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 첫 종목인 수영을 하기 위해 출발선에 선 선수들. 750m를 수영해야 한다.
트라이애슬론 첫 종목인 수영을 하기 위해 출발선에 선 선수들. 750m를 수영해야 한다. 오문수

제 89회 전국체육대회 트라이애슬론 여자부 경기가 여수시 신월동 한국화약 앞 경기장에서 열렸다. 출발 신호에 맞춰 하얀 포말을 그리며 오전 10시에 출발선을 떠나 바다 가운데 있는 반환점을 돌아왔으니 10분 쯤 지난 시간이다. 청명한 날씨에 여름이 지나갔지만 수온은 아직 수영할 만한 섭씨 21도다.

헉! 헉!
아! 미치겠다!

이제 막 750m의 수영을 마치고 물이 줄줄 흐르는 상태로 바꿈터에서 안전 헬멧을 쓴 채 자전거를 끌고 출발선에 선 선수들이 신발이 잘 신기지 않아 애 태우는 모습이다. 어떤 선수는 자전거 체인이 빠지기까지 했다.

 출발 신호가 울리고 물에 뛰어드는 순간
출발 신호가 울리고 물에 뛰어드는 순간오문수

트라이애슬론은 듀애슬론에 뿌리를 두고 있고, 어원상 라틴어로 3가지라는 의미의 트라이(tri)와 경기라는 뜻의 애슬론(athlon)의 합성어다. 수영, 사이클, 달리기의 3종목을 연이어 하는 3대 유산소성 스포츠로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며 극기와 인내심을 요하는 경기이다.

세부 종목으로 들어가 보면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하는 트라이애슬론, 수영을 제외한 달리기와 사이클로 구성된 듀애슬론, 사이클을 제외한 수영과 달리기로 구성된 아쿠아애슬론, 스키와 MTB 달리기로 구성된 동계트라이애슬론으로 구분된다.

트라이애슬론은 미국에서 건강 달리기의 창시자 중의 한 사람인 샌디에이고 변호사 데이비드 페인이 생일을 맞아 10㎞ 달리기와 ½마일 수영으로 된 바이애슬론 대회를 개최하면서 부터다.

 수영을 마치고 바꿈터에서 자전거를 갈아 타기위해 준비하는 선수들
수영을 마치고 바꿈터에서 자전거를 갈아 타기위해 준비하는 선수들 오문수

 순위 다툼을 하는 자전거 시합
순위 다툼을 하는 자전거 시합오문수

1974년 자전거 타기를 가미했고, 1977년 미 해군 중령 죤 콜린이 하와이 와이키키서 2.4마일 수영, 115마일 사이클, 26.2마일 마라톤 완주를 제안했고, 이 종목을 완주하는 사람은 누구나 철인(iron man)이라고 칭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경기로 채택됐고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부터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는 참가한 여자가 없어 man이라 불렀다.

13개 시도에서 출전한 3명씩 도합 39명의 선수들은 저마다 고장의 명예를 빛내기 위해 모인 선수들이다. 대회본부에서 지목한 주목할 선수로는 국가대표 선수인 홍단비 이현주 김주석 장윤정을 들고 있다.

철인 3종경기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인 박병훈(38)씨를 만났다. 학창시절 마라톤 선수였던 그는 군복무시절 TV에서 중계되는 시합을 보고 제대(2001) 후 우연히 참가하면서 철인경기에 인연을 맺었다.

 우리나라 철인 3종경기 최강자 박병훈선수
우리나라 철인 3종경기 최강자 박병훈선수오문수

2년 동안 동호회에서 활동하다 2003부터 프로선수로 나섰지만 저변 인구가 부족한 한국의 상황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스폰서도 부족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일본 미야꼬지마 대회에 참가해 2연패한(2006~2007) 후 관련 사업을 하면서 전북대표 선수 겸 코치를 하고 있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가 있지만 이 경기에 푹 빠지는 이유는 정직하다. 숨이 막혀 입에 게거품을 물정도로 괴롭지만 끝났을 때 희열을 느낀다.  또한 이 운동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흥미가 있고 참가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다"며 일반인들의 많은 참여를 권했다. 현재 동호인으로서 최고령은 김홍규씨로 81세이다.

