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 축구가 끝내 단 1승도 못 올리고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끝냈다.
우리 시각으로 30일 이른 새벽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6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축구 B그룹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 월드컵 G그룹에서 우리와 맞붙게 될 토고는 앙골라에게 2-3으로 져 그룹 최하위(3패, 2득점 7실점)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짐을 쌌다.
포르투갈, 멕시코, 이란과 함께 월드컵 본선 D그룹에 속한 앙골라도 경기 끝무렵 마우리투의 멋진 결승골로 이기기는 했지만 콩고 민주공화국에게 골득실차에서 밀려나 토고와 나란히 예선에서 미끄러지는 아픔을 겪었다.
힘 부친 열 명의 토고 선수들
이미 예선 탈락이 확정되어 가뜩이나 힘든 경기를 펼쳐야 했던 토고는 앙골라와의 마지막 경기 29분에 핵심 미드필더 카심이 엘 아르조운(모로코) 주심으로부터 두 번째 노란 딱지를 받으며 아예 쫓겨나는 바람에 이후 60분이 넘는 시간을 열 명이 뛰어야 했다.
경기 시작 9분 만에 토고 수비는 오프사이드 라인이 무너지며 앙골라의 골잡이 플라비우 아마두에게 오른발 슛을 내주며 0-1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토고 골잡이 카데르 쿠바자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24분에 앙골라 수비수 알론소를 완벽하게 따돌리고 오른발로 동점골을 넣었다.
앙골라는 열 명으로 줄어든 토고의 빈틈을 노리다가 38분, 날카로운 오른쪽 크로스 공격을 통해 한 골을 더 넣었다. 로코의 오른쪽 크로스가 토고 골문 바로 앞으로 날아왔을 때 앙골라 공격수들이 몸싸움을 잘했다. 선취골의 주인공 플라비우 아마두는 토고 수비수 마마 압둘 가파르와의 몸싸움을 이겨내 비교적 유리한 위치에서 오른발 슛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후반전 반격에 나선 토고는 67분, 효율적인 역습을 전개하여 멋진 동점골을 터뜨렸다. 카데르 쿠바자가 오른쪽으로 흐른 공을 재빠르게 자기 것으로 만든 다음, 지체 없이 낮게 크로스를 보냈고 이 공을 향해 달려든 셰리프 투레가 오른발로 돌려 차 넣었다.
같은 시각 카이로 육사 구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카메룬과 콩고 민주공화국 경기 결과에 따라 8강 진출 희망을 꿈꾸던 앙골라에게는 너무나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그나마 86분에 마우리투가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강력한 오른발 슛을 성공시켜 3-2로 이겼지만 앙골라는 골 득실차(앙골라 -1 / 콩고 민주공화국 0)에서 밀려나 아쉽게 대회 일정을 끝내야 했다.
우리가 또 경계해야 할 골잡이, '카데르 쿠바자'
 |  | | | ▲ 토고 FW 카데르 쿠바자 | | | ⓒ FC 소쇼 구단 | 비록 토고는 이번 대회 세 경기를 통해 두 골밖에 넣지 못하고 일곱 골이나 내줬지만 아데바요르(아스널 FC)만큼 신경 써야 할 골잡이를 또 한명 내세웠다. 바로 앙골라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FC 소쇼(프랑스 리그1) 소속의 골잡이 '카데르 쿠바자'다.
카데르 쿠바자는 24분, 첫 번째 동점골을 직접 터뜨리는 순간에도 상대 수비수 알론소 카를로스를 유연한 개인기로 따돌린 다음, 각도를 줄이며 달려 나오는 상대 문지기 주앙 히카르두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오른발 찍어차기를 선보였다.
쿠바자는 28분에도 상대 수비수들이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재빠른 몸놀림을 통해 중거리슛을 내뿜었다. 문지기 히카르두가 몸을 솟구치며 잘 쳐냈기에 망정이지 역전골이 나오는 줄 알았다.
67분에 이어진 두 번째 동점골 도움은 카데르 쿠바자의 능력을 더욱 인상 깊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오른쪽 측면으로 흐르는 공을 따라 뛰던 쿠바자는 분명히 수비수보다 뒤에 있었지만 놀라운 순간 스피드를 자랑하며 완벽하게 공을 따낸 뒤 낮게 깔리는 오른발 크로스까지 성공시켰다. 결국 이 공이 셰리프 투레의 발 앞으로 굴러와 경기를 다시 원점(2-2)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전반전 중반부터 열 명이 뛰고 있는 팀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효율적인 역습이었다.
