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서극, <황비홍>의 재능 어디로 갔나

[리뷰]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아쉬운 CG효과 아쉬워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스틸컷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스틸컷(주)누리 픽쳐스

6일 개봉한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은 '서극'의 영화다. 그는 80~90년대 홍콩영화 최전성기에 아시아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감독으로서 재능도 뛰어났지만 제작자로서 감도 뛰어났다. 그가 제작한 <영웅본색>, <첩혈쌍웅>, <동방불패>, <천녀유혼> 역시 아시아권에서 빅히트를 쳤다. 제작자가 아닌 감독으로서 <촉산>, <황비홍> 시리즈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분명 그는 다방면에서 재주를 가진 감독이다. 그의 새 작품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은 80년대 그의 재능에 비해 안타깝다. 무협에 추리를 곁들이고 CG를 통한 영상 등은 분명 80~90년대 재능 있던 감독 서극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예전 그가 연출한 80~80년대 영화들과 똑같은 강점이 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측천무후(유가령)는 중국에서 최초의 여황제 위치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녀가 얼마나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지 남존여비 사상이 전체를 지배하던 동아시아 제국주의 시대에 여황제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은 그녀가 여황제가 되기 전에 일어났던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측천무후는 이제 즉위식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다. 그녀가 그토록 꿈꾸던 대제국의 황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자가 황제가 된다는 것은 분명 당시 시대상황으로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측천무후가 황제로 즉위하기 전에 자신의 측근들이 인체자연발화로 죽어나간다. 사태가 이쯤 되니 그녀가 황제 되는 것을 반대하던 쪽에서 하늘이 노했단 이야기가 나올 만하다. 측천무후는 사태가 더 커지기전에 적인걸(유덕화)과 정아(이빙빙)에게 이 사건을 해결할 것을 명한다. 처음 사건에 대한 단서 없이 접근했지만 적인걸은 사건을 파고들면 들수록 모든 것이 미심쩍어진다. 그리고 결국에는 인체자연발화가 자연적이 일이 아닌 살인사건임을 밝혀내게 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무협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추리극이 가미되었다. 그리고 이전 80년대 서극 감독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CG까지 함께 보태졌다. 문제는 이야기는 적정 수준으로 볼 만하다면 다른 부분들은 이야기와 어우러져서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최근 홍콩에서 나온 영화 CG도 제법 수준이 올라간 것을 감안하면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에서 보여준 CG효과는 정말 아쉽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이 영화에 쓰인 CG는 마치 80년대를 회상하듯 촌스럽기 때문이다.

80~90년대 서극 감독의 감각은 녹아 있지만...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스틸컷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스틸컷(주)누리 픽쳐스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에는 80~90년대 홍콩영화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서극 감독의 재능이 약간 남아 있다. 우선 무협에 기반을 두고 흥미진진하게 추리를 통해 사건을 밝혀가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특히 유덕화가 보여준 연기가 캐릭터를 확실히 잡으면서 실존 인물의 뛰어난 활약이 스크린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이 더 큰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다른 부분들이 분명 함께 따라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재기발랄한 이야기 전개와 달리 다른 부분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CG다. 아무리 봐도 이 작품에 사용된 CG는 영화와 너무 큰 거리가 있다. 관객들에게 마치 '여기부터는 CG가 사용되었으니 잘 구분해서 보시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요즘 영화들 추세를 보면 자연스럽게 CG가 영화에 삽입되는 것인데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에서는 전혀 그러지 못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이야기가 볼 만하다고 해도 많은 부분에서 영화에 대한 감흥이 떨어진다. 영화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만족도를 완전히 날려 버린다.

여기에다 영화에서 보여준 액션 역시 80~90년대 홍콩영화에 자주 나오던 와이어 액션을 주로 고집하면서, 최근 현실적인 액션에 화려한 볼거리를 주던 영화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물론 80~90년대 홍콩영화를 즐긴 관객들이라면 좋은 추억거리가 되겠지만 요즘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에게 이런 부분은 감점요인이다. 수준 높은 액션영화들이 한국에서 많이 개봉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최소한 최근 추세에 맞추어 영화를 연출할 필요가 있었단 것이다.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은 중국에서 중화사상을 고취시킬 만한 요소가 많기에 큰 빅히트를 기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큰 인기를 얻었지만 한국에서 변변한 성적조차 남기지 못한 중국과 홍콩영화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 홍콩영화는 자국뿐만 아니라 전 아시아에서 공감대를 얻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가슴 아픈 일이다. 이젠 더 이상 자국을 벗어나서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홍콩영화의 현실이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에 담겨져 있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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