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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5월 16일 연장 15회까지 가는 혈전. 당대 최고의 투수로 불리었던 故최동원(전 한화2군감독)과 선동열(KIA 감독)의 승부를 그린영화 '퍼펙트게임'이 영화계를 떠나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화재다.

이미 고교시절과 대학시절 최고의 주가를 달리며 아마롯데를 거쳐 고향 팀인 롯데에 입단했던 최동원은 전성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선동열과의 승부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고 이는 지금도 과연 누가 최고였을까? 라는 물음표를 던질 만큼 위대한 투수였다. 반면, 고교시절과 대학시절 최고라는 찬사를 받기에는 2프로 부족했던 선동열은 우여곡절 끝에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프로무대에서 확실한 진가를 발휘했다.

그렇다면 이미 팀의 에이스를 넘어 팀의 기둥이나 다름없었던 이 둘의 실제 맞대결은 어떠했을까?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은 알려진 대로 총 3차례였고 장소는 공교롭게도 모두 부산이었으며 승부는 1승1무1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만약, 둘 중 누구라도 한명이 무너졌다면 지금쯤 한국야구의 역사는 또 다르게 흘러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80년대 쌍벽을 이루었던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이 영화로 제작될 만큼 프로야구 팬들에게 있어 에이스간의 맞대결은 최고의 흥행카드를 떠나 팀 간의 자존심으로 비유되기에도 충분하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투수로 불리었던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 이후 불행하게도 우리는 더 이상 에이스의 맞대결을 볼 수 없었다. 어쩌면 최동원과 선동열이라는 두 거목에 비유할 만큼 확실한 에이스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비 때문에 날아간 맞대결 류현진-김광현

근래 들어 최동원-선동열 이후 최고의 에이스를 꼽는다면 단연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K) 그리고 윤석민(KIA)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맞대결은 어떠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류현진과 김광현의 맞대결은 없었고 윤석민만이 정규시즌에서 김광현과 류현진을 상대로 각 한 차례씩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해 5월 23일 SK와의 경기를 앞둔 대전구장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미 리그선두를 질주하며 2009시즌의 아픔을 잊기 위한 SK와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는 한화와의 맞대결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웠지만 바로 이날 선발투수로 예정된 투수가 국가대표 에이스 류현진과 김광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었던 SK 김성근감독은 류현진-김광현의 맞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팀 성적이 바닥을 밑돌며 1승이 급했던 한화 한대화감독 또한 굳이 둘의 맞대결을 피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둘의 역사적인 맞대결은 이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하늘은 아직 둘의 승부를 원치 않았고 결국 경기가 비로 취소되며 둘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맞대결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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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타선 때문에 울고 타선 때문에 웃었다

정규시즌에서 유일하게 김광현과 류현진을 상대로 한 차례씩 맞붙었던 윤석민은 타선에 울고 웃었다. 2005년 프로데뷔 후 2년 동안 불펜에서 활약하다 2007년 선발로 전환한 윤석민은 그해 5월 13일 광주에서 슈퍼루키 김광현과 마주했다. 이미 입단 전부터 류현진을 이기겠다고 공언하며 관심을 불러 모았던 김광현은 이날 윤석민을 상대하기 전까지 5차례 선발로 나섰지만 승리 없이 2패만을 기록하며 프로의 벽을 실감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두 선수가 지금처럼 팀을 떠나 국가대표 에이스로 거듭 날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지만 둘의 맞대결은 첫 완투패와 프로데뷔 첫 승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윤석민은 SK타선을 상대로 9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고개를 숙였고 6이닝 2피안타 4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던 김광현은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조웅천-정우람-정대현이 2점을 끝까지 지켜내며 경기는 SK의 2-0 승리로 끝났고 윤석민은 프로데뷔 첫 완투패를 김광현은 프로데뷔 첫 승을 거두었다.

윤석민이 김광현과의 맞대결에서 타선 때문에 울었다면 반대로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는 타선 덕에 웃었다. 같은 해 8월 21일 광주에서 이번에는 류현진과 맞대결을 했던 윤석민은 7이닝 8피안타 3실점한 뒤 비교적 호투하며 마운드를 내려왔고 류현진도 7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윤석민을 압도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2007년 타격 꼴찌 팀 KIA에게 있어 경기후반 2점은 너무도 큰 점수였고 누구나가 한화의 승리를 예측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승부는 그렇게 쉽게 결정 나지 않았다. KIA 타자들은 류현진이 내려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8회 대거 4점을 뽑으며 대 역전극을 펼쳤고 경기는 결국 KIA의 5-4승리로 끝났다. 류현진으로서는 다 잡은 승리를 날리며 쓴웃음을 지었지만 윤석민은 패전의 멍에에서 벗어나 두 선수간의 맞대결은 결국 승패를 기록하지 못 했다.

투수 빅3 2012년에는 맞붙을 수 있나?

그렇다면 2012년 이른바 투수 빅 3로 불리는 류현진-김광현-윤석민의 맞대결은 성사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들의 맞대결도 2-30년이 흐른 뒤 최동원-선동열의 맞대결처럼 영화로 제작되기에 충분한 소재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에이스의 맞대결을 굳이 좋아할 감독이 없는 것이 우리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감독입장에서 '에이스의 등판=승리'라는 공식을 버리기는 쉽기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에이스간의 맞대결에서 자칫 패하기라도 한다면 이는 팀 전력을 떠나 팀 분위기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감독과 당자사들 입장에서는 맞대결이 사실상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팬들은 이들의 맞대결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최동원과 선동열이 끝내 무너지지 않았듯이 그래서 아직도 누가 최고냐라는 논란에 휩쌓여 있듯이 이들 빅3의 맞대결도 승리를 떠나 자존심을 떠나 2000년대 그리고 2010년대 최고투수가 누구였나 하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윤석민과 김광현의 맞대결은 2011년 10월 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또 한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정규시즌이 아닌 KIA와 SK의 2011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었다. 당시 윤석민은 SK를 상대로 9이닝 3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두었고 부상에서 돌아온 김광현은 4와 2/3이닝동안 4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다음 등판을 위해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패전의 멍에를 쓰고 말았다. 경기는 KIA의 5-1승리로 끝났다.
퍼펙트게임 윤석민 류현진 김광현 투수 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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