로그램은 출연자로 인해 발생한 이슈와 잡음을 먹고 자라지만, 비난은 대개 개인의 몫이 되는 경우는 지금까지도 적지 않게 있었다. 불편한 진실은 그 부담을 감수하는 이유인 '스타'가 되는 길은 수많은 출연자 중 굉장히 소수에게만 허락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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