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덕분에 나이지리아 축구 많이 익혔네

[2010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준결승] 가나 1-0 나이지리아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끝나고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대부분의 선수는 잔디 위에 드러누웠다. 가나의 키다리 수비수 보르사는 한참이나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했다. 나이지리아의 공격이 얼마나 거세게 몰아쳤는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샤이부 아모두 감독이 이끌고 있는 나이지리아 축구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29일 이른 새벽 앙골라 루안다에 있는 11월 11일 경기장에서 벌어진 2010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준결승전에서 가나와 벌인 맞대결에서 0-1로 아쉽게 패하는 바람에 31일에 벌어지는 3, 4위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4-2-3-1 포메이션의 핵, '존 오비 미켈'

 

 미켈의 대회 참가 소식을 알리고 있는 첼시 FC 누리집(chelseafc.com)
미켈의 대회 참가 소식을 알리고 있는 첼시 FC 누리집(chelseafc.com)첼시 FC

 

결승골이 생각보다 일찍 터진 덕분에 나이지리아의 공격 해법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경기였다. 에시앙이나 문타리 등 가나를 대표할 만한 미드필더가 나오지 않아 제대로 된 맞대결이라고 할 수 없는 경기였지만 가나 선수들은 21분에 귀중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공격형 미드필더 아사모아가 왼발로 찬 코너킥을 간판 골잡이 기안이 머리로 깨끗하게 받아 넣은 것. 마치 2002 한일월드컵 16강 토너먼트에서 이탈리아의 크리스티안 비에리가 한국 골문에 터뜨린 선취골과 매우 흡사한 장면이었다.

 

이 실점 장면에서 나이지리아 수비의 문제는 순간 집중력이었다. 앞으로 달려나오면서 끊어먹으려는 기안을 막으려고 가운데 수비수 은와네리가 떴지만, 반 박자 느린 타이밍 때문에 별 소용이 없었다.

 

골이 나오기 이전에도 그랬지만 나이지리아는 경기 내내 볼 점유율에서 가나를 압도했다. 그 이유는 '4-2-3-1' 포메이션으로 중원을 든든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0-1 패배라는 결과 앞에서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글자 그대로 '골' 빼고는 경기 전체를 매우 강력하게 지배했다고 말할 수 있다.

 

중거리슛 실력이 뛰어난 카이타와 부지런한 아일라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 뒤에서 공격의 방향을 결정하며 '오바시-존 오비 미켈-오뎀윈지'가 마르틴스를 맨 앞에 세워 두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나이지리아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인물은 이들 세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들이다. 존 오비 미켈이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첼시 FC를 통해서 우리 축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의 패스 감각은 역시 수준급이었다.

 

전반전에는 마르틴스와 나란히 서서 공 받기를 시도할 정도로 그 위치 자체가 골잡이에 가까웠지만 후반전에는 뒤로 몇 발 더 물러나 패스를 통해 공격 해법을 다르게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미켈의 발끝에서 뻗어나가는 패스는 대부분 상대 수비수의 키를 넘기는 것이었다.

 

59분과 69분에 두 차례나 마르틴스의 발끝에 정확하게 떨어진 미켈의 넘겨주기는 동점골의 기운을 충분히 불러일으켰지만 각도를 잘 잡고 달려나온 가나 문지기 킹슨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이것 말고도 미켈의 패스 80%가량이 수비수 뒷공간을 노리는 넘겨주기였다는 사실은 '김형일, 곽태휘, 조용형, 이정수, 강민수' 등 우리 가운데 수비수들이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었다.

 

오뎀윈지와 오바시의 날카로움도 잊지 말아야

 

 MF 오뎀윈지
MF 오뎀윈지FC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조금 우직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미켈의 넘겨주기 → 마르틴스(야쿠부) 슛 마무리'의 공격 공식은 여러 차례 시도되었는데, 이를 막아내는 처지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문지기와 가운데 수비수의 빈틈 없는 호흡과 나머지 수비수들의 커버 플레이 여부가 될 것이다.

 

나이지리아가 아르헨티나 못지 않은 강팀으로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미켈 말고도 신경 써야 할 다른 미드필더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중심에 '오뎀윈지'와 '오바시'가 있다. 특히 진정한 공격형 미드필더라 할 수 있는 오뎀윈지는 다른 필드 플레이어와 공을 다루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할 인물이다.

