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민영,   
시티헌터 출연

<시티헌터>에서 청와대 경호원이자 시티헌터가 사랑하는 여자 김나나를 연기했던 박민영을 9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민원기


<성균관 스캔들> 때부터였던가. 박민영에게는 생활력 강한 인물이 잘 어울린다. 넉넉한 집에서 어려움 없이 자랐을 것 같은 고운 얼굴인데도 그렇다. 연서를 대필해 돈을 버는 김윤희(<성균관 스캔들>)나 대리운전 아르바이트까지 마다하지 않던 김나나(<시티헌터>)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형' 캐릭터에 가깝지만, 안간힘으로 버틴다기보다 모든 일에 감사해하는 쪽이다. <시티헌터> 끝나자마자 쉴 틈도 없이 캐스팅된 드라마 <영광의 재인>에서도 박민영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발랄하게 살아가는 윤재인 역에 캐스팅됐다.

재인이가 되기 전 아직 김나나의 여운이 남아 있는 박민영을 9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얼마 전 화보 촬영차 하와이에 다녀 온 박민영은 하와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왔다. "나나를 비우면서 잘 쉬다 오라"던 <영광의 재인> 감독과 작가는 대본 4권을 건넸다. 다음 작품 때문에 선탠도 할 수 없었던 박민영은 대본 읽기와 수면을 반복하다가 돌아와 이제 막 숨을 고르고 있었다.

<시티헌터> 나나는 끝까지 씩씩했다

- 나나는 잘 떠나보냈나요? 쉴 시간도 없었을 것 같은데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천천히 하나씩 하는 스타일이라. 아직 재인이랑도 별로 안 친해졌어요. 나나도 아직 남아있고. 자연스럽게 그 친구는 가고, 이 친구는 오겠죠. 이번 스케줄 끝나면 2주 정도 휴가를 받기로 했는데 아직 뭘 할지 모르겠어요. 피부과 가고 다음 캐릭터 콘셉트 정하면 끝날 것 같은데요.(웃음)"

- <시티헌터>에서는 경호원이라는 역할 때문에 몸을 쓰는 장면이 많았어요. 이민호씨는 만신창이가 됐다고 하던데 박민영씨는 괜찮았나요?
"이민호씨에 비하면 새 발의 피죠. 한번은 유리창이 깨졌는데 유리 파편에 등과 다리를 맞았어요. '앗 따가워'하면서 뒤를 돌아보니까 그 친구는 피가 나더라고요. 조용히 구석에 가서 유리를 털고 와 괜찮냐고 물어봤죠. <시티헌터> 찍으면서 멍이 많이 들었지만 상처는 한 번밖에 안 났어요."

- 촬영 초기에 나나는 (부모님을 잃는 등의)상처를 극복하면서 입체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는데 끝나고 난 후에 이 캐릭터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중후반부터 감정선이 친절하지는 않았죠. 그래도 나나가 끝까지 씩씩했던 건 마음에 들어요. 윤성이에게 사랑을 가르쳐줬다는 큰 숙제는 잘 해결했다고 생각해요. 윤성이가 결국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오겠다는 말까지 하게 만들었으니 성공한 거잖아요. 하지만 자기 꿈은 못 이뤘어요. 경호원 그만뒀으니까요. 왜 그만둔지 아세요? 대통령 경호하다가 윤성이가 총에 맞으니까 총을 버렸잖아요."

- 마지막회에서 윤성과 나나의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처리됐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한 결말이 있나요?
"항상 캐릭터 보내줄 때 행복하게 잘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해요. 또 위험에 처할 거라고 생각하면 나나 못 보내고 재인이 못 들어와요."

"줄어든 멜로? 아쉽지만 서운하지는 않아요"

 배우 박민영
시티헌터 출연.

박민영은 "윤성과 나나 사이의 애절한 관계가 조금 더 잘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작품의 큰 그림을 생각하는 것이 배우로서 먼저였기 때문에 서운함은 없다"고 말했다. ⓒ 민원기

- 이민호씨는 결말 멜로 라인에 아쉬움이 있다고 했는데 박민영씨는 어땠나요?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겠죠. <시티헌터>에서 김나나가 윤성이의 영혼이 타락하는 순간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구원해준다는 것에 꽂혀서 하게 됐어요. 그 캐릭터를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사랑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애절한 관계가 조금만 더 잘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죠. 나는 <시티헌터>에서 사랑을 맡고 있잖아요. 복수가 아니잖아요.(웃음)"

- <시티헌터>는 연기하면서 예민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도 다루고 있었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나요?
"통쾌해서 더 보시지 않았을까요? 홈페이지에도 '이런 남자 있는 세상에서 살고싶다'라고 써있잖아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으니까 대리만족하는 것 같아요. 개개인이 나설 수도 없는 일인데 그런 걸 건드려주고 잘 만들어주니까. 어떻게 보면 모든 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게 유치할 수도 있는데 이입해서 보면 속이 시원했을 것 같아요."

- 그런 주제가 부각되면서 윤성과 나나의 멜로가 줄어들었다는 의견도 있어요.
"멜로도 중요했지만 풀어갈 내용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5인회 처단이라는 큰 숙제가 있었기 때문에 멜로만 없어진 게 아니고 개인사나 윤성이 캐릭터에 대한 설명 등, 마지막에 너무 바빠서 급했어요. 하지만 큰 그림을 생각하는 것이 배우로서 먼저였기 때문에 서운함은 가질 수 없을 것 같아요."

