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악역엔 가수가 제격?

스팅, 믹 재거 그리고 티나 터너...연기에 사운드트랙까지 소화

다른 장르에서 활약하는 스타들을 스크린으로 끌어 들이는 것은 할리우드에선 흔한 일이다. 하다못해 축구 황제 펠레마저 포로수용소에서 축구하는 영화에 등장했으니 말이다. 연기가 모자라도 전업 배우들에 비한다면 많은 것들을 용서 받기 마련이고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흥행 요소에 초대 손님의 스타 파워를 얹는 셈이라 가격만 맞는다면 제작자로선 마다할 이유는 없다.

 <듄>(1984). 데이빗 린치 감독.
ⓒ Universal

할리우드가 즐겨 끌어당기는 다른 동네 스타 중에는 단연 가수들이 인기다. 가수들은 발성이 되기에 대사 처리가 좋고, 무대에서 표현하는 경험이 있기에 스포츠 스타나 모델에 비한다면 연기도 좀 되는 편이다. 게다가 가수를 섭외하면 사운드트랙도 해결되는, 속된 말로 날로 먹는 부분도 생기곤 한다.

@BRI@ 원작 소설의 영광에 비한다면 망연자실했던 SF영화 <듄>(1984)에는 스팅이 비열한 악당으로 나와 정말 열심히 연기한다. 스팅은 영화 결말 부분에선 주인공과 1:1 대결을 벌일 정도로 비중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평소 가지고 있던 독특한 이미지를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팅은 영화에 관심이 많아 출연도 즐겨 하는 편인데 테리 길리엄의 <바론의 모험>(1988)이나 가이 리치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8)같은 독특한 영화들에 얼굴을 비쳤다.

스팅은 영화 사운드트랙에도 열심이라 스팅의 베스트 앨범을 보면 영화 삽입곡들이 제법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레옹>(1994)이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5)같은 영화들은 많은 이들에게 스팅의 목소리로 기억될 것이다.

 <프리잭>(1991)
ⓒ Morgan Creek

독특한 이미지라면 결코 스팅에 뒤지지 않을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도 영화 출연을 즐겨했다. 롤링 스톤스가 한창 날리던 시절엔 <네드 켈리>(1970)에선 주연을 맡기도 했다. 믹 재거 최고의 연기도 아니고 영화 자체도 그리 잘된 영화는 아니었지만 SF영화 <프리잭>(1991)에서 보여준 현상금 사냥꾼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마틴 쉰의 아들이자 찰리 쉰의 형인 에밀리오 베스테베즈가 현대에서 미래로 잡혀간 도망자를 연기할 때 그를 쫓는 당대 최고의 사냥꾼으로 믹 재거가 등장한다. 연기는 좀 어설펐지만 검은색 코트를 휘날리는 모습은 뭔가 락커의 포스가 느껴졌고 무엇보다 굴곡 많은 얼굴로 날려주는 썩은 미소가 일품이었다.

 <매드 맥스 3>(1985). 원제는 < Mad Max Beyond Thunderdome >.
ⓒ WB

스팅과 믹 재거가 SF영화 악당으로 기억된다면 여성 가수로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던 티나 터너 역시 <매드 맥스 3>(1985)에서 여걸 악당으로 등장한다. 호주 출신 감독 조지 밀러는 역시 호주 배우 멜 깁슨을 기용해서 만든 <매드 맥스>로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게 되는데 <매드 맥스> 시리즈의 완결편인 3편을 할리우드 자본을 끌어들여 만들면서 미국 몫인 여자 주인공 역에 티나 터너를 기용한다.

원래 조지 밀러 감독이 티나 터너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하는데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살아남은 무리들을 이끄는 여걸 지도자로 등장한 티나 터너는 특유의 음성과 사자 머리로 잘했다기보다는 열심히 한다. 티나 터너는 영화 주제가도 불렀는데 사실을 말하자면 그냥 주제가만 부르는 게 나을 뻔 했다.

이런 저런 출연작이 많은 스팅이나 믹 재거에 비한다면 티나 터너는 <라스트 액션 히어로>(1993)에 잠깐 얼굴을 비춘 것 말고는 영화 출연을 삼갔는데 <매드 맥스 3>에서 크게 데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젤라 바셋이 주연한 티나 터너의 전기영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1993)은 실존 인물에 대한 영화를 꼽을 때면 항상 언급되는 걸작 영화로 남았으니 영화에 대해 여한은 없을 듯 하다.

 티나 터너의 전기영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1993). 원제는 <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
ⓒ Touchstone

덧붙이는 글 일본영화 <사무라이 픽션>(1998)에 설정으론 악역이지만 극을 이끌어 가는 중심이었던 호테이 토모야스가 생각합니다.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이 큰 키에 기타 둘러매고 다니던 평소 모습을 보고 영화를 구상했다고 하니 가수의 포스가 영화 하나를 만들어낸 셈이죠. 정치 스릴러를 표방했던 우리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1991)에는 가수 임재범씨가 냉혹한 킬러로 등장합니다. 대사는 거의 없었고 분위기로 승부했는데 가수로써 그가 가진 이미지를 잘 연결시킨 강우석 감독 센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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