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 박해일이 주인공이 아니었잖아!

[리뷰] 영화 <최종병기 활>, 주인공인 활을 보면 역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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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종병기 활>의 기세가 무섭다. 처음 제작 발표회를 할 때만 하더라도 긴가민가 했던 영화가 시사회 때 호평을 받더니, 최근에는 올 여름 최고의 화제작이라던 <7광구>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엔 관객들의 입소문이 최고임을 입증하고 있다. 관객들은 무엇 때문에 영화 <최종병기 활>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영화 <최종병기 활>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피드다. 영화는 매우 빠르다. 등장인물들은 상영 내내 시종일관 달리며, 줄거리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우 단출하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군이 쳐들어와 동생을 끌고 가자 그 오빠가 끝까지 쫓아가 동생을 구한다는 아주 짧고 간결한 이야기.

물론 영화가 이렇게 단출해지는 것과 관련하여 김한민 감독은 꽤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스스로 밝혔듯이 감독은 병자호란과 임진왜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 3부작'을 생각했는데, 이번 영화는 그 중 병자호란을 다룬 영화로서 처음에는 '활'보다 병자호란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인조반정과 그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일어난 전쟁 병자호란.

영화 곳곳에는 감독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하고 싶었던 말들이 언뜻언뜻 드러난다. 비록 자막의 형식을 빌었지만 감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병자호란은 당시 조정의 잘못으로 일어났지만 결국 고통을 받은 건 민초들이었으며, 국가는 청군에게 이끌려 만주까지 끌려간 백성들을 보호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도망쳐 오는 백성들을 배신자라며 내치는 몰염치한 행위를 저질렀다.'

아마도 감독은 당시 조선을 빗대어 현재의 우리 모습을 성찰하고자 했을 것이다. 겉으로는 자랑스러운 조국을 외치지만 복지와 같은 국가의 할 일은 정작 각 개인들이나 가정에게 미뤄버리는 형편없는 국가.

그러나 영화는 이와 같은 역사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제목 그대로 '활'이란 대상에 천착한다. 기존 사극들이 강박관념처럼 지니고 있던 정치적, 역사적 수사들을 최소한으로 한 뒤, 역시 기존 영화에서 항상 부수적이고 변방에 머물렀던 활 자체를 집중 조명하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오직 활만을 중심으로 질주하는 영화의 명징성.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의 줄거리 대신 그 볼거리, 즉 영화가 내세운 액션에 몰두하게 된다.

활의 범상치 않은 위력 보여주는 <최종병기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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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을 무한 질주하게 만드는 영화 <최종병기 활>. 물론 그 중심에는 활이 있다. 영화는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활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볍게 깨버린다. 왠지 낡고 촌스러우며 연약한 느낌의 활을 다른 시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그 매력을 극대화한다. 화살이 날아가는 경쾌한 소리와 목표물을 맞추었을 때 들리는 그 둔탁한 소리의 쾌감.

사실 그동안 활은 부수적인 무기로서 폄하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동이족이라 하여 우리 스스로를 활 잘 쏘는 민족이라고 치켜 세우기도 하지만 그것은 아주 오래 전 이야기일 뿐, 사극에 등장하는 활은 대부분 낡고 유약하다. 활은 임진왜란 이후 등장한 조총과 비교하여 화력이 딸리고 비효율적인 무기의 전형이 되었으며, 많은 작품에서 근대화에 늦어 외세에게 침략 받아온 우리 민족을 대표해 왔다.(영화 <신기전>의 경우, 주인공은 활이 아니라 화약이다.)

그러나 영화 <최종병기 활>은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영화는 활의 범상치 않은 위력을 보여줌으로써, 고대에서부터 심지어 오늘날까지 활의 명맥이 유지되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작고 가벼워 쉽게 소지할 수 있음은 물론이요, 말을 타며 쏠 수도 있고, 쏘는 사람에 따라 총보다 빠르고 더 위력적이며 치명적인 활의 위용. 관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보이고 들리는 활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활이 저렇게 매력적인 무기였던가.