- 이민호씨와는 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서 러브신 감정을 잡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한 적이 있는데 기억에 남는 러브신이 있나요?
"버스 안에서 기대는 신이요. 내 꿈이었거든요. 그런 거 안 해봤어요. 소소한데 애틋함보다는 풋풋함이 묻어있는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았어요. 감정이입을 둘한테 하니까 윤성이랑 나나로 보이는 거예요. 서로를 생각해주는 게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진했을 때는 소파에서의 키스 미수 사건! 미수였기 때문에 좋았던 것 같아요. 키스를 하려다가 진표 아저씨(김상중 분)한테 전화가 와서 못했는데 나나가 아쉬움에 눈을 떴다가 감는 그 미묘함이 재밌었어요. 서로 마음은 알지만 내보일 수 없는."

"처음 이민호의 '시티헌터' 반신반의 했다"

 배우 박민영,
시티헌터 출연.

상대방의 연기를 보고 리액션을 하는 박민영은 "이민호의 스타일도 비슷해 호흡이 잘 맞았다"고 답했다. 박민영은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민호를 '중국왕자'라고 부른다. ⓒ 민원기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요?
"기억에 남는다기보다 마지막 공항신이 좋았어요. 원래 장소는 광화문이었어요. 1회 엔딩 때 광화문 광장에서 서로 다른 곳을 보며 끝났는데 마지막회 엔딩에서는 서로 바라보며 끝나는 거였죠. 근데 때마침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광화문 광장이 물바다가 됐는데 이순신 장군 혼자 서 계시는 거예요. 아쉽지만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내서 공항에서 찍었는데 그게 최선이었어요. 그래서 그 장면이 되게 감사하면서 인상 깊어요. 근데 유령설 나오고.(웃음) 나는 흰색을 좋아하고 민호씨는 검은색을 좋아하는데 마지막 장면이라고 서로 마음에 드는 색으로 입었더니 공교롭게도 흑과 백인 거죠. 나라도 빨간 옷을 입었으면 현실감이라도 있었을 텐데."

- 촬영 스케줄도 빡빡하고 경호원 역할이라 쉽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그래도 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언제예요?
"멋진 액션신이 나올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윤성이가 배낭을 메고 캡을 쓰고 액션을 할 때마다 장르물의 묘미를 느꼈죠. 특히 이민호씨가 계단에서 모자를 이용한 액션을 연출한 장면을 제일 좋아해서 칭찬도 해줬더니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처음에 사실 조금은 어설펐어요. '연출편집배경음악의 승리'라고 놀리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배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빨리 배워서 감탄했어요."

- 이민호씨는 박민영씨를 "상대와 같이 호흡하려고 하는 배우"라고 했는데 민호씨는 어땠나요?
"저는 맡은 캐릭터와 친해졌다 싶으면 상대의 말을 듣고 리액션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대본을 볼 때는 감이 잘 안 오는데 현장에서 리허설할 때 '이거구나' 느낄 때가 대부분이에요. 상대방 대사를 듣다가 제 대사를 까먹은 적도 있어요. 민호씨도 비슷한 스타일이에요. 성격적으로도 연기할 때는 진중하다가 평소에는 개구지거든요. 저도 그렇고. 막 던지는 개그 좋아해서 대기실에서 서로 비하하고.(웃음) 그런 것들이 잘 맞아 떨어져서 호흡도 잘 맞았어요.

사실 이민호의 시티헌터는 처음에 반신반의했어요. 저한테는 소년으로만 기억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근데 정작 만나서 바뀐 케이스예요. 생각이 깊은 어른이자 배우더라고요. 점점 갈수록 믿음이 생겼어요. 중국에서도 요즘 인기 많아서 '중국왕자'라고 놀려요.(웃음)"

재인이는 나나보다 훨씬 밝은 인물

- 휴식 없이 차기작을 바로 정해서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을 것 같은데요. 쉼 없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이번에는 정말 쉬고 싶었어요. <영광의 재인>은 시놉시스까지만 해도 막 하고 싶지 않았는데 작가님 필력이 있어서 대본이 재밌더라고요. 시놉시스보다는 대본을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대본에 힘이 있었어요. 이거 아깝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텀이 짧은 게 제일 문제지만 작가님이 내 연기 스타일이나 톤을 다 파악하고 방향을 제시해주더라고요. '명확한 그림이 있으니까 나를 선택하셨구나, 믿고 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 재인이는 어떤 인물이던가요?
"나나보다도 밝아요. 내 목소리 톤보다 훨씬 높여야 하고 말의 빠르기, 상대와의 호흡도 빨라야 해요. 재인이는 잠자는 시간 쪼개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등록금도 내야 하니까 한시 한시가 소중해서 말이 빠르고 명확하고 하이톤이 될 수밖에 없어요. 간호조무사가 된 재인이는 사람을 되게 사랑해요. 병원의 환자들도 재인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요. 대사에도 나오지만 '내 부모일수도, 형제일수도 있는데 안 도와줄 수 없다'는 거죠. 그렇다고 바보같은 천사는 아니에요. 나한테 도움이 되는 길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이끌려 가는 캐릭터죠."

-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나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아직은 필모그래피가 8개밖에 안 돼요. 안 해본 게 훨씬 많아서 다 해보고 싶죠. <영광의 재인>은 정극이고 가족극이기 때문에 안 해본 장르예요. 앞으로 코믹, 신파, 여러 사람이 함께 갈 수 있는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시티헌터>는 성격 좋고 재밌는 사람들이랑 촬영하니까 힘이 안 들더라고요. 좋은 사람들, 좋은 시청률도 남았고 여러 가지로 감사한 작품이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