 

다른 선수들이 몸 전체의 유연함과 탄력으로 상대를 따돌린다면 오뎀윈지는 발목의 민첩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틈만 나면 낮게 깔리는 왼발 슛을 시도한다. 벌칙구역 안쪽으로 과감한 드리블도 즐기며 높게 띄우는 미켈의 패스 줄기에 비해 오뎀윈지는 대부분의 패스가 바닥에 깔린다.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공간을 내주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겠다.

 

오는 6월 23일 새벽 3시 30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스타디움에서 우리와 만나게 되는 나이지리아는 미켈과 오뎀윈지 말고도 또 한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통해 다양한 공격 해법을 구사한다.

 

미꾸라지를 떠오르게 하는 오바시는 유연한 드리블 실력도 뛰어나지만 어느 틈엔가 벌칙구역 안쪽으로 빠져들어오며 수비수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72분에 왼쪽 수비수 에치에질레에게 찔러주는 것처럼 공을 직접 몰고 다니며 배달하기도 하지만, 공이 구르지 않고 있는 반대쪽 공간에 슬그머니 자리 잡고 있다가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요주의 인물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이 부분은 교체 선수 오비나 은소포에게서도 느껴진다.

 

준결승전에서 골도 하나 넣지 못하고 패하며 3, 4위전으로 밀려난 팀에 너무 주눅들 필요는 없지만 가운데 수비수 조합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대표팀의 실정을 고려하면 나이지리아의 공격력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맨 앞에 서서 직접적으로 우리 수비수들과 몸싸움을 하며 타겟형 스트라이커로 나오는 마르틴스는 나이지리아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구가 작은 편이다. 이 점이 우리 수비수들에게 오히려 순간적인 방심을 불러일으키게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아이러니하다.

 

마르틴스나 야쿠부의 득점력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바람잡이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들이 우리 수비의 시선을 끄는 사이에 오뎀윈지나 오바시, 카이타가 결코 작지 않은 체구로 밀고 들어오는 공격 흐름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3, 4위전으로 밀려난 나이지리아는 우리 시각으로 일요일 이른 새벽 벵구엘라로 들어가서 '알제리vs이집트'가 맞붙는 4강전 두 번째 경기에서 패한 팀과 대회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

덧붙이는 글 | ※ 2010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준결승 결과, 29일 앙골라 루안다

★ 나이지리아 0-1 가나 [득점 : 아사모아 기안(21분,도움-아사모아)]

◎ 나이지리아 선수들
FW : 마르틴스
AMF : 오바시, 존 오비 미켈, 오뎀윈지(70분↔야쿠부)
CMF : 카이타, 아일라(67분↔오비나 은소포)
DF : 에치에질레, 쉬투, 은와네리, 유수프 모하메드(80분↔오디아)
GK : 엔예아마

◎ 가나 선수들
FW : 아사모아 기안(84분↔아모아)
MF : 오포쿠 아기예망(33분↔드라만), 안드레 아예우, 아난, 바두, 아사모아
DF : 사르페이(53분↔이브라힘 아예우), 아디, 보르사, 잉쿰
GK : 킹슨

◇ 3, 4위전 일정 : 1월 31일 새벽 1시 벵구엘라
◇ 결승전 일정 : 2월 1일 새벽 1시 루안다

2010.01.29 12:16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10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준결승 결과, 29일 앙골라 루안다

★ 나이지리아 0-1 가나 [득점 : 아사모아 기안(21분,도움-아사모아)]

◎ 나이지리아 선수들
FW : 마르틴스
AMF : 오바시, 존 오비 미켈, 오뎀윈지(70분↔야쿠부)
CMF : 카이타, 아일라(67분↔오비나 은소포)
DF : 에치에질레, 쉬투, 은와네리, 유수프 모하메드(80분↔오디아)
GK : 엔예아마

◎ 가나 선수들
FW : 아사모아 기안(84분↔아모아)
MF : 오포쿠 아기예망(33분↔드라만), 안드레 아예우, 아난, 바두, 아사모아
DF : 사르페이(53분↔이브라힘 아예우), 아디, 보르사, 잉쿰
GK : 킹슨

◇ 3, 4위전 일정 : 1월 31일 새벽 1시 벵구엘라
◇ 결승전 일정 : 2월 1일 새벽 1시 루안다
나이지리아 가나 아프리카 월드컵 존 오비 미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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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및 라켓 스포츠 기사,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