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전문가 임채왕씨는 "젖줄이 메마른 한국 아마야구가 8개 프로야구단의 수유원이라는 사실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단언했다.
과연 그의 지적대로 현재 한국 아마야구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마야구팀 수는 몇 년째 늘지 않고 있으며 각종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아마야구가 지금처럼 유지되다간 언젠가 프로야구도 붕괴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AGAIN 1982, 위기의 프로야구 해법은 있다' 4편에서는 프로야구의 원동력이 되어야 할 아마야구에 대한 문제와 대안을 제시하며 이와 함께 논의밖에 머물러 있던 사회인야구에 대한 새로운 조명을 해보고자 한다.
한국의 고교야구팀은 57개, 일본은 4200개 |
| ▲ 한국 고교야구 결승전(동대문구장) |
| ⓒ 박동희 | 관련사진보기 |
별도의 예선을 거치지 않고 참가한 전 팀이 우열을 가리는 봉황대기는 고교야구 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작년 참가한 전체 고교야구팀은 총 57개. 5년 동안 단 3팀이 증가했다.
작년 봉황대기 평균 관중 수는 유료관중 천명이하. 관중은 선수부모와 응원학생들 그리고 나이가 지긋한 동문들이 대부분이다. 프로야구가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야구를 대표하며 동대문 운동장 매진사례를 불러왔던 고교야구의 열기는 야구연감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전설이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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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고시엔 여름대회(고시엔구장) |
| ⓒ 고시엔대회 2005년 홈페이지 | 관련사진보기 |
같은 해 일본 고교야구 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큰 고시엔 대회에 참가한 일본 고교야구팀은 총 4119개로 전년도에 비해 23개 팀이 증가한 것이다. 인구 720만 가량의 아이치현(愛知縣)에만 180개가 넘는 고교야구팀이 있으며 일본 고교야구 등록선수는 14만 명이 넘는다. 고시엔 지역예선전부터 스탠드는 관중들로 넘치고 대부분의 관중들은 지역주민들이다. < NHK >에서는 고시엔 본선 모든 경기를 중계하고 일본 경제계는 '고시엔특수(特需)'를 잡기위해 분주하다.
한국에 비해 인구가 3배나 많고 야구의 국민적 인기도 한국보다 높은 일본에 고교야구팀이 그 만큼 많은 것은 당연한 이치. 그러나 과거 똑같은 인기와 특수를 누렸던 양국의 고교야구가 지금 이토록 명암을 달리하는 이유는 뭘까?
양국간 학원스포츠는 성격·재정서 판이하게 달라전문가들은 양국의 학원스포츠가 갖는 성격이 다르고 아마야구지원에 있어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먼저 한국은 엘리트 스포츠로 육성되는 반면, 일본은 순수한 의미의 학원스포츠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와 관련 해외프로야구 전문가 최남순씨는 "일본고교야구단은 대부분 학교 연극반과 같은 개념"이라며 "물론 PL학원과 같은 명문고교야구팀은 국내 합동전지훈련도 가고 준프로야구에 해당하는 훈련량을 체험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것도 방학을 이용하고 모든 훈련은 방과 후 3시간에 한해 실시한다"며 "이것은 미국도 같은데 스포츠 선진국에서 수업결손이나 낙제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에서는 한국과 같이 전국대회 8강 입상자에 한해 대학 특기자 자격이 주어지는 제도가 없기에 실력이 뛰어나면 프로로 가고 아니면 사회인 야구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의 경우 대학 스스로 발군의 기량을 갖춘 고교선수를 스카우트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선수가 자발적으로 대학을 선택하거나 특기자 제도가 아닌 학업성적을 토대로 대학입학을 시도한다.
일본 아마스포츠가 내거는 슬로건이 '즐거운 운동시간'이란 개념이기에 돈 없어서 야구 못한다는 말도 없다. 일본 체육은 문부성에서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에 교육적인 측면을 강조하지만 이와 함께 아마스포츠에 대한 지원도 각별하다. 한국처럼 선수부모들의 지갑을 각출하여 선수단을 꾸리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
이에 대해 임채왕씨는 "한국고교야구단은 프로입단과 대학입학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선발할 때부터 체격조건과 재정상태를 염두에 둔다"며 "일단 고교야구단에 들어가면 교실보다는 운동장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고 훈련량도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어 "기껏해야 57개 팀인데 한해 9개 전국대회가 난립하는 바람에 선수들은 늘 혹사상태"라며 "전국대회 8강에 들지 못하면 대학을 가지 못하는 현행 제도에선 모든 고교야구의 목표는 '대학올인' 체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은 아마야구에 대한 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선수부모들이 각출하여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다. 협회나 학교의 지원이 없는 상황 속에서 학부모의 지갑으로 운영되는 만큼 각종 비리와 부패가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돈 없으면 야구 못하는 한국적 풍토는 이미 관행화된 지 오래.
