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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맨유)과 이청용(볼튼)은 현재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좌우 날개다. 나란히 세계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두 선수는 국가대표팀에서도 설명이 필요없는 핵심전력으로 분류된다.
사실 두 선수의 경력만 놓고보면 유럽 무대만 8년차인 박지성이 이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지 갓 반년 남짓한 새내기 이청용과 비할 바가 아니다. 박지성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비롯하여 칼링컵, 유럽챔피언스리그, 클럽월드컵 등 유럽무대에서 얻을수 있는 거의 모든 우승컵에 입을 맞추며 차범근 이후 유럽무대에서 가장 성공한 아시아 선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최근 두 선수의 소속팀에서의 명암은 엇갈리고 있다. 새내기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지 얼마 되지않아 명실상부한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비하여, 터줏대감 박지성은 올시즌 팀내 주전경쟁에서 밀려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선수의 명암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은 역시 공격포인트다. 이청용이 벌써 5골 5도움을 기록하며 박지성이 2007년 기록한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골과 타이기록을 이뤘고, 최근 국내무대로 복귀한 설기현이 2006년 레딩에서 세운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역대 최다공격포인트(4골 5도움)는 벌써 훌쩍 뛰어넘었다. 지금의 기세라면 이청용이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최초로 두 자릿수 골과 15~20개 이상의 공격포인트 달성도 꿈이 아니라는 평가다. 차범근 이후 유럽무대에서 한 시즌 두 자릿수 이상 골을 기록한 한국인 선수는 없었다.
반면 박지성은 아직까지 올시즌 단 1개의 공격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박지성의 포지션이 미드필더이고 공격력으로 승부하는 선수가 아님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이다. 무엇보다 박지성이 올시즌 포지션 경쟁자들에 비하여 확실한 입지를 다지지 못하고 있는 원인 바로 '부족한 공격력'에 있다는 것이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이기도 하다.
박지성과 이청용의 차이는 무엇일까. 두 선수는 같은 미드필더지만 플레이스타일 자체가 상반된다. 박지성은 볼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공간침투나 수비가담 등 활동량과 팀공헌도로 기여하는 선수고, 이청용은 날카로운 패싱 센스와 기술력으로 직접 '경기를 만들어가는' 테크니션에 가깝다. 박지성이 내실있는 조연이라면, 이청용은 화려한 주연에 가까운 성향인 셈이다.
이청용은 박지성처럼 체력이나 활동량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스피드도 비슷한 포지션의 선수들에 비하여 그리 빠르지 않다. 하지만 어린 나이답지않게 두뇌플레이와 완급조절에 능하고 창의적인 플레이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창조적인 플레이에 강하다.
이청용은 잉글랜드에서 가장 피지컬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볼튼에서 활약하면서도 체력으로 결정적인 무제가 된 적은 없을 뿐더러 오히려 기술적인 면에서는 현지 선수들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쩌면 볼튼과 프리미어리그가 이청용의 숨겨진 기술적 재능을 극대화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구비한 셈이다.
반면 박지성은 지난해 맨유에서 '수비형 윙어'의 창시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개인기가 뛰어나고 공격성향이 강한 선수들이 즐비한 맨유에서, 박지성처럼 볼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부지런히 빈공간을 파고들고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팀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에 치중하는 박지성의 이타적인 성향을 칭찬하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올해의 맨유에서 박지성의 가치는 예전만큼 높이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와 카를로스 테베즈같은 걸출한 공격자원들이 이적하면서 약해진 최전방의 공격진을 메우기 위하여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올해 측면 미드필더에게도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주문하여 최소한 한 시즌 두 자릿수 이상의 공격포인트를 기대하고 있다.
박지성은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이나 프리미어리그 강팀과의 대결 등 중요한 경기에서는 거의 중용되지 못하고 있다. 간간이 나서는 경기에서도 박지성의 경기력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욕심이 없고 이타적인 것과 소극적인 것은 전혀 다르다. 그러나 박지성은 볼은 가진 상황에서 드리블 돌파나 전진 패스로 공격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거의 없었다. 맨유에서는 자신이 볼을 가지고 전개해 가는 플레이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대표팀이나 PSV 아인트호벤 시절에 팀공격의 핵심으로 펄펄 날라다니던 모습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아가는 동안에도 출전시간이나 팀내 비중에 대한 아쉬움은 늘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되어 왔다. 큰 무대를 밟을 기회가 많은 강팀의 조연으로 남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전력은 중하위권이라도 출전시간이 보장되는 약팀에서 마음껏 뛰는 것이 더 좋은가. 맨유에서 지금까지 박지성의 경력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올시즌의 부진과 맞물려 박지성의 입장과 정확히 대비되는 이청용의 약진은 잊혀졌던 고민을 다시 일깨우게 한다. 과연 누가 더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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