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용운의 <무비 on 인터넷>5 영화 GO! 세상에 주눅 들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보다 김용운(ikem) 03.03.10 20:39최종업데이트03.03.11 09:20 인쇄 북마크 댓글 페북 트위터 공유 밴드 메일 https://omn.kr/3gt 복사 확대 축소 ▲ 영화 포스터 ⓒ 스타맥스 그레이트 치킨 런이라는 위험천만한 내기에 성공한 스기하라는 결국 경찰로부터 붙잡히는 신세가 된다. 그는 경찰서로 찾아온 아버지에게 무지막지하게 얻어터진다. 오히려 경찰들이 어쩔 줄 몰라한다. 덕분에 스기하라는 훈방 조치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한다. 자신이 경찰들 앞에서 너를 패지 않았다면 아마도 철창 신세를 졌을 것이라고. 아버지의 국적에 의하여 재일 조선인으로 태어난 스기하라의 본명은 이정호이다. 그는 아버지의 사상에 의하여 수령의 사진이 붙은 학교를 다니며 붉은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운동장을 사열하거나 혁명사상론을 배운다. 그는 차츰 자신이 한국인도 아니고 조선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님을 깨닫는다. ▲ 조선인 학교에서 사열 교육받는 스기하라 ⓒ 스타맥스 아버지가 목숨처럼 간직했던 사상 역시 아버지의 인생 앞에서 버려지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그를 야유한다. 그리고 조선인 학교의 진학을 거부한 채 일본인 학교로 진학한다. 민족의 배반자라는 조선인 학교 선생의 욕설을 뒤로 하고. 스기하라는 아버지로부터 배운 권투 덕에 조그만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학교의 주먹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의 주먹은 남을 괴롭히는데 쓰이지 않는다. 단지 일본사회의 재일 조선인들에 대한 편견과 질시가 그의 주먹을 더욱 단단하고 거칠게 만들 뿐. 그러나 그것은 그가 자신의 자존을 잃지 않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그의 자존심 강한 눈빛은 일본인 여학생 사쿠라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농구장에서 스기하라는 맞짱을 뜨고 ⓒ 스타맥스 재일 동포 2세 3세들의 정체성 혼란은 이 영화에 있어서 가장 큰 갈등의 축을 이루고 있다. 남한 북한 일본 어디에도 온전한 자리 매김을 할 수 없었던 이들의 삶은 곧 우리 민족의 아픈 근현대사와 맞닿아 있다. 그렇지만 스기하라는 아픈 근현대사의 그늘 아래있는 그의 아버지와 같은 삶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아버지 역시 아들이 자신의 삶을 반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아가 스기하라는 일본인에 대한 우발적인 감정과 그것으로 인한 폭력이 결국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한다는 것을 자신의 절친한 친구의 죽음으로부터 배운다. 그리고 그 배움을 실천한다. 영화의 가장 돋보이는 점 중에 하나였다. 영화의 주인공 열여덟 스기하라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고민은 여자친구 사쿠라이에게 자신을 재일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자신의 연애이야기라고 세 번씩이나 강조한다. 사쿠라이의 부모님은 중국사람이나 한국사람은 피가 다른 종자라고 말할 정도로 차별에 물든 일본인이었다. 사쿠라이 역시 부모님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 자식은 아니었다. 이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스기하라는 사쿠라이에게 선뜻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지 못한다. 자신이 재일 한국인이란 것을 알게 되면 분명 그 사랑에 장애물이 놓일 것이 분명하므로. ▲ 문제아 3인방 ⓒ 스타맥스 영화가 재일동포 차별문제의 연상에 놓여있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은 역사에 휘둘려 고뇌하는 그의 아버지와 달랐다. 영화는 특수한 상황에서 야기된 문제를 일상적 상황에서 연대적인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그래서 위트가 있었고 재미가 있었다. 즉 성장기의 소년을 통해 일본사회에서 자행되는 민족 차별 문제를 사람 사는 곳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남녀간의 사랑 문제로 치환시켜 놓음으로써 부담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영화의 문제 의식을 감소시킬 수 있겠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재일 한국인 차별이 왜 문제인지에 대하여 자연스러운 접근과 그 문제에 대한 반발을 가져온다. 이런 접근은 한일 양국 간에 가로놓인 국경의 의미를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 결국 스기하라는 아버지의 이데올로기로부터 조국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사쿠라이는 부모님이 가진 편견으로부터 탈출한다. 그리고 서로의 소중함을 확인하며 미래를 이야기한다.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은 핵심적인 주제가 아닌가 싶었다. ▲ 스기하라와 사쿠라이 ⓒ 스타맥스 물론 스기하라는 아버지의 그 비애와 회한을 야유할 것이 아니라 보듬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사쿠라이는 부모님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편견을 버리도록 설득해야할 것이다.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인 동인은 십대들 특유의 순수한 사랑 그런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 그런 마음이 타인에게로 확장될 때 세상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은 뻔하면서도 재차 확인되는 영화의 주제. 서로의 사랑을 표현하는 남녀 주인공의 모습은 풋풋하면서도 세상에 주눅 들어있지 않았다. 그 표정들이 건강하고 경쾌했다. 입시에 허덕이며 무표정했던 우리의 십대가 잠깐 생각났다. 2003-03-11 09:20 ⓒ 2007 OhmyNews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추천3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 김용운 (ikem) 내방 구독하기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아직 내가 누구인지 명확히 설명할 만한 언어를 찾지 못하고 계속 고민중이다. 무엇을 이루기 보다 무엇은 안하고 살면 안되나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종종 아프다. 돈보다는 명예를 명예보다는 행복을 찾고 싶다. 그 행복은 사람들과의 교감을 나눌 수 있을 때 가능 그 교감은 또한 문화적 감수성이 맞을때. 그 문화적 감수성을 위한 글들을 쓰고 싶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우리에게 '빌리'는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