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준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천영화제의 르네상스를 위해 발로뛰는 한상준 집행위원장

▲ 한상준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부천영화제의 르네상스를 위해 발로뛰는 한상준 집행위원장 ⓒ PiFan

1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벌써 중반을 훌쩍 지나 폐막을 앞두고 있다. 올해도 징크스처럼 주말에 많은 비가 내린 탓에 야외행사 등이 많이 취소됐지만 상영관 안에는 많은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아 판타스틱한 영화 잔치를 즐겼다.

11회때부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투입되어 영화제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 가는데 기여한 한상준 집행위원장을 바쁜 일정 때문에 전화로 인터뷰 했다.

한상준 집행위원장은 정성일, 강한섭, 전양준 등과 함께 문화원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키워 온 1세대 영화광 출신이다. 중국일보 출판국에서 허문영, 이영기, 한창호, 임재철 같은 후배들과 함께 일했고, 부산국제영화제를 거쳐 부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이르렀다.

-어느덧 영화제가 중후반에 도달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느낀 중간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영화제가 시작되고 나서 태풍이 와서 주말에 있던 야외행사들은 거의 취소해 사실 많이 위축됐다. 그런데 의외로 예매율이 좋게 나와서 조금은 안심이 됐다. 올해 새로 추가된 상영관 프리머스 소풍이 관수가 많은 이유도 있었고, 예전처럼 상영관의 동선이나 위치가 떨어져 있지 않고 모여 있어서 그런 부분도 작용한 것 같다. 전체적인 좌석 수가 작년보다는 약간 적은 부분이 있으나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예전에 부산영화제에도 계셨는데 특별히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처음 부천영화제서 일하게 된 동기도 부산영화제의 경험도 있었지만 9년이나 된 영화제를(9회 당시 파행 운행을 겪었던 일) 지키지 못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지리적으로도 수도권에 인접한 영화제로 그 자체가 좋은 자산이기에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게 됐다."

-올해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어떤 것입니까?
"'아시아 판타스틱 제작네트워크(NAFF:Network of Asian Fantastic Films,이하 나프)' 이다.
19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나프가 굉장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마켓의 틀을 갖추고 하려면 올해가 첫 해라서 앞으로 더 지켜봐야 겠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한다. 사실 준비기간이 워낙 짧았다. 생각은 그전부터 했지만 본격적으로 올해 2월부터 진행해서 3월에 팀이 꾸려져서 4개월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걱정했던 거에 비해 굉장히 잘 치러냈다.

'관객이 많다 적다'거나 다른 국제영화제와 비교하기보다는 '나프'로 인해 부천영화제의 차원이 달라지리라 본다. 부산영화제의 마켓과는 또다른 부천 자체만의 거기에 걸맞은 규모와 프로젝트를 통해 부천영화제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스태프들이 밤을 새워가며 준비했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나프'의 성공적 행사가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영사 사고나 스텝 문제 등 10년 이상된 영화제들이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인력 관리면에서도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부천의 영화 인재를 키울 수 있고 1년 내내 활용할 수 있는 시네마테크가 그래서 필요하다. 부천지역에 많은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생겼다. 그 중에서 문을 닫게되는 곳도 많이 생겼다. 새로 짓는 것보다 휴관한 멀티플렉스극장을 대관해서 영화제와 관련된 작은 영화들을 배급하고 상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화제에 작품 공급도 수월해질 것이다. 갈수록 영화제에 작품을 공급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

틈새시장을 이용해 배급전략을 꾸려 볼 수도 있다. 영화제에 출품하는 외국 제작사들도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영화를 배급하는 것이다. 영화제를 찾은 히로키 유이치 감독이나 시미즈 타카시 같은 일본의 유명감독들도 자신의 작품이 배급되는 것에 대해 궁금해 한다."

-영화제의 중추적인 5년 장기계획을 세웠다는데?
"작년 11회 영화제를 마치고 영화제에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싶었고 고민도 많았다.많은 영화제들이 생기고 또 많은 영화제들이 사라져 간다. 작년부터 한국영화계의 위기를 피부로 느꼈다. 영화제 하나만 갖고는 힘들다. 규모의 성장보다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고 양적인 것보다 독립적인 다른 것들이 필요하다.

세계영화제들의 공통점이 마켓(산업적)과 시네마테크 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토론토 영화제가 가장 비슷한 롤모델인데 토론토 영화제와 토론토 영화제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어 마켓과 산업 부분을 잘 활용하고 있다.

1년간 영화제를 위해 준비해왔던 데이타들을 그냥 소비하기엔 아까운 게 사실이었다. 부천도 영화제, 마켓(나프), 시네마테크, 배급의 기능까지 크게 4가지 역할로 분류하여 중장기 계획으로 국내의 영화산업 내에서도 산업적으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나프가 이룩한 성과는 상당히 중요하다."

-1회 때부터 부천영화제를 찾았던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부천을 찾았던 관객들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실제로 관객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처음 부천영화제를 찾았는데 새롭고 좋은 작품들이 많다'는 어린 관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고.
"나는 활자세대라 잘 몰랐는데 요즘 인터넷 블로그를 보니 관객이 영화제에 갖는 이미지나 생각이 많이 좋아졌더라. 스태프들과 '영화제를 찾는 새로운 층이 생긴 게 아니야?'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부천에 처음 왔는데 영화가 좋았다. 이런 장르 영화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들도 많았다. 부천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세상의 변화를 실감한다."

NAFF2008 올해 부천영화제가 야심차게 계획한 NAFF2008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 NAFF2008 올해 부천영화제가 야심차게 계획한 NAFF2008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 PiFan


-올해에는 주말에 비 때문에 야외행사들이 취소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초창기 부천영화제 때 느꼈던 영화제 분위기가 약해진 것 같다. 주민들의 반응도 예전만 못한 것 같고.
"부천은 수도권에서 가깝고 87만명이 살고 있는 큰도시다. 1회 때 '킹덤'이 국내영화제 중에서 처음으로 심야상영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땐 정말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영화제 분위기가 많이 느껴졌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많이 생겨났다. 지금 분명한 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문화환경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 마니아들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는 부산영화제처럼 갈 생각은 없다. 시민들의 참여가 더 많아지도록 노력은 하되 도시의 특성에 맞는 방법이 필요하다. 대신 나프 등을 통해 문화와 산업이 행복하게 결합해서 효율적인 활용을 하도록 더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다."

2년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그로 인해 이렇게 빨리 안정적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부천영화제에 가면 늘 그는 현장에 있다. 말 그대로 발로 뛰는 집행위원장이다. 외국 게스트들과 극장상영관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영화제 전반 업무를 보는 그의 모습에서 이른 시간 안에 영화제가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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