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크린에 부활한 영혼의 음성 레이 찰스 제이미 폭스 주연의 <레이> 김용운(ikem) 05.02.26 02:00최종업데이트05.02.26 12:03 인쇄 북마크 댓글 페북 트위터 공유 밴드 메일 http://bit.ly/1GqZPK 복사 확대 축소 ⓒ uip 1960년 미국 남부에 위치한 조지아주는 알리배마주와 더불어 인종차별이 가장 극심한 곳이었다. 당시 미국 대중음악계에 스타로 자리잡으며 유명세를 치르던 레이 찰스. 자신이 태어난 곳이기도 한 조지아주에 순회공연을 하러 금의환향한다. 레이 찰스의 공연소식을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리허설을 위해 공연장으로 들어가려는 그에게 어떤 사람이 소리쳤다. "백인과 흑인 좌석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런데도 공연을 하시겠습니까?" 끝내 모른 척 하며 공연장으로 들어가려던 레이는 그 말을 듣고 관계자에게 확인을 한다. 사실이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발걸음을 되돌린다. 그 역시 인종차별을 몸으로 경험했던 흑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영화 <레이>는 1930년 미국 조지아주 알바니에서 태어나 2004년 6월 7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미국 대중음악계의 전설적 음악가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살아 생전 미국의 가수들이 한 번도 타기 어렵다는 그래미상을 무려 12번이나 수상하며 미국 대중음악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레이 찰스. <사관과 신사> <백야> <데블스 에드버킷> 등으로 유명한 테일러 핵포드 감독이 연출하고 <알리> <콜레트럴> 등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제이미 폭스가 주연을 맡아 그의 드라마 같은 삶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특히 레이 찰스를 연기한 제이미 폭스는 2005년 골든글로브 3개 부문 동시 노미네이트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움과 동시에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강력한 수상후보로 유력시되고 있다. 미국 대중음악계의 큰 별 레이 찰스의 일생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15년 동안 준비했다. 그 기간 동안 레이 찰스와 교분을 쌓아가며 그가 직접 영화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었다. 레이 찰스는 자신의 일생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진실 그대로 보여주길 원했다. 따라서 영화 <레이>는 레이 찰스의 성공담에만 치중하지 않고 그의 일생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춘다. 가령 그의 복잡했던 여자 문제라든가, 영악한 사업수단, 평생 그를 괴롭혔던 약물 중독과 동생의 죽음을 방조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는 모습 등은 전기영화의 상투성과는 다른 부분이다. 살아 생전 레이 찰스가 자신의 전기영화에 애착을 보였다는 뒷이야기를 상기한다면 영화에서 나타난 공인의 솔직한 인생회고는 영화의 사실성을 한층 높여주었다. 사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레이 찰스는 마이클 잭슨보다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이클 잭슨의 노래보다 귀에 익숙한 곡들이 적지 않게 흘러나온다. 예컨대 조 카커의 목소리로 잘 알려진 '언체인 마이 하트'라든가 각종 광고음악에 많이 사용된 '아이 캔 스탑 러빙 유'와 같은 노래의 원곡자가 바로 레이 찰스다. ⓒ uip 영화 <레이>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연을 맡은 제이미 폭스에게 관심이 모아졌다. 음악에 관한 천재적 재능 외에도 독특한 손짓과 몸짓으로 유명했던 레이 찰스. 게다가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또 영화의 주요 장면들이 모두 레이 찰스가 노래하는 장면들임을 감안했을 때. 연기가 만만치 않을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3살 무렵부터 피아노를 배워 피아노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한 제이미 폭스는 신들렸다는 표현 외에는 적당한 단어가 없을 정도로 레이 찰스의 외적, 내적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물론 영화 속 모든 노래들은 레이 찰스가 직접 불렀고 제이미 폭스가 립싱크를 했다. 그러나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공연 장면들이 오히려 레이 찰스를 재창조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150여분에 가까운 상영 시간이 약간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이미 폭스의 공연 장면들을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원래 레이 찰스의 음악이 심금을 울리면서도 마음을 들뜨게 하는 곡들이었고 그 음악성은 인종과 국경을 떠나 보편적인 호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로지 음악만이 자신의 삶의 전부라고 고백하는 한 음악가의 고독한 예술혼이 밑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제이미 폭스는 레이 찰스의 예술혼을 되살리며 레이 찰스의 음악과는 또 다른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 uip 1960년 조지아주는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해 공연을 거부한 레이 찰스에게 고향에서 다시는 노래를 못하도록 금지명령을 내렸다. 그렇지만 인간이 만드는 위대한 예술은 인간이 가진 모든 편견을 뛰어넘고 그 편견을 부끄러운 것으로 만든다. 이후 레이 찰스의 음악세계는 한층 더 깊어지고 대중적인 파급력을 가지게 되면서 조지아주의 금지명령을 부끄럽게 만들고 만다. 마침내 1970년대 후반. 조지아주는 레이 찰스의 공연금지를 공식 철회한다. 그리고 사과와 더불어 그의 히트곡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를 주의 공식노래로 선포한다. 영화는 조지아주 의회에서 박수를 받는 레이 찰스의 모습을 뒤로 하고 끝을 맺는다. 한 명의 천재적 음악가가 추구한 열정과 노력이 마침내 예술로 승화해 사회의 편견과 개인의 장애를 극복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장면이었다. 설령 그것이 할리우드가 만들어내는 아메리카 드림 성공기의 전형적인 결말이라 할지라도 마음 속 느낌표는 길게 남았다. 과연 훗날 우리나라에서 어떤 가수의 일대기가 이처럼 스크린에서 부활할지 괜한 머릿속 물음표와 더불어. 덧붙이는 글 | 2월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2005-02-26 11:22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2월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추천1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 김용운 (ikem) 내방 구독하기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아직 내가 누구인지 명확히 설명할 만한 언어를 찾지 못하고 계속 고민중이다. 무엇을 이루기 보다 무엇은 안하고 살면 안되나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종종 아프다. 돈보다는 명예를 명예보다는 행복을 찾고 싶다. 그 행복은 사람들과의 교감을 나눌 수 있을 때 가능 그 교감은 또한 문화적 감수성이 맞을때. 그 문화적 감수성을 위한 글들을 쓰고 싶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우리에게 '빌리'는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