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린치하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을 것이다. 어렵다, 기괴하다, 초현실적이다. 그로테스크하다, 컬트영화의 대부다 등 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의 영화를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기괴한 영상과 초현실적인 모습에 열광하는 매니아가 있는 반면,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린치가 바로 이런 컬트영화를 하나의 주류영화로 만든 장본인이란 점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데뷔작 <이레이져 헤드>에서부터 <블루 벨벳>, <로스트 하이웨이>는 물론이고, TV영화시리즈로 미국 내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트윈픽스>까지 모두 이러한 린치식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들이다.
이런 괴짜 린치 감독의 소위 린치적 영화와 반 린치적 영화 두 편이 하루 차이를 두고 동시에 국내 팬을 찾는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공동으로 수상했고 지난 부산영화제에서도 초청되었던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린치적 스타일 없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상의 소박한 삶을 담담하게 그린 <스트레이트 이야기>가 그것이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엮어져 풀리지 않는 퍼즐게임
부산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2시간 내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영화를 봤다. 영화의 끝에서는 "어! 끝이야"하는 말까지 나왔다. 주위의 사람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하지만 린치의 영화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내용은 몽롱하고 마치 빠져 나올 수 없는 퍼즐 같지만 다시 차근차근 따져 나가다 보면 나중엔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영화는 헐리우드 스타의 꿈을 안고 LA에 온 베티, 그리고 자동차 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리타가 전반부의 영화를 이끌어간다. 베티는 리타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중 다이안이란 이름을 알게 된다. 베티는 그녀가 리타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집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벌써 죽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소극장에 들어가면서 두 여자는 다이안과 카밀라로 둔갑한다.
여기서 또 다른 주인공 두 여자가 등장한다. 바로 다이안과 카밀라이다. 다이안과 카밀라는 친구이지만 헐리우드에서 다이안은 만년 조연이고, 카밀라는 점점 주연배우로서 입지를 구축해간다.
다이안과 카밀라는 동성 연인 사이이다. 하지만 카밀라가 다이안을 배신하고 영화감독과 결혼한다. 이에 다이안은 카밀라를 죽이려고 한다. 그래서 청부살인을 의뢰한다. 그러나 살인을 의뢰한 후 다이앤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집 안에서 환상과 꿈속을 헤맨다.
영화는 거의 대부분을 다이안의 환각과 꿈속을 보여준다. 그렇다. 영화 전반부의 내용은 다이안의 꿈속인 것이다. 다이안은 꿈속에서 베티로 대체된다. 다이안과 베티는 서로 정반대의 인물이다.
다이안은 현실에서 보잘 것 없는 엑스트라이고, 좌절감에 취해 있고, 항상 우울하고, 여성스럽지도 않은 반면 베티는 명랑하고, 자신감에 차 있고, 동정심 많은 여자이다. 서로의 옷차림에서도 극과 극을 달린다. 다이안은 항상 정장차림의 남성적인 모습이고 베티는 핑크색을 즐겨 입는 패션이나 머리스타일 등에서 귀여운 여성을 연상시킨다.
또한 다이안과 카밀라의 관계와 베티와 리타의 관계는 대조적이다. 다이안은 일방적으로 카밀라를 좋아하는 관계이지만 꿈속에서는 리타가 베티에 의존하여 생활하게 된다.
다이안은 이 꿈을 통해 현실에서 자신을 배반했지만 그녀가 사랑한 카밀라가 죽음에서 부활하여 리타로 자신과 함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꿈속에서 등장하는 어수룩하고 웃기는 킬러를 통해, 현실에서 카밀라가 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헐리우드의 모습과 감독도 모두 꿈에서는 현실과 정 반대로 그려진다. 특히 현실에서 여배우 캐스팅에 대해 감독이 불만을 표출하며 제작을 포기하는 경우가 꿈 속에서 마피아 등에게 꼼짝도 못하는 감독으로 그리며 현 헐리우드를 비판한다.
자 그렇다면 꿈속에서 리타와 베티가 다이안의 집을 찾아가고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시체는 무엇인가? 바로 현실 속에서 다이안이 자살을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화는 현실과 꿈을 오가면서, 또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간의 앞뒤를 뒤죽박죽 섞어놓고,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화면으로 몽롱한 환상을 연출한다. 그리고 그 기괴함 속에서 리타와 카밀란, 베티와 다이안이란 인물을 통해 인간의 양면성을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스트레이트 스토리> : 가족애와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가르쳐주는 소박한 영화
이전의 데이비드 린치를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영화이다. 소재도 영상도 모두 린치의 영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73세의 걷기도 힘든 한 노인이 그 동안 잊고 지냈던 형의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그 형을 만나러 가는 여정을 그린 가슴 따뜻한 영화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도 별이 빛나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여주는 등 아름다운 영상 또한 린치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73살의 앨빈은 언어 장애가 있는 딸 로즈와 단둘이 아이오와 시골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혼자 있다 갑자기 쓰러지고, 병원으로 가지만 보행기가 없이는 걷지도 못한다는 진단을 받지만 끝까지 혼자 힘으로 일어선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 와중에 형이 중풍으로 쓰러져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형을 만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노쇠하고 허리도 좋지 않는 앨빈으로서는 운전도 하지 못해, 결국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30년 된 잔디깎기를 개조해 이상한 트랙터를 만들고, 거기에 소시지와 장작을 가득 싣고 시속 5마일로 6주간의 어렵고 힘든 여행을 시작한다.
어렵고, 힘든 여행길이지만, 가는 곳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모습에서, 앨빈은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형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만 간다.
"형을 꼭 만나야겠어... 그에게 할 말이 있거든..."이란 앨빈의 말에서 우리는 진정한 가족애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멀홀랜드 드라이브>은 11월30일,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12월1일 각각 개봉했다.
|
| 2001-11-29 14:06 |
ⓒ 2007 OhmyNews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