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전국소년체전 트라이애슬론 경기 중 초등부 선수들이 출발하는 장면
제38회 전국소년체전 트라이애슬론 경기 중 초등부 선수들이 출발하는 장면오문수

탁 트인 호수나 바다에서 수영하고, 아름다운 시골의 풍경을 만끽하면서 사이클을 타고, 잘 정비된 도로를 달리는 상쾌한 느낌을 주는 운동. 트라이애슬론만이 갖는 매력이다.

마라톤이나 장거리 달리기와 같은 단일 종목은 훈련이 단조롭다. 반면에 복합경기 훈련은  훈련 일정에 다양성을 제공한다. 매일 같은 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이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에 활력을 준다. 트라이애슬론이 바로 이러한 매력을 주는 종목이다.

5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여수 웅천 바닷가에서 열린 제38회 전국소년체전 트라이애슬론 경기에는 전국에서 초등부 8개팀과 중등부 7개팀이 참가해 열띤 경합을 벌였다.

트라이애슬론 소년체전은 단체전으로 열린다. 단체전은 3명이 1조가 돼 릴레이를 한다. 단체전은 보통 마지막 3번 주자가 가장 잘하는 선수를 배치한다. 런던 올림픽에서부터 단체전이 정식 종목이 된다.

 초등부 선수들이 트라이애슬론 달리기부문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초등부 선수들이 트라이애슬론 달리기부문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오문수

 초등부에  우승한 경기도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초등부에 우승한 경기도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오문수

초등부는 수영 50m, 자전거 1㎞, 달리기 400m이고 중등부는 수영 100m, 자전거 2㎞, 달리기 800m이다. 안전을 염려한 협회에서는 소년체전의 경우 전문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규정을 신설해 적용했다.

◆ 뒤따르기(드래프팅)는 허용되지 않는다.
◆ 주행 시 우측 차선으로, 추월 시 좌측 차선으로 추월해야 하며 추월 전에 상대선수에게 추월의사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추월"이나 "passing" 이라고 외침

시간은 12시 5분 전. 출발선에서 선수들이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는데 응원 온 엄마들이 "부담 갖지마! 부담 갖지마!" 하고 응원하자 마이크에서 "그런 말 자체도 부담을 줍니다" 하며 안내 멘트가 나온다. 옆에 듣고 있던 한 분이 "엄마들이 아주 애를 죽여요 죽여!" 하며 웃긴다.

백 미터 수영을 마친 선수들은 자전거가 놓여있는 '바꿈터'에서 자전거를 갈아타고 달리는 데 마음이 급한 나머지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는 선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키가 자그마한 어린이들이 커다란 자전거를 급하게 타니 넘어질 수밖에. "한시 바삐 어린이용 트라이애슬론 자전거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 주귀남 경기도 감독의 말이다.

쌕쌕 거리며 달리는 자전거를 쫓아가며 "빨리! 빨리!"를 외치며 애태워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애처럽다. 쓰러질듯 하며 제일 먼저 달려 들어온 선수는 경기도 선수단. 경기도 선수는 5학년 2명 4학년이 1명이다. 선발전에서 6학년 형들이 후배들에게 밀려 났다는 후문이다.

방금 경기를 마치고 나온 경기도 선수인 방온조 군은 "힘들었지만 1등을 해서 좋아요. 힘들땐 포기하고 싶었지만 여기서 그만두면 약해질 것 같아 열심히 뛰었어요"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은 공부도 잘한다는 감독의 귀띔이다.  "도 대표가 되니까 반찬이 달라졌어요" 전에는 계란 반찬이었는데 소고기로 변했다는 김현 군의 얘기가 재미있다. 시작한 동기를 묻는 질문에 김정현 군의 대답이 걸작이다.

"엄마가 돈에 눈이 멀었어요."
"기사가 나가면 엄마한테 찍힐텐데 괜찮아?"
"괜찮아요."
"돈은 얼마나 벌었는데?"
"금메달 땄으니까 이제 장학금 탈거예요."

김현과 방온조 군은 형이 먼저 시작해서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했다. 경기도 과천에서 여수까지 따라온 온조 엄마에게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하게 된 연유를 물었다.

"형이 먼저 시작했었고, 둘째가 성격이 소심해서 사회성을 키워주려고 시작했어요. 하지만 의외로 소득이 많았습니다. 건강과 사회성이 좋아지니까 공부도 잘하고 활달해졌죠. 이제는 매사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옆에서 김현 엄마가 거들었다.

"맞벌이를 하느라 일찍 집에 퇴근하지 못해 과천 시설관리공단내에 있는 과천어린이 철인 교실에 맡겼는데 선생님이 너무 잘하셔요. 요즘은 아이를 하나 둘 밖에 낳지 않아 철이 없거나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로 크잖아요? 그런데 거기가면 선후배들과 어울려 노는 법, 사는 법을 배워요. 협동심과 사회성을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거기다 세 가지 운동을 잘하니까 마라톤 대회에도 나가고, 수영대회에도 선수로 선발돼 애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지니까 공부도 잘해요. 또 하나 좋은 점은 다른 운동은 오전 수업만 하고 운동에만 전념해 대성하지 못한 운동선수 출신은 사회에서 낙오 돼잖아요. 트라이애슬론은 그런 게 없어 좋아요."

 부산 선수단의 김마그너스 군 가족. 김군의 뒤에 선분이 노르웨이 출신 오게버씨로 노르웨이 선급협회 임원이다
부산 선수단의 김마그너스 군 가족. 김군의 뒤에 선분이 노르웨이 출신 오게버씨로 노르웨이 선급협회 임원이다오문수

 초중등부에 우승한 경기도 선수단과 임원들
초중등부에 우승한 경기도 선수단과 임원들오문수

3등을 한 부산 선수단에는 독특한 선수가 있다. 김마그너스가 그다. 전교 부회장이기도 한 김군은 그림도 잘그려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스포츠광이어서 못하는 스포츠가 없다. "등수에 상관없이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 너무나 기분이 좋다"는 김군의 아버지는 노르웨이 선급협회 임원인 오게버(Age Boe)씨다. 엄마 김주현씨와는 11년 전에 결혼해서 부산에 산다.

중등부 1등을 한 경기도 선수 중에는 이대용 군이 있다. 주니어 국가대표 선수를 지도하다 경기도와 인천시청을 맡고 있는 주귀남 감독이 외삼촌이다. 중등부에서는 이군을 따라올 선수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이군은 호주로 전지훈련을 가기도 한다.

 중등부 시상식. 제일 중앙에 선 선수가 차세대 유망주 이대용 군
중등부 시상식. 제일 중앙에 선 선수가 차세대 유망주 이대용 군 오문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비인기 종목인 트라이애슬론을 발전시키는 게 꿈"이라는 김군의 말이다. 주 감독은 "사람들이 철인이라는 말만 듣고 힘들거라는 편견을 갖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세 가지 종목이 복합됐기 때문에 재미있어요.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좋은 운동입니다"라고 말한다.

제 38회 전국소년체전 트라이애슬론 초등부 결과

         초등부                                  중등부
1위: 경기도     00:17:04           1위: 경기도     00:28:49
2위: 서울        00:17:38           2위: 경상남도  00:33:08
3위: 부산        00:18:24           3위: 부산        00:34:21 

덧붙이는 글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트라이애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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