프로야구의 수유원이라 할 수 있는 고교야구에서 한국과 일본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아마와 프로야구 발전에 있어 고교야구 육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전국대회 8강 입상기준과 각 신문사 주관 전국대회가 문제전문가들은 먼저 '전국대회 8강 입상자에 기준해 특기자의 자격'을 주는 현행 대학전형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각 대학마다 전국대회 8강 입상자에 한해 대학 특기자의 자격을 주는 것은 '대학올인'이라는 고교야구의 과열을 가져왔으며 소위 '끼워 넣기'라는 변칙적인 입학 비리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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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모대학의 체육특기자 전형 |
한해 평균 프로야구로 진출하는 선택받은 고교선수는 50명 남짓이다. 그 외는 대학이 아니면 갈 곳이 없기에 '대학올인'은 그 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제도의 또 다른 모순은 전력이 약한 팀의 우수한 선수일 경우 이 제도로 인해 대학입학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특기자 제도를 수정하여 각 대학별로 우수한 선수를 입상성적에 관계없이 스카우트할 수 있게끔 조정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원스포츠 규정을 강화하고 항시 감독하여 고교선수들의 수업결손과 학업성취도의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구가 아니라도 학업성적으로 대학문을 두드릴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이 현실화 되면 많은 야구인들이 입을 모아 개편을 주장하고 있는 각 신문사 주최 전국고교야구대회의 축소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례로 일본의 경우 고시엔대회가 봄방학과 여름방학 두 차례로 나누어 열리지만, 한국은 각 신문사가 주관하는 대회가 9개나 난립하여 연중무휴 개최되고 있다.
재력 없으면 야구 못해 |
| ▲ 2005년 4월 고교야구 승부조작 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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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재력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학원스포츠 운영의 시정이다. 비단 야구뿐만 아니라 국내의 모든 학원스포츠는 협회나 해당학교의 지원이 아닌 대부분 학부모들의 재력에 의존하고 있다. 대개 코칭스태프의 급여는 물론 장비나 훈련경비도 선수부모들이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년 봉황대기에서 만났던 모고교의 학부모는 "전국 9개 대회 모두 따라다니는 통에 일상에 지장이 많을 뿐더러 한해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2천만 원을 넘는다"고 하소연 했다. 물론 고교 3학년이 되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치솟는다.
들어간 돈이 많은 만큼 학부모들은 학원스포츠에 들어가는 돈을 자녀의 대학입학을 위한 보험금 납입쯤으로 생각하기 마련이고 감독들은 이를 달성하고자 무리한 대회출전을 강행하고 선수 '끼워 넣기'에 앞장선다. 작년과 올해 심판이 개입한 승부조작사건과 고교야구 감독의 입학비리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란 지적이 팽배하다. 출중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 중도에 운동을 포기하는 선수들도 학원스포츠 현장에선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일본처럼 즐거운 운동시간이 아닌 학부모나 선수 모두 고역의 운동시간이 될 수밖에 없음은 주지의 사실.
야구협회의 새로운 체제구성과 KBO의 지원 절실전문가들은 한국 아마야구의 발전을 위해선 무능과 부패로 유명무실화 되어가고 있는 대한야구협회의 내부개혁을 먼저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야구인들이 아마야구발전을 위해 대한야구협회를 찾기보단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찾아가 하소연을 하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올해 야구협회 예산안 23억 원 중 절반인 12억 원은 KBO 지원금이다. 그러나 지금의 야구협회에는 무엇 하나 바랄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차라리 야구원로들의 집합소란 불명예를 유지하느니 새로운 협회체제를 구성하자고 제의한다.