 트라이애슬론 대구연맹임원인 이종도씨
트라이애슬론 대구연맹임원인 이종도씨 오문수

작년까지 대구연맹회장이었다가 선수단을 이끌고 참가한 이종도(55)씨는 경력 12년째이다. 그가 철인3종경기를 시작한 것은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욕망에서부터다. 다른 경기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동일한 경기를 하지만 이 경기는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하나가 기다린다며 다양성을 매력으로 들었다.

트라이애슬론은 호수나 바다에서 수영하고, 아름다운 시골의 풍경을 만끽하면서 사이클을 타고, 잘 정비된 도로를 달리는 상쾌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마라톤이나 장거리 달리기와 같은 단일 종목은 얼마나 단조로운가? 매일 같은 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몸과 그리고 정신에 활력을 준다.

이씨의 설명에 의하면 철인경기는 GNP가 2만불 이상 되는 나라에서 하는 운동이다. 아시아에서 일본이 가장 먼저 시작해 40만명의 동호인이 있지만 한국은 5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원래 철인3종경기 풀코스는 아침 7시부터 시작해 저녁 12시까지 들어오면 되며 완주하는 데 의미를 둔다. 야구나 축구처럼 한 장소에서 관중들이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던 북경 올림픽 시설이 부러웠다는 그는 우리나라에서 중국과 같은 상설경기장을 만드는 게 염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영과 제주에서 국제대회를 유치했고 몇 년 전까지는 외국선수들과 기량차이가 너무 컸지만 현재는 차이가 좁혀졌다. 수영에 이어 20㎞사이클과 5㎞달리기를 마친 선수들이 하나씩 둘씩 결승선에 들어서며 쓰러진다.

 1위를 한   경북   장윤정 선수의 결승선 통과 모습
1위를 한 경북 장윤정 선수의 결승선 통과 모습오문수

 1위를 한 장윤정선수가 환하게 웃고 있다.
1위를 한 장윤정선수가 환하게 웃고 있다.오문수

개인 1위는 경북 영남대학교에 재학 중인 장윤정 선수로 1시간 55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는 1위와 약 1분여 뒤진 대구의 이현주 선수가 차지했다. 1등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장선수는 "작년에 2등을 해 아쉬웠는데 올해 우승했고 감독 선생님과 동료 선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선수 중에는 여자부 동호인 중에서 한국 최고 기록을 가진 서정희(41) 선수가 있다. 경력 12년째인 그녀는 다른 젊은 선수들이 결승선에 도착해 쓰러지는데도 지친 기색이 전혀 없이 밝게 웃으며 인터뷰에 응한다.

 출전 선수  중   최고령(41세)이고 여자부 동호인 중 한국 최고 실력을 보유한 울산의 서정희 선수
출전 선수 중 최고령(41세)이고 여자부 동호인 중 한국 최고 실력을 보유한 울산의 서정희 선수오문수

 결승선을 통과한 후 힘들어하는 선수들
결승선을 통과한 후 힘들어하는 선수들오문수

"왜 이렇게 힘든 운동을 하죠?"
"자기만족이죠."
"앞으로도 계속 뛸 예정입니까?"
"예, 계속 뛸 것입니다."

인간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전하며 예쁜 미소로 포즈를 취해주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오늘의 여자부 경기결과.     

 개인전                                            단체전(출전 3명의 점수를 합산함)
1위: 장윤정 1시간 55초(경북)              1위: 충남
2위: 이현주 1시간 1분 48초(대구)         2위: 대구
3위: 남나은 1시간 2분(경기)                3위: 인천

덧붙이는 글 남해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트라이애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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