영화 속 활의 또 다른 매력은 활이 그 활을 쏘는 사람을 그대로 대변한다는 사실이다. 목표물을 보고 단순히 방아쇠를 당기는 총과 비교하여, 활은 활시위를 당기고 목표물을 주시하고 활을 놓아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좀 더 적나라하게 사수의 현재 상태와 성정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과거 우리의 선조들이 활을 무기의 용도 외에 수련의 용도로 이용한 것과도 관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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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영화 속 활은 등장인물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최적의 역할을 한다. 우리는 前推泰山 發如虎尾(전추태산 발여호미 : 앞은 태산처럼 무게를 두고 시위는 호랑이 꼬리처럼 말아 쏘라)를 읊조리며 곡사와 애깃살을 쏘는 남이(박해일 역)에게서 들풀처럼 끈질기게 살아내는 조선 민초들의 삶을 읽으며, 막강한 육량시를 앞세운 쥬신타(류승룡 역)에게서는 갓 등장한 청나라의 저돌적이며 파괴적인 욕망을, 그리고 전혀 주저하지 않고 활 시위를 당기는 자인(문채인 역)에게서는 결코 수그리지 않는 조선 여성의 기개를 읽는 것이다.

(우리는 직선적인 역사관에 기대어 으레 총이 활을 대체했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활은 한동안 총과 공존했었다. 갓 개발되어 실전에 투입되기 시작한 총보다는 오랜 세월 동안 검증되어진 활이 효율적이었을 것이며, 또한 개인이 직접 제작하기에도 총보다는 활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영화 속 병자호란의 시대가 바로 그 때이다.)

만주어 대사 등을 통해 구현한 '사실성'... 관객들 몰입도 높여

영화 <최종병기 활>의 또 다른 인기 요인은 영화가 보여주는 그 사실성이다. 영화는 그 어떤 사극보다도 소품이나 시대상황에 대해 많은 고증을 거친 듯, 하나부터 열까지 낯익은 동시에 낯설다. 그리고 이는 스크린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관객들의 몰입을 도와준다.

우선 언어를 보자. 영화는 배우들의 대사 많은 부분을 이미 중국에서도 고어가 되어버린 만주어로 채우는데, 이는 작품의 현실감을 배가시킨다. 기존에 중국어나 조선어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에게 낯선 만주어를 들려줌으로써, 낯선 청나라 군대 등장에 당황했을 당시 민초들의 황망함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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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화는 병자호란 당시 민초들이 겪었을 온갖 만행들을 꾸밈없이 담담하게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관객들을 자극시킨다. 영화는 여타 사극들과 달리 대놓고 민족주의적 감수성을 건드리지 않는데, 대신 청군의 만행을 자세하고 진짜같이 묘사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조선백성들의 복수를 꿈꾸게 만든다.

예컨대 영화 초반 청나라의 기마병이 마을을 습격하는 장면을 보자. 말 그대로 경천동지. 하늘이 놀라고 땅이 요동친다. 영화는 전차가 개발되기 전까지 전장에서 가장 위력적이고 두려운 당시 기마병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함으로써 당시 민초들이 겪었을 공포와 좌절감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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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지는 승자의 잔학한 전리품 챙기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50만 명에 달하는 인질들을 만주까지 끌고가는 청군의 모습은 어쩌면 당시에는 흔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이를 실감나게 묘사함으로써 관객의 분노를 자아낸다. 영화는 단지 당시 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관객들은 조선 민초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임진강변에서 조선 민초들이 청군을 제압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때 관객들은 좀 더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요컨대 영화 <최종병기 활>은 역사적, 정치적 메시지를 최소화 하는 대신 당시의 전황을 사실성 있게 묘사함으로써 극의 긴장감을 높히고, 이로 인해 관객들의 호응을 좀 더 받게 된 것이다.

현재 영화 <최종병기 활>은 계속 질주 중이다. 짜증나는 일들이 많은 이 여름. 위 영화 한 편으로 더위를 날려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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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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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원이, 2026년에는 서울시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20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