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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가? 방가!스틸컷(주)상상역엔터테인먼트
<방가? 방가!>, 티켓파워 가진 배우들이 나온 영화는 아니에요. 제목부터 시놉시스까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본 영화죠. 하지만 예상 외라고 할 수 있었어요. 분명 영화에서 보여준 내용은 참신하지 않아요. 여기에다 구태의연한 전개까지 보여주고 있는 영화였죠. 그런데 좋은 코미디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확실히 <방가? 방가!>는 한국 코미디영화의 약점도 함께 가지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면 다른 좋은 요소들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있죠. 관객들이 어떤 부분에 눈을 맞추고 보는지에 따라서 영화의 운명 역시 완전히 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이 작품은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서 영화의 평가가 확연히 나누어질 가능성이 있단 것이죠.
<방가? 방가!>는 코미디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어요. 하지만 작품에서 다룬 내용은 코미디영화에 어울리지 않게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와 청년실업 문제죠. 이런 민감한 문제를 코미디로 만들면서 관객들에게 잘못된 편견이나 시선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단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방가? 방가!>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과 청년실업 문제를 다루면서 웃음도 있지만 현재 우리사회에 대한 풍자도 함께 포함되어 있어요. 웃고 보지만 보고나면 가슴 한구석이 씁쓸해지게 만드는 것은 이 영화가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주인공 태식(김인권)은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어요.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별 내세울 것 없는 태식이 취직하기는 정말 어렵고 힘들죠. 취직은 안 되고 서울에서 오갈 곳 없는 태식은 결국 친구 용철(김정태)에게 얹혀살게 되는 신세가 되죠. 이렇게 할 일 없이 백수로 지내던 태식이 어느 날 공원에 앉아 있는데 그를 외국인으로 잘못 알아보고 2만 원이란 거금(?)을 수당으로 던져주고 가는 것이에요. 여기서 힌트를 얻은 태식은 부탄에서 온 '방가'로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취직을 하게 되죠.
처음 취직을 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태식은 이일저일 여러 가지 것을 도와주죠. 외국인 노동자 가요제에 참여하는 동료를 위해서 노래도 가르쳐 주고, 공장 사장에게 부당하게 대우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서 자신의 일처럼 나서주기도 하죠. 여기에다 평생 연애 한 번 못해볼 줄 알았는데 베트남 여성 장미(신현빈)와 사랑도 키워 나가요. 하지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꼭 있다고 했던가요? 대출 받은 돈이 태식을 벼랑 끝으로 내밀어요. 이제 자신이 그렇게 도와주고 아껴주었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등을 쳐야하는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죠.
빤한 스토리에 빤한 전개지만 그래도 웃기고 가슴이 아프다
▲방가? 방가!스틸컷(주)상상역엔터테인먼트
<방가? 방가!>가 정말 신선한 코미디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한다면 너무 빤한 이야기와 전개를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이야기할 것 같아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다큐멘터리로 이미 많이 다루어졌죠. 그래서 영화로 옮긴다고 해도 더 이상 우리가 아는 선을 넘어선 새로움은 없어요. 항상 질 나쁜 악덕 한국인 사장이 등장하고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은 본국으로 강제송환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제대로 자신의 권리를 내세우지도 못하죠. 이런 현실들이 <방가? 방가!>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요.
그렇다면 <방가? 방가!>가 기존의 불법 체류 외국인문제와 심각한 청년실업을 다룬 영화와 다른 부분은 무엇일까요? 바로 주인공 태식의 존재예요. 상당히 심각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영화에 끼어들어서 코미디 감각을 가진 작품으로 만들어주고 있어요. 이렇게 영화가 심각한 내용 가운데서도 관객들이 충분히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 준 것은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들어낸 배우 김인권의 연기가 큰 도움이 되었어요. <방가? 방가!>에서 태식이란 캐릭터가 없었다면 코미디 요소도 시들해지고 사회 현실적인 문제도 관객들 마음에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었어요.
<방가? 방가!>는 너무 빤한 스토리에 전개지만 그래도 볼 만한 코미디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캐릭터의 힘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현실과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전개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어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우리사회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건전한 웃음까지 함께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좋은 평가를 해주어야할 것 같아요.
다만 초반부 아주 재미있게 진행되던 이야기가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교육용 영화가 되어버린 것은 정말 아쉬운 부분이에요. 조금 더 시니컬하게 영화를 마무리 짓거나 전개시켜 나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겠죠. 이런 면에서 이 영화의 한계도 명확하단 생각이 들어요.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코미디로서 가치를 가지는 것은 역시 배우들이 구축한 캐릭터때문이겠죠.
<방가? 방가!>는 배우들이 보여준 좋은 연기, 그 연기를 영화 주제와 잘 버무려 놓은 감독의 역할, 웃음과 눈물을 함께 주는 이야기까지, 영화가 가진 전형성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코미디영화로서 가치는 있단 평가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어요. 다만 이런 가치는 분명 영화의 장점에 먼저 시선을 둔 관객들에게만 해당 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아킬레스건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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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국내개봉 2010년 9월30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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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30 0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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