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견고한 일상 뒤에 숨겨진 상처 그리고 희망 김지수의 <여자, 정혜> 김용운(ikem) 05.03.03 23:45최종업데이트05.03.04 16:33 인쇄 북마크 댓글 페북 트위터 공유 밴드 메일 https://omn.kr/44lr 복사 확대 축소 ⓒ 엘제이필름 스물 아홉 살 정혜(김지수 분)는 동네의 조그만 우체국에서 일한다. 반복되는 업무 만큼 그녀의 일상도 단조롭다. 휴일이면 화초를 가꾸거나 텔레비전을 보며 낮잠을 잔다. 그녀에게 친척은 있어도 가족은 없다. 좁은 연립주택은 그래서 넓어 보인다. 혼자서 밥 먹는 것에 익숙한 그녀. 집 밖은 초여름의 활기로 분주하건만 정혜의 마음은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 무료한 일상이 반복되는 어느 날. 그녀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오랜만에 만난 옛 애인. 그는 그녀에게 묻는다. 왜 자신을 떠나갔냐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하지만 정혜는 묵묵히 그 말을 듣고만 있다. 옛 애인은 조만간 자신이 결혼한다고 말한다. 재혼이었다. 정혜는 애인이자 남편이었던 그에게 별다른 변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를 만난 이후 그녀의 마음에는 작은 균열이 생긴다. 브라운관의 스타였던 탤런트 김지수가 처음 스크린으로 건너와 주연을 맡은 영화 <여자, 정혜>. 지난해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부산영화제 최고의 발견"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10억원 안팎의 저 예산으로 만든 <여자, 정혜>는 주인공 김지수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했지만 이윤기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했다. 감독과 주연배우 모두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충무로 기획영화의 상투성과 상업성에 기대지 않으면서, 오락성보다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를 만들어냈기에 평단의 지지를 받았다. 영화의 전반적인 모양새는 단순했다. 극적인 사건이나 인물들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부각되는 영화가 아니었다.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일상처럼 영화 속 정혜의 하루 역시 엇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밥 먹고 자고 씻고 청소하고 직장에 가고 퇴근길에 동료들과 맥주 한 잔 마시고…. 이런 일상에 익숙한 주인공의 모습은 특별하거나 남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바로 우리가 실생활에서 살아가는 모습이기에 그렇다. ⓒ 엘제이필름 1미터 안팎에서 촬영한 핸드핼드 카메라는 인물의 동선과 밀착하여 긴박감과 현장성을 극대화하는 대신 인물의 감정을 부각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따라서 영화는 외적으로 단순한 줄거리였지만 그 안에서 흔들리고 있는 주인공의 심정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바로 그 점이 영화 <여자, 정혜>의 미덕이고 발견이었다.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라 해서 그 사람의 삶이 평탄했다고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다. 누구나 크건 작건 간에 일상이라는 표피 속에 감춰진 내면의 상처를 지니고 있다. 또한 외견상 반복되는 일상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감정의 부침을 겪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영화는 주인공 정혜를 통해 일상의 뒤에 숨어 있는 평범한 여자의 아픈 상처를 다루며 관객들의 마음을 서서히 두드린다. 그 두드림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은 주연을 맡은 김지수의 빼어난 연기였다. 자신의 감정을 삭히고 삭혀 눈물로 빚어내는 정혜의 모습은 답답했지만 설득력이 있었다.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의 모습이 우리 현실에는 더욱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그 상처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느낀 사랑에 짐짓 용기를 내어 먼저 다가가는 모습은 인간에 대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을 감지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 엘제이필름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의 수석 국제 평론가 데릭 엘리는 "데뷔작에서 보기 드문 성취를 보여준 감독의 연출력과 관객을 집중케 하는 여배우 김지수의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고 매력적이다"고 소감을 밝혔고, 크리스토프 테르헤슈트 베를린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평범한 사람을 디테일하게 그려낸 9회 부산영화제 출품작 중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다"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었다. 이 영화는 지난 2월 열린 제55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 중 가장 주목도 높고 후원하고 싶은 영화에게 주는 상'인 넷팩상(NETPAC)을 수상해 주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15세 이상 관람가 3월 10일 개봉예정 2005-03-04 09:56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15세 이상 관람가 3월 10일 개봉예정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추천3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 김용운 (ikem) 내방 구독하기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아직 내가 누구인지 명확히 설명할 만한 언어를 찾지 못하고 계속 고민중이다. 무엇을 이루기 보다 무엇은 안하고 살면 안되나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종종 아프다. 돈보다는 명예를 명예보다는 행복을 찾고 싶다. 그 행복은 사람들과의 교감을 나눌 수 있을 때 가능 그 교감은 또한 문화적 감수성이 맞을때. 그 문화적 감수성을 위한 글들을 쓰고 싶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우리에게 '빌리'는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