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미트릭스'에서 살고 있다

매트릭스 패러디 애니메이션 <미트릭스>

빨간색, 파란색. 화장실을 찾는 이를 놀라게 하는 하얀 소복 긴 머리 귀신은 빨간 휴지와 파란 휴지를 들고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파란 알약과 빨간 알약을 양손에 들고 진실과 거짓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

"네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전부 거짓이야. 당신의 집, 당신의 친구들, 모두 가상세계에 프로그램들이지."

▲ <미트릭스>의 한 장면
ⓒ 미트릭스
누군가 이런 말을 건넨다면 뭐라고 대답하겠나.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파란 약과 빨간 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파란 약을 먹으면 내가 믿고 있던 것, 믿고 싶은 대로 세상을 살게 되고 빨간 약을 먹으면 진실을 알게 된단다. 빨간 약을 선택한 네오는 컴퓨터가 만든 가상세계인 매트릭스 안에서 자신이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모피어스와 함께 매트릭스와의 힘든 싸움을 시작한다.

<매트릭스>는 가상현실과 현실 사이에서 꽤 재미 있는 미래 현실을 보여준다. 거대 컴퓨터의 통제 하에 인간들은 알 속에 갇혀 있다. 일정한 전기를 생산하는 인간들은 거대 컴퓨터에 의해 텃밭의 배추처럼 가지런히 누워 있고, 누워 있는 인간들 사이를 컴퓨터가 이동하면서 하나씩 체크한다.

미트릭스라고 들어봤나

이와 같은 설정을 빌려 만든 단편 플래시 애니메이션 <미트릭스>(Meatrix)는 노골적으로 '매트릭스(Matrix)'를 패러디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미트릭스는 고기(Meat) 세상, 즉 기업형 농장을 빗댄 말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등장했던 인간 알 공장이 단지 동물들로 바뀐 것뿐. <매트릭스>에서 표현된 인간 알 공장이 기업형 농장으로 패러디된 것이다.

농부의 사료를 한가로이 먹으며 한때를 보내고 있는 '네오'돼지에게 '모피어스'소가 나타난다. "미트릭스라고 들어 봤나?" 영화 <매트릭스>의 이야기처럼 빨간 약과 파란 약 가운데 빨간 약을 선택한 네오 돼지는 자신이 기업형 농장 울타리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기업형 농장에 대해 설명하는 모피어스 소.

"기업형 농장은 개인 영농업자들을 쫓아내고 동물들을 좁은 울타리에 가둬 놓았지. 닭, 돼지들은 병들고 죽어나가기 일쑤였어. 그들에게는 파란 알약의 항생제를 투여할 뿐이야."

▲ 사람도 에너지로 대량생산 되는 미래사회
ⓒ 워너 브라더스
재미있는 점은 영화 <매트릭스>의 파란 알약이 애니메이션 <미트릭스>에서는 항생제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당신이 믿고 싶은 것대로 살게 된다"는 뜻은 항생제를 투여 받은 동물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살게 되는 것과 일부 통한다. 실제로 활달한 황소가 여성 호르몬제를 맞으면 온순해지고 걱정이 없어져 살만 찌게 된다고 한다.

항생제 사용, 우리 나라가 제일 높아

기업형 농장에 대한 설명을 단순, 명료하게 하는 <미트릭스>는 3분 미만의 짧은 플래시 애니메이션이지만 주제면에는 쉽게 넘길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기업형 농장 관련 사이트(http://www.
vivausa.org)에 들어가 보면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목격하게 된다. 병이 들어 한쪽 다리를 절고, 울타리 한편에 축 늘어져 죽어 있는 돼지의 모습은 참혹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외국 사이트라서 다른 나라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가축사료의 항생제 사용이 OECD 국가 중 제일 높다고 한다. 이미 우리 식탁에 항생제가 잔뜩 들어간 돼지고기가 놓여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원인을 알 수 없이 급속도로 퍼졌던 조류독감의 경우도 기업형 농장과 연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가상 현실 세계 매트릭스를 설명한다.

"매트릭스는 모든 곳에 있어. 우리 주위의 모든 곳에. 바로 이 방 안에도 있고, 창 밖을 내다봐도, 교회를 갈 때도, TV에도 있지. 진실을 못 보도록 눈을 가리는 세계란 말이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가 먹는 통닭이 영양제가 과다 투여된 닭이란 사실, 여성 호르몬제가 과다 투여된 소고기를 먹고 있다는 사실, 플래시 애니메이션 <미트릭스>는 재미있게 영화 <매트릭스>를 패러디했지만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미트릭스는 http://www.themeatrix.com 에서 전편을 감상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 http://blue0083.egloos.com/에도 실려있습니다

2005-02-04 11:3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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