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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게 2000년 미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에 뽑히지 못한 김병현 선수가 오늘(한국시간 7월 6일) 휴스턴 아스트로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고전 끝에 14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앞으로 오늘 경기보다 더 어려운 경기도 있고, 또 처참하게 무너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오늘 경기 결과를 보며, 김병현 선수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욱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우리나라나 해외에서나 프로 선수는 물론 운동도 잘해야 하지만, 대중은 이러한 스포츠 스타가 '공인'으로 완벽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말이나 행동거지도 매우 주의해야 한다.
최근의 박세리, 조성민, 박찬호, 이병규, 박재홍, 정민철, 황영조 등 또 과거 최동원, 김용철, 홍수환 등등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운동 외적인 각종의 '설화'에 시달렸다. 요즘 잘나가기 시작하는 김병현 선수는 운동도 잘해야 하겠지만 '입'조심도 해야 한다. 즉 언론 플레이도 유념해야 한다.
박찬호의 초기 풀타임 메이저리거 시절, 그 때도 지금처럼 포수는 최고의 공격형 포수 피아자와 향후 다저스 감독을 꿈꾼다던 수비형 포수 탐 프린스가 있었다. 그날 프린스가 포수를 보고 박찬호는 매우 호투하며 승리를 따냈다. 당연히 현지 미국 기자들이 경기 후 물어 보았다.
"누가 포수를 할 때 편하게 투구할 수 있나?"
미국의 기자들은 그날 경기 결과와 관련지어 "프린스"라는 대답을 기대했음은 물론이고, 그러면 박찬호 선수는 훌륭한 기사거리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었다.
'풋나기 신참 투수 피아자를 싫어해...' 등등의 기사.
자! 여기서 박찬호는 뭐라 했을까. 만약 프린스가 더 편하다고 하면 팀의 기둥인 피아자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었고, 그렇다고 자기의 승리를 위해 고생한 프린스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박찬호는 "나는 포수의 얼굴을 보고 던지지 않는다. 나는 포수의 미트만 보고 던진다"고 했다. 이 얼마나 훌륭한 정치적 수사인가. 단 25세의 젊은 한국 청년의 입에서 영어로 튀어 나온 말이었다.
초기 박찬호는 말 하나, 행동 거지 하나에도 나름의 주의를 기울였다. 물론 뒤에는 에이전트 스티브 김이나 나이키, 제일제당과 같은 당시의 스폰서 등 그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 가이드를 주며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박찬호는 인간적으로도 성숙해 갔다.
그러나 요즘 김병현은 어떤가?
지난달 말 Fox Sports의 특집 방송이나 최근의 국내외 언론 인터뷰를 보면 한마디로 "너무 순진하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그저 '대견하다'는 생각에, 또한 '준루키'이니까 그저 넘어갈 수도 있는 사안들이 있지만, 향후 경력이 좀 더 쌓이고 또 그를 시기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기 마련이기에 이제는 프로 선수로의 이미지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얼마전 다저스에서 방출된 허샤이저의 별명은 다 알다시피 '불독'이다. 이는 '오렐'이라는 나약한 이름보다 강하게 키우고 싶어한 전 라소다 감독이 데뷔 초 지어준 별명이다. 그 별명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허샤이저의 카리스마가 생겨날 수 있었을까.
반대로 매우 극단적인 경우지만 아틀란타의 존 록커는 결국 인터뷰 한번 잘못하여 이미지를 구겼다.
최근 김병현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병현 "점수차 커 편안히 던졌다"
■김병현의 말=전력으로 던질 때는 마음이 불안하거나 몸의 어디가 좋지 않을 때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처럼 컨트롤 위주로 힘 안들이고 던진다. 오늘은 전혀 등판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불펜에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나가게 돼 몸도 제대로 풀지 못했다. 그러나 불안하지 않았다. 잔머리라고 할까 아니면 요령이 생겼다고 할까 이제는 상황을 읽을 수 있다.
점수차도 크고 타이트한 게임이 아니지 않은가. 도루를 허용하든 홈런을 맞든 그래봐야 동점이 되는 상황이 아니라서 편안하게 컨트롤 위주로 던졌다. 워드의 우익수플라이는 맞는 순간 잡힐 것으로 생각했다. 내 슬라이더는 각이 갑자기 크게 변화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방망이에 제대로 맞히기가 쉽지 않다. 방망이에 맞는 게 이상했다.
물론 매우 솔직한 표현이었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이제 풀타임 메이저리그 1년차가 하기에는 다소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다.
김병현 선수가 생각하는 것보다 팬들은 훨씬 냉혹하여, 인간적으로도 완숙한 선수를 기대한다. 우리는 박세리 선수의 경우에서도 이를 확실하게 엿볼 수 있었다.
과연 김병현 곁에는 누가 있는가? 지금으로 봐서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의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대중에 드러나는 것도 좋지만, 혹시나 운동 실력이 아닌 김병현 선수의 운동 외적인 말이나 행동에 의해 그에 대한 평가가 왜곡되는 일이 발생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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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07-06 1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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