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축구, 진정한 신화를 이루다!

[유로2004 결승전] 하리스테아스 헤딩 결승골, 개최국 포르투갈 다시 한 번 눌러

전체 슈팅 수 4:17, 골문 안쪽으로 향한 슈팅 수 1:5, 코너킥 1:10…. 하지만 경기 결과는 네 개의 슈팅 중에 한 개를 성공시킨 그리스의 승리. 역시 축구는 골로 말한다.

적잖은 축구팬들은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전개하며 우승까지 차지한 그리스에게 찬사를 보내기보다는 '재미 없는 축구를 한다'는 다소 비판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축구에서 승자를 가리는 일은 축구팬 한 사람 한 사람의 입맛에 맞느냐로 결정내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는 8강부터 결승전까지 단판 승부에서 모두 헤딩골 하나로 승자가 되었다. 그만큼 결정력 높은 마무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컵 앙리 들로네의 주인은 그리스였다.

'킹 오토' 레하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그리스는 우리 시간으로 5일 새벽 리스본의 루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4 유럽축구선수권대회(EURO2004 포르투갈) 결승전에서 홈팀 포르투갈을 맞아 특유의 끈질긴 수비력을 바탕으로 1:0 승리를 거두었다.

피구, 데쿠, 파울레타, 마니셰 등 포르투갈의 핵심 선수들은 좀처럼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유연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그리스는 핵심 미드필더 카라구니스가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했지만 체코를 무너뜨렸던 수비수 델라스를 중심에 두고 주장 자고라키스가 전반적인 플레이를 조율했고 카수라니스와 지안나코포울로스가 종횡무진 궂은 일을 맡았다.

특히, 그리스 선수들은 공격-미드필더-수비수 할 것 없이 포르투갈의 측면 공격에서 크로스가 나오지 못하도록 두세 명씩 달라붙어 막아내는 놀라운 기동력을 보여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멋진 공격으로 일관하지는 않았지만, 그리스는 상대를 어떻게 막아내는가를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많은 골은 필요 없었다.

57분, 그리스는 이날 경기 중 유일한 코너킥을 얻었고 이것을 보란 듯이 골로 연결했다. 바시나스가 오른쪽에서 감아 올린 공은 포르투갈 골문 정면으로 휘어갔고 이를 향해 솟구쳐 오른 골잡이 하리스테아스는 포르투갈 미드필더 코스티냐와의 몸싸움 끝에 깨끗한 헤딩골을 성공시킨 것.

그동안 포르투갈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던 문지기 히카르두는 약간 늦게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 위치가 나빠 결승골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체코와의 준결승전에서 수비수 델라스가 터뜨린 헤딩 실버골도 그랬지만 그리스의 세트 플레이는 매우 빠르고 정확했다.

포르투갈은 전반전에 수비수 미구엘과 미드필더 마니셰가 위력적인 중거리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아슬아슬하게 그리스 골문을 벗어났다. 네덜란드와의 준결승전에서 상대 문지기 반 데르 사르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던 마니셰의 슈팅은 아쉽게도 나오지 않았다. 포르투갈은 실점 후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의 중거리슛을 필두로 총반격을 펼쳤지만 니코폴리디스가 지키는 그리스의 골문을 끝내 열지는 못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신예 공격수 C. 호나우두는 75분에도 그리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문지기와 혼자서 맞서는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왼발 찍어차기가 골문을 크게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이렇게 두 차례 기회를 무산시킨 C. 호나우두는 마르쿠스 메르크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눈시울을 붉히며 밀려오는 슬픔을 감당하지 못했다.

81분에는 포르투갈의 수비수 카르바요까지 공격에 가담하여 낮게 깔리는 왼발 중거리슈팅으로 골을 노렸지만 그리스 문지기 니코폴리디스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쳐냈고, 89분에는 포르투갈의 정신적 지주 피구의 왼발이 불을 뿜었지만 이를 막아선 피샤스의 다리에 맞고 골문 왼쪽으로 빗나갔다.

한 때 피구가 몸담았던 바르셀로나의 팬으로 보이는 한 명의 관중이 갑자기 경기장에 뛰어들어 피구에게 줄무늬 천을 던지는 해프닝 때문에 추가 시간이 5분이나 주어졌지만 포르투갈의 공격은 마음만 앞섰다.

'51:29'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그리스의 태클은 포르투갈을 압도했다. 특히, 미드필더 자고라키스(12)와 카수라니스(10)의 태클 숫자는 팀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만큼 미드필드에서 이들의 활약은 절대적이었던 것이다. 지칠 줄 모르는 기동력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한 적절한 태클 시도가 그리스를 정상에 올려놓은 것이다.

한 달 가까이 국내 축구팬들을 유로2004 폐인으로 만들었던 유럽선수권대회는 이렇게 끝났다. 이제 축구팬들의 관심은 6일부터 페루에서 열리는 코파 아메리카 2004(남미축구선수권대회)와 17일 개막되는 아시안컵(AFC 아시안컵 2004, 중국)으로 쏠리게 되었다.
2004-07-05 10:1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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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및 라켓 스포츠 기사,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