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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붉은 악마 서포터 | | | ⓒ 박철현 | 전날의 바람 한점 없던 기온 28.5도를 시샘이라도 하듯 결전의 날은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졌다. 축구경기가 취소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들 정도의 세찬 장대비였고, 야후재팬 경매 사이트에는 전날 1만3000엔까지 치솟았던 일반석의 표값이 오후 2시를 기해서 정가수준으로 떨어졌다.
시합이 열리는 동경국립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JR 센다가야 역과 지하철 국립경기장역은 "티켓, 정가로 양보합니다"라는 팻말을 든 사람들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그러나 경기시작 3시간을 남긴 오후 4시 경부터 비가 그치기 시작했고, 장대비는 기분좋은 이슬비로 바뀌었다. 본격적으로 센다가야 역과 국립경기장 출구로부터 파란색의 유니폼과 JAPAN이라는 활자가 선명하게 박힌 수건을 머리에 둘러맨 일본팀 서포터들의 모습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들 사이를 전혀 거리낌없이 헤치며 나오고 있는 소수의 붉은 색 유니폼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 ▲ 울트라 닛폰 서포터들 | | | ⓒ 박철현 | 예상 경기 스코어를 물어보자, 1:0 혹은 말하기를 꺼려하는 울트라 닛폰 서포터들에 비해 붉은악마들은 3:1, 4:1의 스코어를 거리낌없이 외쳤다. 붉은 악마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은 경기장소에 관계없이 무조건 홈팀이라는 서포터 본연의 활발하고 원기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경기장 밖에서의 활기넘치는 붉은 악마들의 원성과 불만은 국립경기장안에서 폭발했다. 물론 국내 언론에서도 이번 한일전에 관한 일본축구협회의 불성실함을 다루었었다. 대표적인 것이 몇몇 선수들의 비자(Visa)심문건과 연습경기장 제공에 관한 부분이다. 그외에 대표팀의 숙소인 미야코 호텔의 수준이나 시설에 관해 다룬 몇몇 스포츠 신문들도 있지만, 그 부분은 신문들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비판한 것이기 때문에 논외로 친다. 참고로 미야코 호텔은 동경에서도 특급호텔 수준임을 밝혀둔다.
선수들의 비자문제에 관한 것은 세관 공무원의 임무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라운드 잔디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경기장을 연습구장으로 제공한 점은 A매치에서 있어서는 안될 결례이다. 이것에 대해 한국축구협회가 비판과 유감의 의미를 뜻하는 공문을 전달했지만, 그 유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음은 이번 한일전의 한국팀 서포터 좌석배치에서 드러났다.
 |  | | | ▲ 꽉 들어찬 15번 게이트 | | | ⓒ 박철현 | 관중석으로 가는 출구의 개수가 36개(Gate1-36)인 타원형의 동경국립경기장에 한국팀 서포터들에게 할당된 것은 딱하나 15번 게이트였다. 15번 게이트에서, 그것도 3층으로 이루어진 관중석의 1, 2층만 쓰라는 식으로 빨래줄 경계선이 그어져 있는 것은 서포터들에 대한 결례에 다름 아니다.
서포터들간의 충돌과 사고방지 등을 위해 빨래줄 경계선을 쳤다고는 하지만 1500여명에 달한 한국팀 서포터들이 좌석수 950의 한정된 공간에서 미어터져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점에 대해서는 주최측의 반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숨을 쉰다>라는 카피에서도 나타내듯 서포터는 단순히 경기를 보는 관객이 아니라,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열두번째 선수이기 때문이다. 차후의 한일전부터는 어웨이 팀의 티켓 판매 현황에 비추어 서포터 석을 적절히 배치하는 운영의 묘를 기대해 본다.
저녁 7시 15분.
오후 5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쉬지않고 분위기를 달구던 붉은 악마들의 "오! 필승코리아"와 "대한민국 올레"의 함성에 답하기라도 하듯, 경기장 전체를 푸른색으로 물들인 울트라 닛폰의 "닛폰 사이코우(최고)"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선수소개가 끝남과 동시에 경기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그리고, 코엘류 감독이 경기전날 30일의 트레이닝에서 왜 비공개 훈련방식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곧바로 핏치위에 펼쳐졌다.
 |  | | | ▲ 푸른색 물결의 스타디움 | | | ⓒ 박철현 | 그것은 바로 3-4-3의 포메이션, 즉 대인방어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 7명의 멀티플레이어화를 강조했던 히딩크 감독 체제와는 다른, 4-2-3-1의 코엘류식 포메이션이다. 코엘류식 포메이션은 키 플레이어(Key Player) 역할을 담당하는 원톱과 플레이메이커(게임메이커)에 대한 실험이었던 것이다. 즉, 지난 4월 시합에서 보여진 안정환의 플레이메이커적인 능력을 이번에 확인 검증하리라는 일반의 예상과는 다르게, 유상철을 플레이 메이커로 기용하는 과감한 전술을 택한 것이다.
전반전은 최용수의 원톱에 설기현, 차두리의 좌우날개, 그리고 유상철의 전진배치가 기본적인 공격틀이었고, 보란치로서 김남일과 이을용이 기용되어 일본팀의 플레이메이커인 오가사와라와 나카다 코지를 순환마크하는 형식에, 수비는 포백시스템을 채용했다.
