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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잊지 않았다'고는 했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지는 않고 있다. 그리고 선택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34, 다롄 스더)과 '문제아' 이천수(30, 알 나스르)의 대표팀 재승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월드컵 본선이 어느덧 5개월 앞으로 임박해오면서 최종엔트리를 확정짓기 위한 허정무호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허정무 감독은 이미 오는 2월 동아시아연맹축구선수권 대회에 참가할 23인 엔트리를 확정발표하며 향후 최종엔트리에 대한 윤곽을 제시했다. 해외파들을 감안하며 대략 3월 3일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까지는 월드컵에 출전할 베스트 11과 23인 엔트리를 어느 정도 확정짓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서 허정무 감독은 안정환과 이천수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항상 대표팀의 문은 열려있으며 꾸준히 주시하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사실 일전에도 언론에서 안정환과 이천수의 이름이 오르내릴때마다 허정무 감독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이번 발언도 원론적인 수준을 넘지 않는 선의 답변이었다.
하긴 허정무 감독의 입장을 고려하면 아직 최종엔트리가 확정되는 5월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가운데, 특정 선수에 대하여 벌써부터 최종엔트리 승선 여부를 단정짓는 발언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월드컵같은 큰 무대를 앞두고 안정환이나 이천수같은 경험많은 선수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허정무 감독이 정말로 이 두선수를 대표팀에서 테스트할 의지가 있느냐다.
안정환은 2008년 5월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북한전을 끝으로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천수 역시 이천수는 같은 해 9월 최종예선 1차전 북한전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안정환은 중국무대로, 이천수는 K리그를 거쳐 사우디 리그로 진출하며 각각 여론의 중심에서 다소 멀어졌다. 안정환은 이후 중국리그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으며, 이천수는 소속팀에서 방출 위기에 내몰렸다는 식의 내용이 간간이 언론을 통해 전달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 팬들은 그들의 경기모습을 직접 볼 기회가 거의 없다.
허정무 감독도 이점을 인정한 바 있다. 실제 대표팀 선발권한을 쥐고 있는 코칭스태프 측에서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것은 치명적인 핸디캡이다. 이천수의 경우, 같은 사우디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영표를 통해 컨디션을 체크하고 있고, 안정환은 중국 쪽 경기자료를 통하여 관찰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코칭스태프가 직접 꼼꼼히 챙기는 K리그나 유럽파 선수들에 비하면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이 정말 이들의 경험과 기량을 활용할 의지가 있었다면 직접 불러 테스트를 할 기회는 이미 여러 차례가 있었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6월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고 난 후, 국내에서 열란 세 차례의 평가전과 11월 유럽전지훈련을 통하여 그동안 대표팀에서 다소 멀어졌던 국내와 해외파 주력 선수들을 대거 총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동국, 설기현, 조원희, 김남일 등도 모두 그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정작 안정환과 이천수의 이름은 없었다.
이천수의 경우는 지난해 K리그를 떠날 당시 소속팀과의 마찰과 거짓말 파문 등으로 좋지못할 여론을 받았던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허정무 감독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의 입장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축구계 여론이 좋지못하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었다.
많은 팬들은 오히려 안정환의 존재를 아쉬워하고 있다. 안정환은 월드컵 본선에서 총 3골로 한국축구 역대 최다득점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만큼 월드컵과 빼놓을수 없는 선수다. 또한 그의 3골은 모두 한국의 승점과 직결되는 결정적인 득점이었다. 비록 전성기는 다소 지났다고 하지만 국제무대와 큰 경기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안정환의 결정력은, 박주영을 제외한 대형공격수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는 허정무호에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메리트다.
그럼 허정무 감독은 왜 안정환을 테스트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기량보다는 허정무 감독이 요구하는 조건에 부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세대교체가 진행중인 허정무호는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 이운재와 베테랑 이영표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20대 초중반 위주의 선수들로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다. 허정무 감독이 요구하는 조건은 폭넓은 활동량과 체력을 갖춘 선수들이 우선 순위다. 사실상 안정환을 발탁한다면 조커 요원으로서의 활용도로 생각해야 하는데, 유럽이나 K리그도 아니로 중국리그에서 보여준 기량 정도로 허정무 감독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웬만큼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라 할지라도 달라진 대표팀 전술이나 동료 선수들과의 조화를 점검하려면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 면에서 안정환이나 이천수를 한번도 부르지 않는 허정무 감독의 선택은 처음부터 이 두 선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은 게 아니냐는 분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예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골키퍼 포지션이 불안감을 자아내자 당시 음주파문으로 징계가 해제되지도 않았던 이운재의 조기사면설을 거론하여 홍역을 치른 적이 있었다. 허정무 감독이 정말 필요로 하는 선수였다면 안정환이나 이천수를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물론 아직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베스트 멤버들이 확정되는 3월 3일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안정환이나 이천수를 전격적으로 소집할 가능성이다. 여기에는 박지성, 이청용, 박주영같은 해외파 선수들도 총망라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정예 멤버들로 이제부터는 실험보다는 조직력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허정무 감독으로서 오랜만에 대표팀에 돌아오는 선수들에게 얼마나 기회를 줄지도 미지수다.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 이후, 월드컵 본선개막까지는 3~4차례 정도의 평가전 기회가 더 남아있다.
안정환과 이천수는 대표팀에 재승선할 기회를 잡을수 있을까. 월드컵 본선행의 문이 누구에가 열려있다는 허정무 감독의 말이 진실이라면, 더 늦기전에 이들이 대표팀에서 능력을 발휘할수 있는 기회를 한번쯤은 허용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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