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단체행동권 보장 받는 노조 설립할 것"

긴급 기자회견... "어떤 어려움 있어도 굴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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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8일 오후 4시 30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28일 노동조합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선수협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손민한 회장(롯데 자이언츠)과 권시형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들의 권익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률의 보호를 받는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한국프로야구는 올림픽 금메달, WBC 준우승이라는 성적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처한 환경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500여명 프로야구 선수들의 인권과 권익을 보호하고 신장시키기 위해 단체협상권과 단체행동권을 보장받는 노동조합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그동안 KBO에게 선수 권익 관련 제도 개선사항을 꾸준히 건의하고 대화를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며 "KBO와 구단이 프로야구의 주체인 선수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선수협은 노조 설립을 위해 손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노조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구단 별로 선수 두 명씩 총 16명으로 추진위원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노조 설립에 관한 실무는 선수협 법률 지원단과 사무국이 맡기로 했다.

권 사무총장은 "이미 각 구단 선수들의 추천을 받아 16명으로 이루어진 추진위원단 구성을 끝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추진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법률지원단 검토 사항을 보고하고 노조 설립 신고에 필요한 절차들을 밟아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KBO와 구단들은 구태의연한 노조 시기 상조론과 프로야구단의 만성적인 적자 논리는 그만 되풀이하라"며 "어떠한 어려움을 겪더라도 우리 선수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서 극복해 낼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은 프로야구 선수협 손민한 회장(롯데 자이언츠)과 권시형 사무총장과 기자들 간에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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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려움 있어도 굴복하지 않을 것"

- 노동조합 설립을 결정하게 되기까지 과정을 설명해 달라.
손민한(이하 손) "프로야구 선수협회가 창립한 지 10년이나 되었지만 그간 선수들의 권익과 권리 사항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작년 하반기부터 KBO에 제도 개선 현안에 대해 대화를 요구했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다. 때문에 작년 말 선수협 전체총회 이후에도 제도개선에 대한 KBO의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각 구단의 전지훈련과 WBC가 끝난 후 8개 구단 선수들과 미팅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노조 설립에 대해서 때가 왔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일단 선수협 지도부에서 노조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의견수렴절차를 다시 한번 거친 후 노조설립 절차를 밟아나가기로 했다."

- 2000년 당시 관중 600만 시대가 열릴 때까지 선수협의 사단법인화를 유보하자고 한 합의는 깨는 건가?
권시형(이하 권) "당시 합의는 KBO와 선수협 대표단이 문화관광부 중재로 선수협의 사단법인화를 유보하기로 한 것이지 노조 출범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사단법인화를 유보하는 조건으로 KBO는 선수협의 실체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문건을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다. 그런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면 구단과 KBO는 과연 600만 시대가 오면 노조 결성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 필연적으로 제기될 '귀족 노조 논란'과 구단의 '만성 적자론'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프로야구 선수 중 고액연봉자는 소수다. 평균으로 따지자면 일반인들보다 연봉이 많겠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연봉이 높지 않다. 그리고 선수들의 연봉이 높아서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1년 내내 기업의 로고를 달고 경기를 하면서 충분한 홍보효과를 내고 있다."

"구단들이 28년간 반복했던 논리가 적자론과 시기상조론이다. 그리고 야구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일종의 협박도 빠지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한 적자 논리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구단이 독립적 자생력을 갖기 위해 정당한 계약 관계에 의해서 홍보, 마케팅, 브랜드 노출 계약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우리 선수들의 실력은 최고 수준이지만 구단의 운영 능력이나 선수 권익 수준은 밑바닥이다. 예를 들어 포스트시즌 진출의 홍보 효과가 몇백억 원에 달하고 파급 효과는 얼마라고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선수들이 권리를 주장할 때만 적자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이제 식상하다. 그만 뒀으면 좋겠다."

"구단들, 식상한 '적자론'과 '시기상조론 그만 뒀으면"

- 선수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가 관건인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나?
"작년부터 선수협 대의원 총회와 전체 총회를 거쳐서 조금씩 준비를 해왔다. 물론 각 구단과 KBO 차원의 많은 제재와 탄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수들 개개인에게 힘든 점도 없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저를 포함해서 똘똘 뭉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노조 설립은 요건을 갖춰 지방노동청에 설립 신고를 하면 된다. 이후 회원들 가입 여부는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하게 되어 있다. 전체 선수들 모두에게 확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선수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노조 가입을 방해하기 위한 회유와 협박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선수들고 구단의 회유와 협박에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왜 하필 시즌이 시작하는 이 시점에 노조설립을 추진하려는 것인가?
"배경을 말씀드리면 지난 3월 12일 선수협의 요구사항들이 담긴 문건을 유영구 KBO 신임 총재에 전달해 드렸다. 그리고 WBC가 끝난 후 구체적인 답변을 달라고 했는데 한 달이 지난 시점에도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이런 상황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후 KBO에 중대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미리 말씀 드렸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임의단체인 선수협에 대한 무시가 도를 넘었다. 노조가 아니면 대화상대가 안되는구나라는 판단이 들었다."

- 선수협을 만들 때도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다. 노조를 설립하고 선수들이 가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압력들을 받을 텐데 선수 개개인의 경기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있다.
"노조 설립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왜 지금 노조를 만들어야하는 가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을 하고 있다.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시작한 것이다. 노조 설립을 추진하면서 제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고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당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이 두려워서 시작조차 못 한다면 안 된다. 꼭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단과 KBO의 일방통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 선수 권익 측면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되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선수협이 마련한 11개 제도 개선안에서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10년 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수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라고 했다. 그때 KBO는 규약에 도입을 명시해 놓고 시행시기를 조율한다는 핑계로 미루기만 했다. 결국 10년이 지난 지금도 대리인 제도는 도입되지 않았다. 군 보류수당만 해도 작년부터 일방적으로 지급을 중단했다. 공정위가 다시 군보류수당을 지급하라고 했지만 또 다시 일방적으로 상한선을 120만 원으로 정해 버렸다. 이런 일방통행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 노조로서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상위단체에 가입할 계획도 있나?
"프로 스포츠에 노조가 생기는 것은 한국스포츠에 역사적인 일로 전례가 없다. 노조 설립을 추진하면서 상위단체와 교감도 전혀 없었고 현 단계에서는 상위단체 가입 계획도 전혀 없다. 프로선수 노조는 다른 분야의 노조들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노조는 법률에 근거해서 선수들의 의지에 따라 설립할 수 있는 것이다. 갈등, 투쟁 등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다르게 봐줬으면 좋겠다."

- 노조 설립 완료 시점은?
"노조 결성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다.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방 노동사무소에 신고해야 하고 승인을 얻게 되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반 반려될 가능성이 조금은 있다고 예측하지만 무난하리라고 생각한다. 만약 반려된다면 법원에 소송을 해야하는 데 그렇게 되면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

프로야구 선수협 손민한 권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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