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가 당신의 배꼽을 노린다

[서울넷페스티벌] 대니 보일 감독의 디지털 영화

천국에서 올 누드로 청소하기(Vacuuming Completely Nude in Paradise)라... 3류 영화나 포르노 영화에서나 봄직한 현란한 제목의 이 영화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다.

▲ 영화제 포스터
ⓒ SeNef대니 보일이 누구냐고? "PARDON???"

그는 <트레인스포팅>과 <비치>로 전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맨체스터 출신의 감독으로 조인트스톡 컴퍼니에서의 연출경력을 바탕으로 1980년대 말에는 TV로 활동무대를 옮겨 BBC 방송국에서 프로듀서와 극작가로 일해왔다. 그가 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작품은 <쉘로우 그레이브>라는 영화로 이 작품은 영국영화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보일 감독 역시 영국 포스트 뉴웨이브의 감독으로 새롭게 떠올랐다.

<천국에서 올 누드로 청소하기>는 대니 보일 감독이 BBC 방송국을 위해 제작한 2편의 디지털 드라마영화 중 한 편으로, 또 다른 영화의 제목은 <스트럼펫>. 대니 보일 감독의 한국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면 12월 2일까지 서울 코엑스와 시네마 오즈에서 열리는 제 2회 서울넷페스티벌(SeNef2001)에서 이 두 영화 모두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두절미(去頭截尾). 자 그럼 이제 공식 순서에 맞춰 영화감상을 떠나볼까?

제 ①순 "옷 벗기" - Completely Nude

JAC 진공청소기 회사의 토미(티모시 스폴)는 세일즈맨이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세일즈맨이 아니다. 그에게 세일즈는 "Sell or Die", 즉 죽기 아니면 팔기다. 회사 사람들에게 토미는 비윤리적인 사기꾼이자 세일즈 중독 환자쯤으로 보이지만 토미는 세일즈맨으로서 자기에게 충실할 뿐이다.

▲ 천국에서 올 누드로 청소를 해?
ⓒ BBC토미의 특이한 세일즈 세계는 디제이(DJ)를 꿈꾸다 청소기 세일즈맨으로 전향한 피터(마이클 베글리)와 한 팀을 이루면서 대중에게 공개된다. 그의 집은 팔아야 할 청소기와 갈아입을 옷으로 가득한 창고일 뿐,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차에서 보낸다. 때문에 차에는 필요한 모든 물품이 가득하다.

그는 아침으로 다이어트 '푸파푸파(Puffa-Puffa) 쌀'을 씹어먹고, 음료수로는 보드카를 마시며 자신이 직접 불러 녹음한 "팔아! 팔아! X나게 팔아! (Sell! Sell! Fucking Sell!)"라는 세일즈 노래만을 즐겨 듣는다.

최고 속력으로 달리는 과속운전과 급정차는 커피 대신 마시는 오전의 각성제이며 길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토미에게는 청소기 고객이 될 수 있다. 토미의 차에서 그와 함께 트레이닝 데이를 보낸 피터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토미는 피터의 옷을 벗기고 그의 양복을 입힌다. 세일즈의 세계는 이토록 정신없이 각박한 것인가? 피터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스트립걸 출신의 여자친구는 청소기를 팔아야만 화끈한 고양이 섹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한다.

제 ②순 "천국으로 승천하기" - in Paradise

피터는 여자친구와의 고양이 섹스를 위해 청소기를 팔지만 영세민에게 청소기를 팔았다는 죄책감에 계약서를 찢고 청소기를 도로 가져온다. 그러나, 청소기는 동네 불량배 녀석들에게 빼앗기고 설상가상으로 여자친구는 피터를 떠난다. 떠난 여자친구를 찾던 피터는 아래층 할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 자괴감에 빠지지만 그를 데리러 온 토미는 '세일즈왕 수상식'에 참여하려면 서둘러야 한다며 응급상황을 처리한다.

▲ 토미와 피터
ⓒ BBC청소기를 팔기 위해서라면 육체적인 관계까지 서슴지 않는 토미에 의해 한 모녀가 사는 집을 방문하게 된 피터는 2층에서 토미가 정사를 나누는 동안 못생기고 뚱뚱한 그 집 딸과 어처구니없는 소파 섹스를 나눈다. 자신의 행동에 어안이 벙벙해진 피터는 히치 하이커인 디제이를 만나 그가 직접 믹싱한 음악 테이프를 건네고 '블랙풀'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세일즈왕 시상식'이 열리는 JAC회사의 만찬회장. 피터가 불량배들에게 빼앗긴 청소기 한 대로 인해 세일즈왕이 되지 못한 토미는 그 날의 파티를 망치고 그는 해고와 함께 파티에서 쫓겨난다. 청소기를 들고 홀로 바닷가를 찾은 토미는 올 누드가 되어 바다에 청소기를 던지다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천국으로 떠난다.

제 ③순 "청소하기" - Vacuuming

세일즈맨으로부터 살 수 있는 물건이 단지 청소기뿐일까. 세일즈로 친숙한 물건들은 수없이 많다. 가전제품에서부터 화장품, 학습지, 책, 옷, 보험... 하지만 이제 초인종을 누르고 물건설명을 하는 세일즈맨을 보는 것은 쉽지가 않다. 기업은 나름대로 임금비용을 줄여 세일즈 단계의 탄력성을 유지하고 이윤을 창출하려 한다. 구조조정이라는 시대의 기류는 많은 낙오자를 만들었고, 컴퓨터의 시대는 인터넷 상거래를 촉진시켜 세일즈맨들을 떠나게 했다.

▲ 토미역을 맡은 배우 티모시 스폴
ⓒ BBC토미는 세일즈맨, 아니 세상의 모든 노동자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돈을 벌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일했건만 토미에게 들이닥친 현실은 '세일즈왕'의 왕좌가 아니라 그의 '세일즈 커리어'를 청소하는 파티였다. 분신처럼 들고 다니던 청소기를 바다에 내던지는 순간 토미는 노동자로서의 영혼도 바다에 빠트렸다. 작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노동자들의 현실이 대니 보일 감독이 영화 <천국에서 올 누드로 청소하기>를 통해 말하려 했던 메시지가 아닐까.

한 편의 블랙코미디에 불과한 것같은 이 영화는 대니 보일 감독 특유의 유머와 신세대 감각, 보다 자유로운 디지털 기법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억지스럽고 유치한 웃음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물론 토미역을 연기한 티모시 스폴의 능숙한 연기가 한 몫을 단단히 하기는 했지만.

영화 <천국에서 올 누드로 청소하기>에는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를 폭탄처럼 강력한 재미와 폭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죽은 할머니를 발견한 피터가 토미를 만났을 때, 토미와 피터가 한 집에서 동시에 섹스를 할 때, 시나 이스턴(Sheena Easton)의 노래 'Morning Train'에 맞춰 청소기 세일즈맨들이 청소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강력한 진공청소기가 배꼽을 빨아들일지도 모르니 배꼽을 꼭 움켜잡을 것!
덧붙이는 글 | * <천국에서 올 누드로 청소하기> - 12월 1일 코엑스 그랜드 컨퍼런스룸 저녁 8시 
* <스트럼펫> - 12월 1일 시네마 오즈 2관 오후 5시 / 2일 오후 3시 2001-11-30 15:42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 <천국에서 올 누드로 청소하기> - 12월 1일 코엑스 그랜드 컨퍼런스룸 저녁 8시
* <스트럼펫> - 12월 1일 시네마 오즈 2관 오후 5시 / 2일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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