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 나이처먹으면 '남일 참견' 자격증 나와?"

[현장] 손재곤 감독 신작 <이층의 악당> 언론시사회

 영화 <이층의 악당>.
영화 <이층의 악당>. ㈜싸이더스FNH

"이 작품에서 중요한 건 김혜수라는 배우와 제가 15년 만에 다시 만났다는 겁니다. (웃음) 95년 첫 영화 <닥터봉> 때도 남녀 주인공이었고, 이번에도 똑같다는 거~. 이건 굉장히 드문 일이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때 그 영화를 봤던 20대 관객은 이제 30대 중후반이 됐을 텐데, 예전의 추억들 갖고 오셔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한석규는 죽지 않았다. 감독들로부터 '연기기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손재곤 감독의 신작 <이층의 악당>에서도 맛깔 나는 명연기로 관객과 호흡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 <쉬리> <접속> <초록물고기> <넘버3> 등에서 달콤 쌉싸름한 카리스마 연기를 펼쳤다면 이번 작품에선 웃음까지 덤으로 선사한다.

 

 영화 <이층의 악당> 포스터.
영화 <이층의 악당> 포스터.㈜싸이더스FNH

무료한 일상 속에서 극도의 우울 증세를 앓고 있는 연주(김혜수 분). 그 집 2층에 세 들어 살며 이 집에 숨겨진 문화재급 도자기를 찾는 사기꾼 창인(한석규 분), 그리고 연주의 딸 성아(지우 분)는 왕년 우유 CF를 찍었던 모델이지만 학교에서는 못 생겼다는 비난을 받는 왕따 여중생이다. 결국 자살까지 시도한다.

 

또 창인이 찾는 도자기를 수중에 넣으려고 안달이 난 재벌 2세 하 대표(엄기준 분)는 아버지의 비자금에 손을 대 그에 준하는 '물건'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고군분투한다. 그에게 충성하며 아부하는 조폭 송 실장은 키높이 구두를 신지 않으면 안 되는 159cm 남자다. 어린이집 대문에 걸린 키자에서 키를 재며 분루를 삼킨다.

 

저마다 하나씩 뭔가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캐릭터들은 이 작품에서 화려한 대사로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한국 남자들은 나이 처 먹으면 남 일에 참견해도 된다는 국가 자격증이라도 발급돼요?"(연주)

"재벌2세들은 주머니에 1억씩 넣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5천은 돈 아니야? 하여간 우리나라엔 재벌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있어요."(하 대표)

"유럽연합 기준으로 하면 애 학교는 꼭 보내야 돼요, 학교 안 보내는 거 아동학대예요."(창인)" 

"사는 게 힘들어 죽으려고요."(여중생 딸)

 

한국사회에 만연한 사회문제들을 '줄줄이 사탕' 엮듯 일상적 용어로 풀어낸다.

 

이 작품을 연출한 손재곤 감독은 15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이층의 악당>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4년만의 작품"이라며 "룸펜으로 지내다가 이번 작품을 내게 됐고 준비할 때는 '정말 재밌을 거야' 자신감이 넘쳐 자만심까지 들 정도였는데 막상 공개되니 사람들이 좋아할까 반응이 매우 궁금하다"고 새침해했다.

 

 영화 <이층의 악당>의 여주인공인 김혜수.
영화 <이층의 악당>의 여주인공인 김혜수.㈜싸이더스FNH

여주인공 연주 역할을 맡은 김혜수는 "다 완성된 작품은 처음 봤다"며 "처음 시나리오 나왔을 때부터 지하실에 창인이 갇힌 장면과 모녀의 에피소드가 어떻게 나타날까 궁금했는데 제대로 연출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김혜수는 "한석규씨와 이번 작품을 한 뒤 매번 매 사람과 마주하고 연기할 때마다 어떻게 저렇게 다양한 표정이 나오나 싶었다"며 "자기가 목표로 하는 연기를 나타내는 눈빛이 역시 최고"라고 말했다.

 

 영화 <이층의 악당>의 남자주인공 한석규.
영화 <이층의 악당>의 남자주인공 한석규.㈜싸이더스FNH

한석규는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며 "밝은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그러그러한 인물군상들이 참 좋게 보였다"고 말했다.

 

<이층의 악당>이라는 작품 속에 담겨 있는 쓸쓸한 이야기들이 좋게 보였다는 그는 "성아가 캐비닛 안에서 라이터 불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큰 축이 빠졌겠구나 싶었다"며 "각 인물의 쓸쓸한 이야기를 유머와 웃음으로 풀어낸 손 감독의 글이 그의 마음을 통해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한석규는 "개인적으로 골프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층의 악당>은 내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라고 말했다.그는  "18번째 작품인데 한 홀로 치면 1라운드가 끝마쳐지는 건대, 어떤 작품에선 버디도 쳐보고, 어떤 홀에선 처참하게 속상한 일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플레이를 뛰는 플레이어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그는 "어느 순간 그만둘 때가 올 테니까 그 전까지는 계속 플레이를 하면서 관객들이 응원해주는 좋은 연기, 괜찮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이 영화는 11월 25일 개봉한다.

2010.11.16 09:49 ⓒ 2010 OhmyNews
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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