전반전의 공격이 쉽게 안 풀린 것은 이런, 어떻게 보면 한국팀에 있어서는 생소한 포메이션 시스템에서 온 위화감 때문으로 보인다. 시스템을 이루는 것은 그것을 이루는 인적구성에 따라 결정되는 법이다. 그런데, 유상철의 경우 흔히 멀티플레이어로 불리고 있지만, 근래 3-4년간의 가시와레이솔과 국가대표팀에서의 주보직은 보란치(수비형 미드필더)였다. 그리고, 이을용과 김남일이 보란치 콤비로서 실전에 호흡을 맞춘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이렇게 공격을 책임지는 중앙 3명, 유상철, 이을용, 김남일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었기 때문에 사이드 패스가 도중에 커트된다든지, 오가사와라와 나카타 코지를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던지 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반면 전반전에서 일본팀의 공수밸런스를 조절한 나카다 코지, 그리고 일본팀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담당한 오가사와라는 원래 같은 팀(가시마엔틀러스)이고,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가시마 앤틀러스 전력의 50% 이상을 담당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명콤비이다. 월드컵에서 공격적이었던 이나모토가 수비형으로 완전히 처져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두명의 컴비네이션 플레이를 살려주기 위한, 그리고 오버래핑 들어가는 나라하시의 빈공간을 채워주기 위한 전술적인 고려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코엘류 사단의 세대교체 성공을 보여주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포백시스템의 거의 완벽한 정착이었다. 후반전에 오오쿠보의 단독드리블에 의한 돌파를 허용한 부분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이운재와 김용대의 판단력이라면 그 정도의 돌파는 전혀 염려스럽지 않다.
전반전에서 포백시스템은 거의 완벽했다. 공격을 많이 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중원에서 오가사와라를 프리로 놓아두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이다. 정작 일본팀에게 결정적인 찬스라고 부를 만한 장면은 없었던 것은 바로 조병국과 김태영의 완벽한 포백시스템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  | | | ▲ 붉은 악마 서포터들이 응원하고 있는 모습 | | | ⓒ 박철현 | 텔레비전 화면으로 잡혔는지 안잡혔는지 모르겠지만, 조병국이 끊임없이 김태영과 일자라인을 유지하고 때로는 위치를 교환해가면서 스즈끼와 나까야마를 철저하게 마크한 점은 포백시스템에서 센터백의 기본이다. 나까야마와 더불어 투톱 센터포워드의 역할을 담당한 스즈끼가 자꾸만 외곽으로 빠져나와 산토스와 포지션이 겹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주 미묘한 부분에서 일본팀의 오프사이드를 이끌어낸 센터백 김태영과 조병국의 플레이는 코엘류식 수비시스템의 성공적인 전술이해와 세대교체라는 점에서 아주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후반전에 안정환과 이천수가 투입되고, 유상철이 좀더 공격적인 위치선정으로 돌아가면서 한국팀의 공격은 짜임새를 가지게 된다. 라커룸에서 무슨 말들이 오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김남일과 이을용은 전반전에 시도하려고 했던 유기적인 협력 플레이보다 각각의 특성에 맞는 플레이로 노선을 바꾼다. 김남일은 자신의 별명에 걸맞게 오가사와라의 전담마크로 돌아가고, 이을용은 자신의 특기인 왼발 크로스를 수차례 보여준다. 후반 37분경에 터진 안정환의 골을 어시스트한 것도 바로 그의 왼발 크로스 센터링이었다.
설기현과 차두리가 그들의 전매특허인 발군의 돌파력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일본 대표팀의 좌우윙백인 나라하시와 핫토리의 능력 역시 세계 클래스임에 분명하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쓸 것은 없어 보인다. 나라하시와 핫토리가 오버래핑을 극도로 자제한 것 역시 그 설기현과 차두리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안정환의 골은 그가 한국 축구대표팀에 있어 어떤 존재인지 다시 한번 보여준 귀중한 득점이다. 안정환은 격려가 필요하다. 게임메이킹과 원톱, 그리고 섀도우의 능력마저 동시에 요구받고, 실험당하고 있는 그에게 필요한 것은 팬들의 따뜻한 애정과 격려이다. 4월 16일의 시합에서 그렇게 뛰어난 플레이를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골을 못뽑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비판한 일부 축구팬들에게 오늘 그가 보여준 골 시위는 가뭄의 단비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렇게 시합은 끝났다. 한국대표팀들은 경기가 끝난 후 1500여명의 서포터들에게 다가와 서포터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쳤다. 4월 16일의 한일전이 극적인 패배였다면 5월 31일의 한일전은 더 극적인 승리, 최고의 형태로서 끝났다.
경기내용과 관계없이 전반전이 끝나고 잠시 불상사가 있었다. 붉은 악마 서포터들과 일본팀 서포터들과의 마찰이 있었는데, 그다지 크게 번지지는 않았고, 경찰들이 신속히 투입되면서 조기수습되었다.
 |  | | | ▲ Peace Now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 | | ⓒ 박철현 | 보다 황당한 일은 그 서포터들간의 마찰이후 투입된, 빨래줄 경계선을 지키고 있던 경찰중 한명이 시합이 끝난 후 일본팀이 진 것에 열받았는지, 빨래줄을 넘어 한국팀 서포터틈으로 들어와 욕설과 불만을 늘어놓은 것이다. 서포터들간의 마찰이야 열정과 감정의 분출로서 어느나라에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경찰이 그렇게 감정을 분출한다는 것은 상당히 보기 껄끄러웠다. 다행히 상사로 보이는 경찰이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한 덕분으로 서포터들의 불만은 누그러 졌지만 그런 행위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외에도 이런 저런 해프닝들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래도 축구는 계속된다>는 것이다. 곧 있을 6월 8일 우루과이전과 6월 11일 아르헨티나전은 물론 2006년의 성공적인 월드컵을 위해서 한국은 물론 건전한 라이벌로서 일본팀의 선전과 발전 역시 기대해본다. 다시한번 오늘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포르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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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6-01 10: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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