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부부의 시골 생활, 왜 긴장감이 없을까

[리뷰] 휴 그랜트, 사라 제시카 파커 주연의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

 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Columbia Pictures
영국에서 브리짓 존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바람둥이 남자가 있었다(브리짓 존스의 일기).

한 때, 이 남자는 영국 수상의 자리에 앉아 비서와의 로맨틱한 사랑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러브 액츄얼리).

한편, 바다 건너 미국 뉴욕에서는 패션하면 빠질 수 없는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모든 싱글녀를 대표하는 여자가 있었다(섹스 앤 더 시티).

이 여자는 철부지 남자를 완벽하게 제압하기 위해 남자 길들이기 전문 컨설턴트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도 했다(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

화려한 이력을 지닌 그 남자, 그 여자가 만났다. 그것도 이혼의 위기에 처한 부부로 인연을 맺었다. 순간의 실수로 별거 중인, 각자 사회에서 잘나가는 부부인 것이다.

휴 그랜트, 사라 제시카 파커가 그 주인공들.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독특한 경험을 선보일 이 별거 중인 부부가 바로 이름하여 '모건부부'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물어보자. 새 로맨틱 코미디 영화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다.

엣지 커플의 깡촌 생활 스토리

폴(휴 그랜트)과 메릴(사라 제시카 파커)은 각자 뉴욕에서 잘나가는 위치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폴의 실수로 둘은 별거에 들어가고, 폴은 메릴과 다시 합치기 위하여 저녁 식사를 제안한다.

저녁 식사와 함께 용서를 구하려던 폴 그리고 그런 폴과 대화를 시도하려던 메릴. 그러나 그들은 거리에서 살인 현장을 목격, 범인의 얼굴을 알게 됨으로써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 살인범은 국제적인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모건부부는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된 것.

이에 FBI는 모건부부에게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갈 것을 제안하고, 둘은 뉴욕에서의 삶 전체를 포기하고 불편한 시골로 들어가 은둔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국제적 범죄 조직의 킬러는 숨어있는 모건부부를 찾고자 온갖 수단을 사용하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 전문, 마크 로렌스 감독의 신작

 영화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의 한 장면
영화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의 한 장면Columbia Pictures

산드라 블록 주연의 <포스 오브 네이처>, <미스 에이전트>, <미스 에이전트 2 : 라스베가스 잠입사건> 등의 각본을 쓰고, <투 윅스 노티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을 연출했던 마크 로렌스가 돌아왔다.

두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 다투다가 울고 웃기는, 주로 로맨틱 코미디를 전문으로 했던 마크 로렌스가 신작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를 들고 돌아온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에 음악까지 접목시켰던 2007년작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이후에 3년 만이다.

이미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과 <투 윅스 노티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휴 그랜트를 다시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했으며,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로 더 잘 알려진 사라 제시카 파커를 여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그리고 전작들에서처럼 마크 로렌스는 독특한 상황 설정으로 영화를 꾸려나간다. 제목부터 독특한, 증인을 쫓는 킬러와 그런 킬러를 피해 깡촌으로 들어간 완전 도시형 부부의 이야기가 바로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다.

로맨틱은 그럭저럭, 코미디는 어디로?

사실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분류가 애매한 영화다. 젊은 부부의 사랑 싸움이 주내용이기 때문에 '로맨틱'은 찾을 수 있으나, 관객을 웃겨야 하는 '코미디'는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크 로렌스 감독은 코미디에 더 치중하거나 로맨스와 코미디를 절반씩 버무렸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좀 더 로맨스에 치중하여 이야기를 엮어내려고 한 흔적들을 보인다.

영화는 관객들을 웃기기 위해, 유쾌한 느낌을 갖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가 다시 합치기 위해 노력하는, '대화' 장면이 영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그런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쉽게 늘어진다. 부부의 진솔한 대화가 계속 이어지다가 보니, 지루함이 쌓여가는 것이다. 그러한 점들을 코미디로 확실히 풀어주는 부분도 적기 때문에 영화는 마치 진지한 어느 한 부부의 '사랑과 전쟁' 이야기를 보는 듯 싶다.

시각적 웃음보다는 청각적 웃음을 추구하는 모건부부

그렇다고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가 완전히 드라마라는 것은 아니다. 코미디가 약할 뿐, 코미디가 없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 코믹적인 부분이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이질적으로 느껴진다는 단점은 존재한다.

영화는 시각적 재미보다는 청각적 재미를 추구한다. 즉, 말장난이 곳곳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소소한 재미를 주는 것이다. 특히 휴 그랜트가 연기한 '폴 모건' 캐릭터의 경우는 수시로 투덜대며 몇몇 재미난 대사를 날리기도 한다.

다만, 그 말장난이라는 것도 역시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에, 얼마나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는 관객마다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관점에서 듣는 대사와 번역의 한계 그리고 이해의 차이에서 코미디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의미다.

너무나도 평범한 모건부부

 영화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의 한 장면
영화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의 한 장면Columbia Pictures

사실 특정 영화의 웃기는 정도를 가지고 그 재미 유무를 판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는 내용적인 면에서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코미디가 약하다면 부부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로맨틱 하다거나 극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과정을 담은 스토리조차 약하다.

별거 중인 부부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 화해를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전부 대화로 해결되며, 특별히 강렬하거나 인상적인 에피소드 없이 영화 속 시간은 평범하게 흘러간다.

킬러의 얼굴을 목격한 부부와 그 부부를 쫓아 죽이려는 킬러의 추격전은 모건부부의 기나긴 대화 속에 묻혔고, 결국 킬러와 만나게 되는 후반부의 긴장감도 부부의 대화에 밀려 황급히 끝맺음을 갖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대화로 쉽게 풀린 모건부부를 보고 있노라면, 무척 평범한 부부였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보니, 폴과 메릴이 화해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을 보고도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독특한 조연 캐릭터가 돋보이는 영화

영화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는 사실 주연인 휴 그랜트와 사라 제시카 파커보다는 조연들이 더 돋보인다. 딱딱하고 다소 시니컬해 보이지만, 깊은 사랑으로 맺어진 보안관 부부와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우정'을 모르는 할아버지 그리고 마을에서 세 가지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낙천주의자 여성까지 독특한 캐릭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게다가 폴과 메릴의 비서 역할을 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도 영화 중간마다 감초 역할을 하며 모건부부보다 더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모건부부에게는 로맨틱을 찾고, 조연들에게는 코미디를 찾으면 영화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는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는 무난한 캐스팅, 무난한 이야기로 너무 평범한 부부 이야기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무난한 로맨틱 코미디지만, 웃음기가 다소 없는 영화가 되어버린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 휴 그랜트 사라 제시카 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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