71분에도 카데르 쿠바자는 특급 미드필더 세나야의 수준 높은 전진 패스를 받아 달려 나오는 상대 문지기 히카르두까지 따돌리는 놀라운 개인기를 선보였다. 마무리 슛 직전 간발의 차이로 공이 끝줄을 벗어났지만 완벽한 역전골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87분에도 셰리프 투레의 긴 크로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 뒤쪽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카데르 쿠바자의 몸놀림은 카메룬의 세계적인 골잡이 사무엘 에토오를 떠오르게 만들 정도였다.
이렇게 순발력과 볼 키핑력이 뛰어난 카데르 쿠바자와 폭넓은 움직임과 결정력이 뛰어난 아데바요르가 투톱을 이룰 경우 토고 공격력은 그 폭발력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보인다.
비록 이 대회에서 3패(2득점 7실점)의 보잘것없는 성적을 남기고 자취를 감추게 되었지만 토고의 능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측면 수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서 그렇지 토고의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모자람 없는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 세 경기 모두 처음부터 나와 254분을 뛴 오른쪽 미드필더 세나야는 우리 선수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노란 잔디 한 장을 정수리에 얹어놓은 머리 모양으로 주목을 받은 그는 항상 빈 공간을 찾아다니며 주고 빠지는 능력이 뛰어난 공격형 미드필더다.
위험 지역에서 세트 플레이를 오른발로 처리하는 능력 또한 수준급이다. 앙골라와의 이 경기에서도 62분, 세나야가 오른발로 감아찬 프리킥 세트 피스 상황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비록 골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상대 문지기에게 큰 부담을 안겨준 장면이었다. 마치 우리 대표팀의 그리스전 골 장면(이천수-박주영으로 이어진 프리킥 골)을 떠오르게 했는데, 적어도 그것보다는 훨씬 날카로웠다. 코너킥도 마찬가지이지만 프리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토고 선수 하나라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뒤스부르크로 옮긴 안정환과 FC 메스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왼쪽 미드필더 셰리프 투레의 왼발 킥도 수준급이다. 아지아워누의 든든한 뒷받침과 공격형 미드필더와 골잡이 역할을 모두 해낼 수 있는 올루파데의 존재도 위협적이다.
이번 대회 B그룹 경기에서 모두 일곱 골을 내준 수비 라인은 분명 문제가 많다. 특히, 네 명의 수비 자리 중 왼쪽 측면은 너무 허술했던 것이 사실이다. 세 경기 모두 주장 완장을 차고 센터백 역할을 맡았던 아발로(270분)를 빼고는 아직 월드컵 본선에 내세울 선수들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키다리 수비수 니봄베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처럼 토고의 베일은 모두 벗겨진 것이 아니다. 수비 라인이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과 미드필더, 골잡이들의 개인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월드컵 직전 드러날 최종 엔트리를 포함하여 앞으로 이어질 공개 평가전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 2006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B그룹 마지막 경기 결과
★ 앙골라 3-2 토고 [득점 : 플라비우 아마두2골, 마우리투 / 카데르 쿠바자, 셰리프 투레]
◎ 토고(4-5-1) 선수들
골잡이 : 카데르 쿠바자
미드필더 : 셰리프 투레, 무스타파 살리푸(78분-투레 쿠바게), 카심(29분 퇴장), 로마오(60분-아지아워누), 세나야(84분-올루파데)
수비수 : 오우데이 잔잔 아테, 찬가이 마싸마쏘, 아발로, 가파르 마마
문지기 : 차니루 오우로
★ 카메룬 2-0 콩고 민주공화국 [득점 : 제레미 은지탑, 사무엘 에토오]
◇ B그룹 최종 순위
카메룬 3승 9점(7득점 1실점)
콩고 민주공화국 1승 1무 1패 4점(2득점 2실점)
앙골라 1승 1무 1패 4점(4득점 5실점)
토고 3패 0점(2득점 7실점)
◆ 현재까지 결정된 8강 대진표
이집트 vs 콩고 민주공화국 2월 4일 카이로 스타디움
C그룹 1위 vs D그룹 2위 2월 3일 알렉스 보더 그라운드
카메룬 vs 코트디부아르 2월 5일 카이로 육사 스타디움
D그룹 1위 vs C그룹 2위 2월 4일 포트 사이드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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