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엘류호, 한반도 풍랑을 만나다

축구 국가대표팀 긴급진단① 쿠엘류호의 과거, 현재, 미래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간다. 지난해 월드컵 신화를 일구며 황금기를 지낸 한국 대표팀, 월드컵 직후 히딩크를 보좌한 박항서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하며 지난 겨울 크나큰 진통을 겪었다.

축구협회는 부랴부랴 외국감독 찾기에 나서고, 히딩크 기술고문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유로2000에서 포르투갈을 4강에 올려놓은 명장 움베르투 쿠엘류를 대표팀 감독에 선임한다.

지난 2월 부임한 쿠엘류 감독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는 마치 '불패신화'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바라는 듯, 어쩌면 월드컵 직후인 터라 그럴 만도 하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적잖은 성급한 팬들과 언론은 무모한 '쿠엘류 흔들기'로 그를 멍들게 하고, 쿠엘류 감독 역시 순탄치 만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지금이다.

기대는 그렇다 치자. 허나 분석은 바르게 해야 할 터. 쿠엘류호는 과연 올바르게 제 갈길을 가고 있는 것인가? 올 해가 가기 전 쿠엘류호를 냉철하게 분석해 본다. 대표팀의 지금까지 여정과 현 상황을 진단해 앞으로의 전망까지, 3회에 걸쳐 연재를 실시한다. 첫 번째로 대표팀의 과거를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볼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쿠엘류 감독이 대표팀을 맡기 전 분석한 결과는 이렇다. 선결과제는 패스미스가 너무 잦아 경기 흐름을 원활하게 이어가지 못한다는 것. 더해 압박과 조직력은 월드컵을 치른후 일정 수준에 올라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대표팀은 쿠엘류 감독의 분석대로 콜롬비아 전에서 압박에 이은 수비전술은 잘 다듬어 져 있으나 볼을 빼앗은 후 패스 연결이 미흡했다. 때문에 전방에 볼을 투입하더라도 원활한 공격전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선수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었다. 수세 직후의 상황에 대처능력이 부족했던 것.

4월 16일 상암에서 열린 한일전 1차전 직후 쿠엘류 감독은 "훈련기간이 짧아 아쉽다"며 팀워크, 골 결정력 등 복합적인 문제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반면 일본에 대해선 "볼처리가 매끄러워 우리가 경기를 푸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일본과의 경기 전에는 "즐기겠다"는 멘트로 다소간의 여유를 보였지만 관심이 높다는걸 미리 감지한 것인지, 팀을 새롭게 만드는데 노력하기 시작했다. 대표팀은 기본적인 패스 훈련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5월 13일 사실상 처음인 동아시아 선수권을 앞둔 훈련에서 4-2-3-1 대형에서 수비부터 공격까지 패스연결, 빠르게 중앙에서 측면으로의 연결, 그리고 마무리까지. 쿠엘류 감독 자신이 추구하는 전술에 기본적인 훈련을 지시했다.

이러한 훈련 모두가 쿠엘류가 주장하는 '경기 지배'를 위한 것과 맞물린다. 그는 경기 중 템포 조절을 자유자재로 하는 등 경기조율 능력이 높은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인 즉 탑 레벨의 팀들과 맞붙어 속된 말로 '끌려가는 경기'를 하지 않고 흐름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쉽게 말해 경기장악을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5월 31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전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 쿠엘류 감독은 볼 소유, 경기 장악 등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승리 때문에 기쁨은 더했을 것이다. 그는 일본전 직후 인터뷰에서 "볼 컨트롤, 소유 능력은 기본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문제는 전술이 아니다"

대표팀은 이후 우루과이 전에서 0-2 패배의 쓴잔을 마신다. 월드컵 스타들까지 총동원 된 상태이며 홈에서의 패배였다. 패배보다 포백에 대한 언론과 팬들의 의구심이 증폭되는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격 또한 여전히 득점력 빈곤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아르헨티나 전, 쿠엘류 감독은 신예 조재진을 선발 투입, 3-4-3 시스템으로 변화를 감행한다. 결과적으론 0-1로 패했지만 내용면에서 다소 의문이 많은 경기였다. 전반전 조재진만을 공격에 넣어둔 채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고, 후반 들어 약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전반전만 놓고 볼 때 수비 시스템을 다시금 점검하기 위한 테스트 성격이 짙었다.

