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없으면 16강도 없다

월드컵, 16강으로 가는 길 1

"신예 스트라이커 클루이베르트, 플레이메이커 세도르프를 꽁꽁 묶어라!!!"

축구 팬이라면 4년전 이맘 때 모든 국내 언론에 네덜란드전 예상과 함께 모든 언론매체에 등장하던 이 말들을 쉽게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네덜란드전은 어떠했는가? 클루이베르트는 벨기에전 퇴장으로 출장을 못했지만 네덜란드 전력의 핵이라고 떠들었던 세도르프는 벤치만 지키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국내 언론에는 전혀 거론되지도 않았던 오베르마스가 한국의 왼쪽 진영을 헤집고 다녔으며 다비즈는 미드필더를 혼자서 완전히 장악, 플레이메이커로서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렇다면 모든 언론과 전문가들이 네덜란드 전력 분석을 하면서 이 두 선수에 대한 분석은 왜 그리도 소홀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오베르마스와 다비즈는 네덜란드의 지역예선에서 뛰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두 선수가 소위 혜성과 같이 나타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베르마스와 다비즈는 네덜란드의 최고 팀이었던 아약스의 황금기를 이끌던 유명선수였다. 다만 오베르마스는 다리골절이란 부상으로, 다비즈는 당시 감독이었던 히딩크와의 불화로 지역 예선에 기용되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다비즈가 필요했던 히딩크는 화해를 하고 다시 대표팀에 발탁을 했으며 부상에서 회복한 오베르마스 역시 월드컵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었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실은 유럽의 축구전문잡지를 구독했다면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당시 우리나라의 상대팀 전력분석은 주먹구구식이었다. 지역예선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스트라이커와 게임메이커 정도만 알고 이들을 꽁꽁 묶는다는 식이었던 것이다.

2002 월드컵 조 편성이 되고 나서 전 월드컵 출전선수였던 박창선 감독은 이때까지 우리나라가 상대팀 분석을 철저히 하고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우리는 여태껏 정보 수집에 소홀히해 왔다.

하지만 안방에서 벌어지는 2002 월드컵에서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피구, 루이 코스타, 올리사데베 등의 선수만 거론한다면 한국의 16강 진출은 요원하다고 할 것이다.

포르투갈은 90년도 중반 이후 지금의 대표팀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어 왔기 때문에 아주 상세한 정보 습득과 전력 분석이 가능하다. 단순히 피구, 루이 코스타가 이끄는 미드필더진을 봉쇄하고 고메스, 파울레타 등 공격수를 밀착마크 해야 한다는 수준이어서는 안된다.

포르투갈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유로96 경기부터 경기를 분석하고 포르투갈의 불안한 수비진영을 뚫을 수 있는 전술을 개발해야 하며 피구와 루이 코스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수비전술을 개발해내야 한다.

폴란드, 미국도 마찬가지다. 폴란드에 대해서는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패의 전적으로 유럽에서 가장 먼저 예선을 통과한 것에 대한 정보가 반드시 수집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북중미 예선에서 북중미의 터줏대감인 멕시코를 압도하는 전력을 보였던 이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조 편성이 막 끝난 현 시점에서 우리와 맞붙을 세 팀에 대한 완벽한 정보가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이 6개월임을 감안하면 완벽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전술을 완벽하게 가다듬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한시라도 빨리 양질의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상대팀의 핵심선수를 파악하고 그 선수를 꽁꽁 묶는다는 식의 전술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월드컵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해왔다. 지금부터라도 가능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보 없는 월드컵 16강은 막연한 바람일 뿐이다.
2001-12-03 19:2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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