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익준의 <할리우드 잡학노트>34 오데사 계단은 할리우드에 있다? 능동적 영화읽기 꿈꾼 '몽타주', 제국주의 심장부에 흡수되다 장익준(goket) 06.09.26 10:32최종업데이트06.09.26 10:32 인쇄 북마크 댓글 페북 트위터 공유 밴드 메일 http://bit.ly/48fhtF 복사 확대 축소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요즘 유행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90년대 초반 대학가 영화제에선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1898~1948)의 <전함 뽀쫌낀>(1925)은 꼭 봐야 하는 영화였다. 영화를 공부하는 이들은 책에서만 보던 몽타주(montage) 기법을 친견하기 위해, 운동권 선배 손에 이끌린 후배들은 러시아 혁명을 체험하기 위해 이 영화를 봤다. 뭐 어쨌든 빈자리 찾기가 쉽지 않았다. <전함 뽀쫌낀>에 영화 이론 공부와 혁명사 학습이라는 두 가지 쓰임새가 있었듯, 이 영화를 만들 때 에이젠슈테인 자신에게도 볼셰비키 혁명가와 몽타주 이론가라는 두 모습이 통일되어 있었다. 스탈린 시대를 맞아 에이젠슈테인은 비판 대상으로 전락하고 그 자신도 분열되어 <폭군 이반>(1944)에 이르면 몽타주의 끝을 보려는 영화 이론가의 모습이 강해진다. ▲ 영화 공부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봤을 <영화의 이해>에 실린 것처럼 영화에 관심있는 이들은 <전함 뽀쫌낀>의 '오데사 계단' 장면을 한 컷씩 분석하곤 했다. 요즘 유행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 현암사에이젠슈테인 이후 몽타주 기법은 소련 영화계에서 이어지지 못했다. 그 자신이 몽타주 이론을 극한까지 몰아간 탓도 있었지만, 스탈린 시대가 바라던 영화들은 대중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형식을 바탕으로 공산주의 영웅을 묘사하는 선전영화들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대중을 전제로 하는 몽타주 이론은 스탈린 시대에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오히려 몽타주 이론은 할리우드로 흡수된다. 할리우드는 몽타주 기법의 잠재성을 간파하고 이것을 빠르게 소화한다. 에이젠슈테인이 중요하게 여긴 것은 몽타주 기법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해 관객이 자각하게 하고 관객을 교육하는 것이었다. 공산주의 조국에선 몽타주 이론이 배척당하고 제국주의의 심장부에선 몽타주 기법이 대중을 현혹하는 수단으로 위력을 발휘했으니 씁쓸한 얘기다. 할리우드는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자극은 강하지만 어설프게 쓰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는 몽타주 기법을, 액션영화에서 폭력을 강조하는 용도처럼 부분적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나름대로 개성을 지키며 영화를 만든다는 감독들은 몽타주 기법의 교과서라 할 <전함 뽀쫌낀>의 '오데사 계단' 장면을 할리우드 방식으로 되살려내 에이젠슈테인에게 '오마주'(hommage, 존경)를 바치고 있다. ▲ <브라질>(1985)에 등장하는 테리 길리엄의 '오데사 계단'. 유모차 대신 진공청소기가 계단을 내려가는 코믹한 설정이지만, 안경 쓴 여인의 비명이나 사선으로 계단을 내려오는 병사들처럼 '오데사 계단'의 중요한 이미지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다. ⓒ 20C Fox ▲ <드레스 투 킬>(1980)에서 히치콕 감독의 <싸이코>(1960)를 '오마주'했던 브라이언 드 팔마는 <언터처블>(1987)에선 기차역 계단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을 바탕으로 '오데사 계단'에 도전한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유모차가 중요하게 등장하고 아이의 얼굴 표정이 상황을 대변한다. ⓒ Paramount ▲ 패러디 영화 <총알탄 사나이 3>(1994)는 <언터처블>의 기차역 장면을 가져다 쓴다. 코미디의 기본은 과장이기에 모두 네 대의 유모차가 계단을 달리고 유모차를 놓친 엄마의 표정도 충실하게(?) 재현되어 있다. 계단을 함께 달리는 잔디 깎는 기계는 혹시 <브라질>의 진공청소기를 의식한 것일까? ⓒ Paramount 덧붙이는 글 에이젠슈테인의 영화는 국내에 <전함 포템킨>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글에서는 원음을 존중해 <전함 뽀쫌낀>으로 표기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추천1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 장익준 (goket) 내방 구독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안준희와 홍진크라운의 특별한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