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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몸으로 부르는 노래와도 같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노랫가락에 들썩거리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춤을 즐기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왜 춤을 추고 춤을 구경하는가. 제럴드 조너스는 그가 쓴 <춤>이라는 책에서 "춤은 움직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충동"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춤은 충동이다.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간절한 몸부림. 그 속에서 우리는 삶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한다. 음파의 진동만으로 흥겨움을 가져다 주는 노래에 역동적인 춤이 가미될 때의 그 모습을 쉽사리 잊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삶의 궤적을 그리고 있는 영화에서도 춤은 움직임의 힘, 움직임의 기쁨, 움직임의 예술로 표현된다. 미국 청춘남녀들의 사랑과 열정을 보여 주었던 영화는 다름 아닌 <토요일밤의 열기>(1977년), <플래시 댄스>(1983년), <더티 댄싱>(1987년)과 같은 댄스 영화들이었다.
자신감 없는 날을 살아가던 주인공들은 우연한 계기로 춤을 배우게 되면서 조금씩 성숙해져 간다. 물론 완숙한 춤 솜씨를 지니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들긴 하지만, 이미 춤의 세계에 매료당한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온갖 시련과 역경을 딛고 서게 된 마지막 무대. 격정적인 춤 사위를 마치고 난 청춘들에게 돌아오는 건 잃어버렸던 자신감과 사랑이다.
댄스 영화의 주인공들은 춤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여인의 향기>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앞 못보는 퇴역 장교 프랭크가 멋들어지게 탱고를 추는 장면이다. 연기파 배우 알 파치노가 연기한 프랭크는 무척이나 신경질적이고 사람과 섞이길 싫어하지만, 탱고를 출 때만큼은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이 평온해 보이기까지 한다.
<쉘 위 댄스>의 수기야마는 안정된 가정을 가졌지만 무엇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활력'이 부족한 회사원이다. 출퇴근길에 댄스 학원을 창문으로 훔쳐보면서도 발걸음 한번 떼지 못하던 그를 생동감 있게 변화시킨 것도 춤 덕분이다.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게 해 준다.
최근에 개봉한 <허니>는 프로 안무가를 꿈꾸는 뉴욕 젊은이들을 그리고 있다. 그의 안무 솜씨를 보고 찾아온 뮤직비디오 감독의 권유로 데뷔하게 된 허니는 춤을 통해 불우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해 준다. 그녀에게 있어서 춤은 종교와 다를 바 없다. 감독의 무단 해고로 길거리로 내몰리지만, 다시 허니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바로 춤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하나의 장르로 정착된 댄스 영화는 한국에서 그닥 빛을 발하지는 못했던 게 사실이다. 99년 '한국 최초의 댄스 영화'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던 <댄스 댄스>는 관객들의 철저한 외면을 당했다. 두 남녀가 춤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내용은 <더티 댄싱>에서 익히 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영역이 넓어지면서 춤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는 코미디를 뒤집어쓴 댄스 영화였지만, 춤을 소재로 한 영화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충분했다. 몹시도 가난했던 80년대를 복기하는 데 디스코는 아주 중요한 소재 역할을 했다.
학교 가는 대신 고고장으로 향했던 촌스런 청춘들의 모습은 동네 디스코텍마다 펼쳐졌던 댄스경연대회에서 커다란 빛을 발한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와 짝패를 이루는 <바람의 전설>도 춤에 매료된 한 남자의 무용담으로 화면을 가득 수놓는다.
지루박, 차차차, 자이브 등 전문 댄서들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춤들을 새록새록 익혀나가는 풍식은 별볼일 없는 인생이었지만, 춤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실한 사랑을 깨닫는다. 앞서 말한 작품들에서 춤이 자신감을 획득하게 해주었다면, 또 한편으로는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강렬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무릇 춤은 영화 속에서 자신감을 상징하는 언어로써 사용된다. 도무지 말로는 할 수 없는,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을 움직일 때에만 비로소 자아를 찾게 되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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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4-04 18: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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