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의 아버지'가 한국사람?

<트랜스포머>의 대부, 한국인 애니메이터 낼슨 신

▲  <트랜스포머>.(2007)
ⓒ DreamWorks

세계 최초로 <트랜스포머>(2007)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우리 대한민국 관객들입니다. 미국 인터넷 게시판들에서는 이것을 두고 '복제강국'이기 때문에 먼저 개봉했다는 조금은 속 쓰린 얘기부터, 한국이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시장 비중을 언급하는 학술적인 의견까지 다양한 말들이 오갔습니다.

그 중에서 눈길을 확 당기는 의견은 '넬슨 신이 한국인이라 그런가?'하는 코멘트였습니다. <트랜스포머>의 첫 번째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프로듀서이자 첫 극장용 애니메이션 <트랜스포머 더 무비>(1986)의 연출까지 맡은 넬슨 신(68세, 한국명 신능균)은 일명 '트랜스포머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1939년생으로 한국 애니메이터 1세대로 불리는 그는 1971년 훌쩍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을 시작합니다.

▲  넬슨 신이 프로듀서를 맡은 <트랜스포머> 첫 TV 시리즈.(1984)
ⓒ Akom/Hasbro

바닥부터 시작한 넬슨 신은 특유의 '빠른 손'으로 입지를 키워갔습니다. 때마침 미국은 애니메이션은 물론 할리우드 자체가 호황을 누리던 시기여서 일손을 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운도 따랐습니다. 이때 넬슨 신이 어느 SF 영화에 특수효과를 '그려 넣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 영화가 바로 <스타워즈>(1977)였고 광선검을 그려 넣었던 넬슨 신은 유명세를 치르게 됩니다.

<트랜스포머>는 일본 장난감을 가지고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이 원조라 생각하기 쉽지만 족보를 따져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본 '다카라'사에서 트랜스포머 장난감을 만들었다가 경영 부진으로 미국 '하스브로'사에 판권을 넘겼고 하스브로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마블'사에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겼는데 이때 마블사로부터 프로듀서 의뢰를 받은 인물이 바로 넬슨 신입니다.

▲  넬슨 신이 제작과 연출을 맡은 <트랜스포머 더 무비>.(1986)
ⓒ DEG/Hasbro

넬슨 신은 일본 로봇 만화를 거의 접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간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맡았던 <트랜스포머>시리즈들은 일본 로봇 만화와는 다른 고유의 정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TV 시리즈에 나오는 트랜스포머들은 빠른 속도감을 자랑하며 인간처럼 느끼고 행동하는데 이런 넬슨 신의 연출은 할리우드 <트랜스포머>로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넬슨 신은 TV 시리즈를 만들면서 원작에 없던 컬러 개념을 도입해서 '오토봇'은 황색, '디셉티콘'은 청색 계열로 설정합니다. 이것은 다시 하스브로의 생산 라인에 적용되어 큰 인기를 끌게 되고, 이것이 할리우드의 <트랜스포머>로 이어집니다.

<트랜스포머>는 이후 많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일본 '도에이' 영화사로 판권이 넘어가 제작되기도 하고 1990년대에 CG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마니아들은 첫 TV 시리즈부터 극장용 <트랜스포머 더 무비>(1986)까지를 특별히 1세대 'G1'이라 부르면서 떠받들고 있습니다.

이번 할리우드 실사판 <트랜스포머>의 디자인을 넬슨 신이 이끌었던 G1 시절 캐릭터와 비교하는 토론이 이어졌으니 <트랜스포머> 마니아라면 넬슨 신의 나라 코리아에서 세계 최초 개봉하는 것을 기분 좋게 웃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트랜스포머 더 무비>(1986)와 <트랜스포머>(2007)의 ‘범볼비’.
ⓒ Hasbro/DreamWorks

당시 미국에서 유통되던 트랜스포머 장난감들 중 많은 수가 우리나라에서 OEM 방식으로 수출된 것들이었습니다. 지금 중국이 하던 생산기지 역할을 우리가 하던 시절이었죠.

이 과정에서 복제품들이 이름과 포장을 바꿔 국내 시장에 풀렸고 이름만 몰랐다 뿐이지 우리가 기억하는 추억의 장난감 중에 트랜스포머들이 제법 있으니 여러 면에서 한국은 <트랜스포머>와 인연이 깊습니다.

넬슨 신은 우리나라로 돌아와 1985년 자신의 제작사 '에이컴'을 설립하고 미국 주요 애니메이션들을 OEM 방식으로 맡아왔습니다. 그 유명한 <심슨가족> 역시 처음부터 18년째 제작을 맡고 있고 올해 개봉될 극장판 역시 넬슨 신의 에이컴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  넬슨 신. <왕후 심첨>(2005) 상영장에서.
ⓒ Acom
미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맡아 왔다는 점에서 우리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겠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OEM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그림자를 함께 보게 됩니다.

넬슨 신은 기술만 있고 기획이 없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극복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2005)을 남북합작으로 제작했는데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넬슨 신 본인도 <왕후 심청>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을 갖고 있어서 재편집을 해서 다시 선보이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습니다.

2007년 현재 68세의 넬슨 신은 현역입니다. 자신의 제작사에서 애니메이터들과 작업을 하고 애니메이션 단체 일도 맡아 고심하고 저변을 넓히고자 격월간 잡지 <애니메이툰>도 펴내고 있습니다. 남북한의 역량을 합친 '한반도 애니메이션'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그의 뜻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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