수비에 유상철을 필두로 김태영, 조병국 등으로 스리백을 구축, 한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가장 좋은 수비력을 선보였다. 아르헨티나 공격수 사비올라 역시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한국 수비수들은 매우 빠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쿠엘류 역시도 "선수들이 포백과 스리백에 무리없이 적응을 잘 하는 편이다"며 수비 문제가 그리 크지 않음을 전했다.

경기는 그렇다 치고 시스템도 바뀌고 조재진을 처음으로 선발 풀출장 시키는 등 여러면에서 변화가 가장 많은 경기였다. 인터뷰룸에 들어선 쿠엘류 감독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인터뷰 요지는 골 가뭄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것.

승리를 거머쥐려면 골을 넣어야 하는데 이게 전혀 안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쿠엘류 감독은 몇일후 축구협회에서 열린 공개 기자회견에서도 골 결정력을 높이겠다고 또 한번 강조했다.

재밌는 점은 아르헨티나 전 이후 쿠엘류 감독은 정신적인, 분위기 상의 문제를 짚었다. "첫 번째 사이클이 끝났고, 두 번째 사이클을 들어갈 때는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해소 할 수 있는, 새로운 훈련을 준비하겠다. 월드컵이 1주년 됐음에도 아직 한국은 월드컵 분위기에 젖어있는 것 같다. 선수들이 빨리 그런 분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아야 할 때다"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과도기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지난 가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베트남 전 0-1 패, 오만 전 1-3 패, 소식은 스포츠신문 1면을 타고 전국을 흔들기 시작했고, 한반도는 흔들렸다. 더불어 본격적인 쿠엘류 경질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때는 이때다' 하며 몇몇 언론과 방송은 쿠엘류 흔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 한 방송사는 100인 토론의 주제로 쿠엘류를 경질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얼토당토 않은 주제로 의미없는 논쟁을 벌여 쿠엘류 흔들기를 도왔다.

혹자는 "훈련 기간, 시간이 없다는 것은 쿠엘류 감독의 핑계", "또 색깔을 못내고 있다"는 등의 논조로 쿠엘류 감독을 거침없이 평가했다. 결국 협회에서 긴급 대처방안을 모색, 기자 회견을 재빨리 열었다.

협회 김진국 기술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쿠엘류 감독의 임기인 내년 아시안컵 본선이 열리는 7월까지는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쿠엘류 감독의 선수단 운영, 선발, 테스트 등 여러 부분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제야 얘기지만 히딩크가 이끌던 대표팀이 프랑스, 체코에 연이어 0-5로 패한 것과 크게 다른지 않다. 그때도 물론 세상은 시끄러웠다. 허나 기다림의 대가로 값진 꿈을 이루지 않았는가. 사상 유례없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기적을.

동아시아대회 우승, 쿠엘류는 또다시 도마위

한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대표팀은 쿠엘류 경질설을 타고 불가리아 전에 임한다. 0-1로 패했지만 여러면에서 희망을 남긴 경기였다. 3-4-1-2 시스템으로 이영표, 이을용, 김남일, 송종국으로 이어지는 중앙라인이 안정되며 경기를 컨트롤 할 수 있었다.

특히 불가리아는 유로2004 본선에 합류한 팀으로 94월드컵 4강 이후 다시금 세계축구사에 돌풍을 예고하는 강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느낌임에 분명했다. 실점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이상헌, 박재홍이 유상철과의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해 나온 것이었다.

쿠엘류 감독은 가장 만족스런 경기였다고 평하며 "골 마무리 부분은 훈련 효과가 어느정도 나왔으며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언론은 패배에 민감할 때로 민감해 있어 쿠엘류 감독에 대해 이미 색안경을 끼고 평가를 하기 시작한 듯 했다.

그리고 대표팀은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 대회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우승을 차지한다. 김태영, 유상철, 최진철 스리백 라인이 가동됐고, 최원권, 김두현, 이을용, 김동진이 중앙라인을 점령, 문제없이 경기를 이끌었다. 최용수, 김대의, 김도훈, 안정환 등이 골가뭄 해소에 나섰지만 그리 만족스럽진 않았다. 박재홍, 이관우, 정경호 등 신진급 선수들이 교체멤버로 나서 가능성을 시험받았다.

유망주들을 적절히 시험했고, 전술적 체계도 점점 자리를 잡아갔다. 결과적으로도 나쁘지 않았지만 쿠엘류 감독은 마지막 경기인 일본전에서 비기며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 때문에 또다시 언론으로부터 시달림을 받아야 했다.
2003-12-28 13:15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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