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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이상 한국이 두렵지 않다!”
‘공한증’, 축구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중국이 오랜 기간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기지 못해 생겨난 말로, 중국 축구 팬들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화가 치밀어 오르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공한’이라는 말을 축구가 아닌 다른 경기를 다룬 뉴스에서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한국을 두려워한다’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은근히 기분 좋은 이 말을 보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릴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난 14일 우리나라 여자 양궁 대표팀이 24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놓쳤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올림픽 양궁에 참가하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절대 강자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여 궁사들이 금 과녁이 아닌 은 과녁을 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더구나 단 한 선수에게 개인전에 출전한 여 궁사 세 명이 줄줄이 패할 것이라고는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이런 큰 충격을 안겨준 선수는 바로 중국의 장주안주안 선수입니다. 중국 관중들의 비신사적 행위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들 중 많은 이들이 이번 패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만, 어쨌든 금메달은 장주안주안 선수에게로 갔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이 예의 바른 행동이겠으나, 최근 우리나라 언론이 지나치게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도한다고 생각할 만큼 중국에 우호적인 저마저도 어제만큼은 박수 대신 분노의 레이저 눈빛이 마구 발사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집중력이 요구되는 경기에서 자국 선수가 이기게 하기 위해 상대편 선수가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순수한 실력이 아닌 그런 경기 외적인 요소로 인해 24년이나 지켜온 왕좌 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니 잠이 오지를 않았습니다. 결국 그 날 저녁 만나기로 했던 중국 친구와의 약속마저 취소해버렸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어제 그런 일을 보고 나니 중국인들과 대화하고 싶은 마음마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루 자고 나면 괜찮아질까 싶어 숙면을 취했으나 다음 날 일어나도 여전히 어제의 그 분한 마음이 남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신화통신에 들어 가보기로 했습니다. 혹시라도 자국 관중들의 비신사적 응원에 대해 한 마디라도 언급이 있다면 너그러이 이 쓰린 마음을 풀어주마라는 대범한 생각으로 접속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신화통신에 나온 기사절대 강자 한국 여자 양궁을 꺾었다고 흥분한 듯 보였다.신화통신
그야말로 자화자찬 일색이었습니다. 하긴 24년이라는 그 긴 시간을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우리나라 여 궁사 팀을 꺾었으니 자국 선수들이 무척 자랑스러울 만도 했습니다. 이 뉴스에는 여러 중국 누리꾼들의 의견을 적어놓았습니다.
“24년 역사를 깼다.”
“만년 2인자의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야말로 경사가 난 분위기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글들을 보고 나니 울분이 치밀어 올랐지만 다른 의견들을 보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 가라앉기는 했습니다.
“외국 선수들이 중국 탁구 선수를 누르고 우승한 것과 같은 일을 해낸 것이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탁구에서만큼은 중국 역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한 중국 친구가 예전에 자신이 신문에서 본 칼럼 내용을 들려주었는데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중국 스포츠 중에 정말 재미없는 것이 딱 두 개 있다. 하나는 탁구고, 하나는 축구다.”
둘 다 경기 결과가 뻔해서 재미없다는 내용인데, 축구는 늘 지기만 해서 재미가 없다는 것인데 비해, 탁구는 늘 이기기만 해서 재미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만큼 중국 사람들은 탁구만큼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절대 강자이며, 탁구에서 다른 나라 선수가 자국 선수를 이기는 것은 정말 이변 중의 이변이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탁구에서 외국 선수가 중국 선수를 이기는 대 이변처럼 양궁에서 절대 강자인 한국 선수들을 중국 선수가 이기는 대 이변을 일으켰다는 뜻입니다. 중국 자국 선수에 대해 칭찬하는 내용이지만, 뒤집어 보면 어쨌든 중국 사람들도 양궁에서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런 글을 보고 나니 살며시 마음이 풀리기 시작하기 했습니다. 중국인들이 보여주었던 비신사적 응원 문화에 대한 마음이 풀린 것이 아니라,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의 위상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붙으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탁구 경기와 우리나라 선수들 양궁 경기를 비교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 역시 붙으면 이기는 선수들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기사 맨 마지막에 소개된 의견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미소가 제 얼굴에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그 기사 맨 마지막에 소개된 의견이 바로 중국과 축구 경기를 할 때마다 늘 나오는 바로 ‘恐韩’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이 단어는 ‘한국을 무서워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 단어가 아닌
“我们不再“恐韩”!“
이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한국을 무서워 하지 않는다 뭐 이런 뜻 정도 되겠습니다. 우리보다 수십배 많은 인구 대국인 중국인들이 ‘더 이상 한국을 무서워 하지 않겠다’ 뭐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어쩐지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어쩌면 의외로 자신보다 인구도 훨씬 적고, 땅도 적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축구 뿐 아니라 양궁, 수영 등 여러 운동 종목에서 종종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빼앗기는 것에 대해 꽤나 분한 마음을 쌓아 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역시 우리나라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자랑스러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 비신사적인 응원 문화, 그것은 아마도 그만큼 우리 양궁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양궁 경기에서 본 중국 관중 태도 때문에 맘 상하시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는 그런 훌륭한 선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 하시는 하루가 되기를 빕니다.
대한민국 선수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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