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괴롭히는 <트랜스포머>

[할리우드 잡학노트 시즌2] 지금 할리우드 영화는 변신 중

▲ <고스트 라이더>(2007)
ⓒ Columbia
흔히 비평과 흥행을 두 마리 토끼로 비유하듯 평론가들이 추천하는 영화와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할리우드 영화를 놓고 평론가들이 내린 결론과 관객들이 표를 팔아준 결과는 심하게 어긋나고 있습니다.

평론가들이 구제불능으로 낙인찍었던 <고스트 라이더>(2007)는 제작비를 간신히 넘기는 성적을 내기는 했지만 2007년 상반기 박스오피스 7위를 차지했고, 평론가들의 관심조차 끌지 못했던 <300>(2006)은 미국은 물론 해외시장을 뒤흔들며 상반기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 <트랜스포머>(2007) 역시 평론가들은 '유치하다'는 도장을 꾹 찍어 놓았지만 '재밌기만 하다'는 것이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대답입니다. 평론가가 무능해졌다기보다는 할리우드 영화를 고르는 관객들의 기준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평론가들 괴롭히는 할리우드 영화들의 경향은?

▲ <300>(2006)
ⓒ WB
평론가를 괴롭히는 할리우드 영화들은 몇 가지 경향을 갖습니다. 먼저 미국 대중문화에서 이야기를 공급받는 영화들입니다. <300>은 실제 역사나 오래된 할리우드 영화 <300 스파르탄>(1962) 보다는 프랭크 밀러의 만화(그래픽 노블)를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고스트 라이더>나 <판타스틱 4> 역시 미국식 코믹스를 자산으로 삼고 있습니다.

학교가 쉬는 토요일 아침마다 아이들을 불러 모았던 미국 어린이들의 추억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트랜스포머>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추억의 변신로봇 만화를 스크린에 되살리는 영화에 스티븐 스필버그나 마이클 베이 같은 이름이 걸려 있는 것은 이미 할리우드 주류가 나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론가를 괴롭히는 할리우드 영화들의 또 다른 경향은 스타 보다는 캐릭터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할리우드는 스타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최근 영화들은 캐릭터로 스타 파워를 대신하고 몸값이 싸면서 그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를 기용합니다.

여기에 힘을 더하는 것은 컴퓨터로 그려내는 가상 캐릭터입니다. <고스트 라이더>의 주인공은 니콜라스 케이지지만 불붙은 해골바가지(?)는 그의 몸 보다는 컴퓨터의 힘으로 생명력을 얻습니다.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 역시 실제 배우와 컴퓨터의 역할을 나눠 생각하기 어렵고 아예 인간이 아닌 로봇들이 주연을 도맡아 하는 <트랜스포머>에 이르면 가상 캐릭터 역시 이미 할리우드 주류의 노선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단순한 이야기가 평론가들 괴롭힌다

▲ <트랜스포머>(2007)
ⓒ DreamWorks
평론가를 괴롭히는 할리우드 영화들은 이야기가 단순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냥 이야기 흐름대로 흘러가고 별다른 반전이나 복선이 없고 사실 이 점이 평론가를 괴롭히는 주된 이유가 됩니다.

그동안 할리우드에 관습처럼 굳어져 온 형식은 2시간짜리 영화라면 30분에는 사건이 있고 90분에는 해결의 실마리가 있는 식입니다. 이 두 지점을 각각 '구성점'이라 해서 중요하게 여겼는데 이런 관습을 잘 지키면 관객이 즐기기 좋은 편안한 영화가 되고, 복선이나 반전을 두어 구조를 비틀면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영리한 영화가 됩니다.

최근 흥행하는 할리우드 영화들은 그냥 흘러가는 줄거리로 구성점 이론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습니다. 당연히 평론가 입장에서는 '단순하다'거나 '유치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식스센스>(1999)로 반전의 제왕에 올랐던 나이트 샤말란의 후속작들이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것처럼 관객들은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잘 짜인 영화에 더 이상 흥미를 갖지 못합니다.

평론가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이들 영화들의 경우 영상의 흐름 자체가 구성을 대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300>을 두고 느린 화면을 정상 속도로 돌리면 상영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 영화라고 농담을 했지만 관객들은 바로 그 느린 화면과 빠른 화면을 섞어가며 펼쳐지는 현란한 그 흐름 자체를 즐긴 것입니다.

가상캐릭터·현란한 영상 세계로 옮겨 가는 관객들

AFI가 뽑는 100대 영화 목록을 만들면 여전히 <시민케인>이나 <대부>같은 영화들이 앞자리를 차지합니다.

평론가들은 이런 영화를 중요한 자산으로 안고 살아가겠지만 관객들은 이미 가상 캐릭터와 현란한 영상의 세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어차피 평론가들은 가장 늦게 말을 갈아타는 사람들이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트랜스포머>를 이끄는 것처럼 할리우드 주류는 이미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관객이 좋아하고 돈이 되면 뭐든 마다하지 않는 이런 점이 할리우드의 미덕이기도 하고 무서운 점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를 타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련의 영화 기법이나 할리우드 관습을 의도적으로 파괴시킨 프랑스 영화 기법들을 가져와서 오히려 할리우드 문법으로 흡수해 버리는 사람들이니 말입니다.

▲ <트랜스포머>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왼쪽)과 감독 마이클 베이.
ⓒ DreamWorks
2007-07-12 11:24 ⓒ 2007 OhmyNews
트랜스포머 고스트라이더 평론가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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