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여인, 비치발리볼장에 서다

[여기는 도하!] 이슬람국가로는 유일... 선수들은 기독교인

▲  5일 오전(한국시간) 도하 스포츠시티내 경기장에서 열린 비치발리볼 이라크-스리랑카전에서 이라크 여자 선수들이 속살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덧입은 흰옷으로 배꼽을 가린 채 경기장에 나와 있다. 두 선수는 '리다 아가시'와 '리자 아가시' 자매.
ⓒ 연합뉴스 김병만

용감한 자매 '리다 아가시'와 '리자 아가시'. 두 사람은 전쟁으로 찢긴 이라크에서 왔다. 그것도 이슬람 국가에서는 예외적인 비치발리볼 선수로.

리다와 리자는 이번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그리 성적이 좋지 않았다. 스리랑카와 일본을 상대로 한 두 경기 모두 패했다.

그래도 두 사람은 행복하다. 매일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기 급한 이라크에 살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참가로 인생의 낙을 얻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용기를 가지고 자신 있게 비치발리볼을 한다. 두 사람은 일반 비치발리볼 선수와는 다르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전통 이슬람 국가로는 카타르에서 처음 열린 비치발리볼 대회에 이슬람 국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참가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결단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이들의 참가는 메달 못지않게 값졌다.

"우리는 이라크에서 유일한 비치발리볼 선수에요. 우리는 해변에서 연습할 수 없어요. 실내나 집에서만 연습할 수 있어요. 만일 우리가 밖으로 나가 연습했다가는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 못하거든요."

@BRI@키 165cm에 이제 18살이 된 리다의 말이다. 리다는 뛰어난 비치발리볼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그 꿈이 실현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전 훌륭한 비치발리볼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현 국내 상황을 봤을 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요."

20살인 언니 리자 역시 이라크 내에 스포츠 문화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 안타깝다.

"이라크에는 아시안게임 같은 대회를 개최할 시설이 없어요. 도하에 오기 전에도 우리는 실내에서만 연습했어요. 프로선수들처럼 하려면 적어도 2년간 꾸준히 훈련을 해야 하죠. 우리는 여기서 이길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우리는 단지 아시안게임에 이라크를 대표해 참석하고 싶었어요."

리다는 자신들의 패인을 상대팀 선수들은 모래밭에서 연습한 반면 자신들은 딱딱한 실내 바닥에서 연습한 탓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비치발리볼 경기 준비를 거의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비치발리볼 경기에서 졌다는 것은 두 사람에게는 중요하지만 매일 거리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소재로 잡담을 나누는 이라크인들에게는 관심거리조차도 안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렇듯 불안한 국내 정세속에서도 비치발리볼을 하는 자신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이에 대해 리다는 이렇게 말한다.

"국내의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이라크 팀이 이곳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워요.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칠 거에요. 첫 경기 전에는 긴장되고 두려웠어요. 아시안게임에 처음 참가하는데다가 우리가 제일 어렸기 때문에 겁이 많이 났어요."

두 사람의 복장은 일반적인 비치발리볼 복장이 아니었다. 속살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덧입은 흰옷으로 배꼽을 가렸다.

"전 기독교인이라 수영복 차림의 옷을 입어도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이라크로 돌아갔을 때 국민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할지 모르잖아요. 그 때문에 속살을 가렸죠."

리다의 말이다.

▲  여자 비치발리볼의 홍콩 여자 선수들이 몽골팀과의 대결에서 점수를 올리자 기뻐하고 있다.
ⓒ DAG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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