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는 누구냐?'

2007년 메이저리그를 빛낸 선수와 감독이 21일(이하 한국시각) 모두 밝혀졌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매년 최우수선수(MVP)를 비롯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 신인왕, 올해의 감독상 등을 아메리칸리그(AL)와 내셔널리그(NL)로 나눠 선정한다.

완전무결한 타자 로드리게스, 올해도...

아메리칸리그 MVP는 '야구 천재'로 불리는 알렉스 로드리게스(32·뉴욕 양키스)가 차지했다.

올해도 나야? 뉴욕 양키스의 간판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통산 3번째 MVP 주인공이 됐다.

▲ 올해도 나야? 뉴욕 양키스의 간판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통산 3번째 MVP 주인공이 됐다.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로드리게스는 미국야구기자협회 투표에서 1위표 26개와 2위표 2개를 얻어 총점 382점을 획득해 258점에 그친 매글리오 오도네즈(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124점의 큰 차이로 따돌리고 MVP에 선정됐다. 이로써 그는 지난 2003년(텍사스 레인저스)과 2005년(뉴욕 양키스)에 이어 '통산 3번째 MVP'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사실 로드리게스의 MVP 선정은 투표 시작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로드리게스는 올해 양키스 이적 4년 만에 50홈런을 돌파(57개)했을 뿐 아니라 경기당 1개에 가까운 156개의 타점(158경기 출장, 경기당 약 0.99개)을 올려 각각 AL 단독 선두를 지켰다. 특히 156타점은 2002년 자신이 세운 142타점을 넘어선 단일 시즌 최다타점 신기록이다.

경쟁자였던 오도네즈는 AL 타격왕 타이틀(타율 0.363)과 216개의 안타(AL 2위), 28홈런(AL 7위), 139타점(AL 2위)으로 맞섰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 성적과 외야수의 한계로 인해 MVP를 내줘야 했다. 물론 단순한 기록만으로도 오도네즈와 로드리게스는 적잖은 차이가 있었다.

한편 내셔널리그 MVP는 예상을 뒤엎고 지미 롤린스(29·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선정됐다. 롤린스는 뛰어난 유격수 수비를 바탕으로 공수주를 두루 갖춘 선수다.

올해는 안타(212개, NL 2위), 득점(139개, NL 1위), 홈런(30개), 타점(94개) 부문에서 모두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또한 3루타를 무려 20개(NL 1위)나 때려냈고 도루도 41개(NL 5위)를 성공하는 동안 단 6개 실패(성공률 87.2%)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강력한 후보였던 맷 할러데이(콜로라도 로키스)는 336점을 얻어 353점을 얻은 롤린스에게 17점 뒤진 2위에 그쳤다. 할러데이는 타율(.340), 타점(137개), 최다안타(216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정규시즌 막판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좌익수라는 포지션과 해발 1610m에 위치해 타자들에게 유리한 홈구장 쿠어스필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실제로 할러데이는 쿠어스필드에서 82경기에 출장해 25홈런, 82타점을 올리는 등 방문경기(76경기서 11홈런, 55타점)와 비교해 부침이 심한 경향을 보였다. 할러데이의 홈경기와 방문경기의 OPS(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값으로 타자들의 공격 생산성을 비교적 쉽게 보여주는 기준)는 각각 1.157와 .859로 3할에 가까운(.298) 큰 차이를 보였다.

NL 사이영상, 만장일치 '피비' 선정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은 양대 리그 모두 새로운 얼굴이 차지했다. 특히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은 1위표 32개를 독식한 제이크 피비(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돌아갔다. 피비는 총점 160점을 획득, 94점에 그친 브랜던 웹(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을 66점 차이로 여유 있게 제쳤다.

피비의 투심은 '마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에이스 제이크 피비는 생애 첫 사이영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피비의 투심은 '마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에이스 제이크 피비는 생애 첫 사이영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원래부터 좋은 투수였던 피비는 2007년 들어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다. 피비는 올해 다승(19승), 탈삼진(240개), 평균자책점(2.54)을 모두 석권하며 내셔널리그 투수 3관왕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피비는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구사하는 투수인 동시에 주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을 이용해 현란한 공의 움직임을 활용하는 기교에도 능한 선수다.

내셔널리그와 달리 아메리칸리그는 다소 경합이 예상되었으나 C.C. 사바시아(27·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사바시아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20승 투수였던 조시 베킷(보스턴 레드삭스)을 33점 차로 누르고 119점을 얻어(1위표 19개) 생애 첫 사이영상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사이영상은 어느 덕목보다 다승의 가치가 크다. 다승부문에서 베킷에 1승 뒤져있는(19승) 사바시아가 사이영상 수상을 대놓고 장담하기 어려웠던 것도 이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 아메리칸리그에서 앞선 10년간 다승왕이 사이영상을 차지하지 못한 경우는 세 번(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 18승, 2001년 로저 클레멘스 20승, 2004년 요한 산타나 20승)밖에 없었다.