그리고 박용오 전(前) KBO 총재 당시 야구협회와 논의가 진척되었던 유소년 야구 살리기 방안 내용도 실질적으로 유지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당시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우선 신인 선수들이 프로구단에 입단할 때 계약금의 10%를 구단이 적립, 해당 선수의 출신 대학과 고교에 지원하던 것을 12%로 늘리며 초등학교까지 지원을 확대하기로 확정한 것. 해마다 10억~12억 원 정도의 적지 않은 예산이 편성되는 사업이었지만 현실적인 적용은 미미한 상태다.
나아가 만약 프로야구 신규구단이 창단된다면 KBO에 내는 가입금 (가장 최근의 사례인 SK의 경우 180억 원가량)을 지금처럼 KBO구좌로 차곡차곡 쌓아둘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아마야구 육성을 위해 전용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각 구단과 지자체에서도 프로축구의 경우처럼 유소년 야구단을 계획, 지원하여 프로야구의 근간을 다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 사회인야구, 무시 못 할 성장세특히, 한국의 사회인야구가 직장과 지역을 연고로 하여 지속적인 발전을 꾀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서 상당한 이점을 살릴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 사회인야구의 특성상 이들의 관심과 경제적 효과가 파생하는 장점은 상당하다는 것이다.
실례로 모구단 프런트의 지적에 따르면 "사회인야구단의 실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실업야구가 없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새로운 인력공급원으로 성장할 수 있고 게다가 이들이 프로야구 시장에 뿌리는 경제적 실효과도 상당하다란 수치가 있다"고 한다.
현재 전국의 사회인야구팀은 대략 2천여 팀. 야구초보에서부터 전직 프로야구선수와 전(前)메이저리그 진출선수에 이르기까지 선수 구성 역시 매우 다양하다. 정식리그만도 서울에만 50개 리그가 넘고 수준 높은 리그의 경우는 흔히 프로야구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플레이를 종종 보여준다.
일본의 사회인 야구는 한국과는 조금 성격이 다른데 대략 세미프로에 해당한다. 2003년 현재 JABA에 등록된 사회인 팀 수는 330여개로 클럽팀이 234개, 회사팀이 96개이다. 오히려 수치로만 따진다면 사회인야구 구단수는 한국보다 적은 실정. 그러나 전(前)한신 타이거스의 명감독 노무라 가쓰야(野村克也)가 사회인팀 시덕스의 감독을 맡은 점이나 일본의 야구스타 노모 히데오(野茂英雄) 가 사회인야구 출신임을 감안한다면 일본의 사회인야구 수준이나 관심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사회인야구는 또 른 프로야구의 수유원 |
| ▲ 한신감독에서 사회인야구단 감독으로 변신한 노무라 |
| ⓒ 일본 일구회 홈페이지 | 관련사진보기 |
전문가들은 사회인야구가 프로야구 발전의 한 중심축이 될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학원 스포츠에 비해 어느 정도 경제적 자립을 형성하고 있는 사회인야구는 특별히 돈이 들어갈 일도 없다. 체계적인 대회구성이나 진행 그리고 야구클리닉 등을 구성하여 보조를 맞춰준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 다만, 이들이 사용할 야구장에 대해 기존 학원야구장이나 산재해 있는 아마야구장을 물색해주는 일이 관건이라면 관건이다.
제반 한국 프로야구의 위기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보자 연재했던 'AGAIN 1982, 위기의 프로야구 해법은 있다'는 이번 편으로 막을 내린다. 아직 거론하지 않은 수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전체 야구인의 소망과 기원을 담아 새해에는 점차적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리라 믿는다. 프로야구 원년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초심으로 전체 야구인과 팬들의 지혜를 모은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에 멕시코 야구를 소개하는 야구팬인 최문순씨의 말로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위기를 역설할까 한다.
"야구 인프라는 둘째치고라도 멕시코 프로야구는 무슨 경기가 시골 비둘기호도 아니고 제대로 경기시작 시간을 지키는 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공수교대 시간도 제멋대로고 어필 한번 하면 장례를 치르는 것도 아닌데 무슨 시간을 그리 소비하는지 모릅니다. 재밌는 건 말이죠. 경기가 이렇게 느려터지다가도 선수들이 피곤함을 드러내면 경기가 일사천리로 끝난다는 거예요.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재밌는 건 말이지요. 관중들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비난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미 그들 모두는 희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