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0일 오전 목동야구장에서 예정된 2010 프로야구 시범경기 넥센히어로즈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눈으로 취소 됐다. 뉴시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눈으로 인한 경기 취소가 발생했다.
14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10 CJ마구마구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가 한파 속 춘설로 인해 취소됐다.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가 눈 때문에 취소된 경우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이다.
눈이 내린 광주구장을 주시하던 김재박 KBO경기운영위원은 심판진과 상의 후 오후 6시 10분경 최종적으로 경기취소를 선언했다. 비가 내릴 경우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경기 시작시간을 조율할 수 있지만 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진 쌀쌀한 날씨 속에 눈까지 내리면서 경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진 차가운 날씨 속에서 진행되는 경기는 선수들에게도 팬들에게도 모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경우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해외로 나가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에는 날씨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야수들보다 더 일찍 훈련을 떠나게 된다.
팬들도 추운 날씨에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야구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3시간 이상을 야외에서 보내야 하는데 이날처럼 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진 차가운 날씨 속에서 3시간 이상을 실외에서 보낸다는 것은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기온 떨어지면 투수들이 가장 영향 많이 받아
더구나 차가운 날씨는 경기에도 당장 영향을 미치게 된다. 13일 열린 두산과 KIA의 광주경기에서 양팀 선발로 나선 KIA의 서재응과 두산의 히메네스는 쌀쌀한 날씨 탓에 경기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투수들의 경우 공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위해 로진팩(송진가루)을 수시로 사용하며 투구를 하지만 날씨가 쌀쌀하면 손이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로진팩도 결국 유명무실 해진다. 13일 경기에서 투수들이 로진팩을 사용하기보단 입으로 손가락을 자주 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기온이 떨어지게 되면 경기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선수는 투수들이다. 선발투수들의 경우 한 경기 평균 100여개 내외의 공을 던지게 되는데, 날씨가 차가울수록 어깨가 빨리 뭉치게 되고 때로는 뭉친근육이 풀리지 않아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타자들 또한 타격 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장갑을 끼고 있지만 기온이 떨어지면 그 충격은 평상시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타격 자체도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돔구장이 없는 관계로 우천취소를 제외하고는 정규시즌에서 경기를 취소한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역대 최악의 황사가 몰아닥쳤던 지난 2007년에도 황사로 인한 경기취소가 시범경기에선 한 차례 있었지만 정규시즌에서는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했다.
현재 프로야구 경기규칙에는 폭설로 인한 경기 취소 조항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시작되는 4월에 눈이 내린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사의 경우는 2007년 3월 단장회의를 통해 취소 조항에 포함 시켰다.
한편, 14일 광주와 호남지방에는 꽃샘추위를 넘어 한파에 가까운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고 광주를 포함한 호남 일부지역에는 4월에 눈이 내리는 진풍경이 발생하기도 했다. 광주지방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를 전후로 광주와 목포, 순천, 영광 등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광주지방에서 4월에 눈이 내린 것은 지난 1999년 4월 2일 이후 처음이며 기상관측 이래 광주에서 눈이 가장 늦게 내린 시기는 1988년 4월 23일로 기록되어 있다.
최근 들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줄 정도로 이상 저온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선수들도 팬들도 건강관리가 쉽지 않다. 특히, 올해는 시범경기가 열리는 3월에도 눈이 심심치 않게 내려 결국 7경기가 취소되었고 급기야는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까지 취소되는 이변까지 일으키고 말았다. 자연의 섭리를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순 없지만, 이럴 때 수해 전부터 논의됐던 돔구장이 완공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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