더구나 위의 사례 가운데서도 2000년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지명타자가 있는 아메리칸리그의 보스턴 소속으로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하는 등 짠물 투구를 펼쳐 사이영상 수상이 가능했다. 당시 마르티네스는 다승왕도 아니었을 뿐더러 20승 고지와도 조금 거리가 있었지만 워낙 타자들을 압도해 1위표 28장을 모두 휩쓸었다.

신인 같지 않았던 신인들 속출

올해는 유독 신인왕 후보들이 베테랑 보다 나은 뛰어난 기록을 내는 바람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내셔널리그의 경쟁이 상당히 치열했다.

막판까지 안개속이었던 내셔널리그 신인왕은 밀워키의 내야수 라이언 브라운(24)에게 돌아갔다. 브라운은 올해 34개의 홈런(NL 5위)과 97개의 타점, 6할대의 장타율(.634, NL 1위)을 기록해 동료인 프린스 필더와 함께 타선을 주도했으나 주전 3루수로 뛰면서 무려 26개의 실책을 범해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신인왕 후보였던 트로이 툴로위츠키(콜로라도)는 24홈런, 99타점을 올린데다 주전 유격수로서 안정된 수비를 보였기에 브라운과 큰 대조가 됐다. 유격수는 '내야수의 꽃'이라고 할 만큼 수비부담이 크고 중요한 위치다.

하지만 기자협회는 툴로위츠키의 수비능력보다는 브라운의 타격에 손을 들어줬다. 브라운은 17개의 1위표를 토대로 128점을 얻어 126점을 얻은 툴로위츠키를 2표차로 밀어냈다. 이 결과는 두 선수가 보여줬던 기량이 큰 차이가 없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내가 우승팀 주전 2루수 보스턴 레드삭스의 더스틴 페드로이아는 정규시즌부터 포스트시즌까지 꾸준한 활약으로 팀의 우승에 큰 도움을 줬다.

▲ 내가 우승팀 주전 2루수 보스턴 레드삭스의 더스틴 페드로이아는 정규시즌부터 포스트시즌까지 꾸준한 활약으로 팀의 우승에 큰 도움을 줬다.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아메리칸리그는 보스턴의 주전 2루수였던 더스틴 페드로이아(24)가 1위표 가운데 24표를 얻어 132점으로 델몬 영(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을 76점차로 따돌렸다. 페드로이아는 올해 주전 2루수로 입지를 굳혔고 뛰어난 선구안을 발휘(삼진 42개, 볼넷 47개)해 팀의 득점력을 높였다. 페드로이아의 타수당 삼진 수는 12.4(AL 2위)였다.

한편 올해의 감독상에는 에릭 웨지(39) 클리블랜드 감독과 밥 멜빈(46) 애리조나 감독이 각각 선정됐다. 두 감독은 모두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웨지는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 중이었던 클리블랜드를 부임 5년 만에 지구 1위로 만들었다. 클리블랜드는 올 시즌 보스턴과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리(96승)를 거둔 팀이었다.

우리가 '올해의 감독' 에릭 웨지(왼쪽) 클리블랜드 감독과 밥 멜빈 애리조나 감독은 지도력을 인정받아 각각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 우리가 '올해의 감독' 에릭 웨지(왼쪽) 클리블랜드 감독과 밥 멜빈 애리조나 감독은 지도력을 인정받아 각각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멜빈 역시 시애틀 매리너스와 애리조나를 거쳐 감독 생활 5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지구 1위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경험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클리블랜드와 애리조나 모두 당초 지구 상위권에 분류될만한 전력이 아니었다는 측면이 감독상 투표에서 크게 부각됐다.

메이저리그를 빛낸 그들, 투표 결과가 궁금하다

AL 투표결과 아메리칸리그는 모든 분야에 걸쳐 1위가 비교적 많은 점수차로 뽑혔다.

▲ AL 투표결과 아메리칸리그는 모든 분야에 걸쳐 1위가 비교적 많은 점수차로 뽑혔다. ⓒ 이호영


NL 투표결과  내셔널리그는 사이영상 투표를 제외하면 비교적 경합을 했던 흔적이 보인다. 특히 신인왕 투표는 엄청난 박빙의 승부였다.

▲ NL 투표결과 내셔널리그는 사이영상 투표를 제외하면 비교적 경합을 했던 흔적이 보인다. 특히 신인왕 투표는 엄청난 박빙의 승부였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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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MVP 신인왕 감독상 사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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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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